어떤 분일지 궁금하다. 얼음이니 냉혈 인간이니 하는 다른 사람들 말은 신경 쓰고 싶지 않았다. 그녀가 스스로 직접 보고 모시면서 판단하고 싶었다. 열심히 일을 해서 회장님께 정말 감사하다는 걸 표현해야지 하는 각오를 다질 때 무언가 날카로운 것이 가희의 등 뒤에서 느껴졌다. 그녀의 코에 은은한 애프터 세이브 향이 살짝 감돌고 등에는 마치 송곳으로 찔리는 느낌에 놀라서 천천히 몸을 돌렸다.'“!”'지독한 어두운 검은 눈동자가 가희의 전신을 훑었다. 열어 논 문 옆에 살짝 기대서서 쳐다보는 그 눈동자는 마치 거칠게 황야를 지배하는 야생의 그 무엇처럼 아니 어디서 고개를 들고 감히 눈을 마주치느냐 하는 옛 유럽의 황제처럼 한 발짝이라도 움직이면 각오하라는 듯 그렇게 그녀의 눈동자를 잡고 있었다. '순간, 심장이 텅하고 내려갔다. 숨이 막히고 목이 말랐으며 뒷목에 식은땀이 흘렀다. 누구지? 누군데 저렇게 쳐다보는 걸까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 문득, 떠오르는 한 사람이 있었다.'‘아, 그다. 이 사람이다……. 정가희, 정신 차려.’'“어서 오십시오. 본부장님.”'가희는 제발 목소리라도 갈라져 나오지 않길 바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