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아는 차에서 내리면서도 자꾸만 쭈뼛거려지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직도 그의 약혼녀로서 파티에 초대받아 간다는 사실이 그리 실감나지 않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진석이 그의 친구들에게 소개시켜준다고 했었지만 이렇게 파티석상에서 소개시켜 줄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니, 그의 청혼부터가 아직 실감나고 있지 않은지도 몰랐다.'진석이 그녀를 에스코트하러 데리러 왔다 기대치 않은 그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감탄해서 쓰러지는 듯한 과장된 제스처에 겨우 한시름 들고 있었지만 여전히 어색한 기분은 지울 수가 없었다. 입을만한 드레스라고는 프랑스 유학시절 벼룩시장에서 우연히 고른 진남색 쉬폰 드레스 한 벌뿐이라서 다른 선택기준 또한 없었지만, 그 드레스가 얼마나 수아에게 잘 어울리는지 수아 자신은 알 리가 없었다. 디자인이 단순하고 평범해 보이는 드레스였지만 입고 보면 볼륨 있는 몸매의 곡선을 우아하게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독특한 색감 탓에 그녀의 까무잡잡한 검은 피부를 매혹적으로 보이게 하고 있었다. '그녀의 옅은 화장과 단순하게 잘 정돈하여 같은 진남색 벨벳 핀으로 고정시켜 둔 머리스타일이 도리어 더 그녀를 우아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누가 우리 아가씨 낚아채 가면 어떡하지? 오늘 파티가 눈에 들어오지도 않겠는 걸. 다른 남자 절대 쳐다보면 안 돼.”'그의 과장된 칭찬에 그제야 긴장이 풀리는 듯해 마주 웃어 주었지만 차에서 내려 눈앞에 펼쳐진 모습을 보고 놀란 수아는 사방을 두리번거렸다. '주차장에는 온갖 외제차가 종류별로 다 모여 있는 듯 해 보였고, 꽤나 먼 거리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환한 불빛과 웃음소리가 들리는 3층의 화려한 별장이 수아를 질리게 하고 있었다. 예전에는 이런 곳에 어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그 꿈을 접은 지 오래였었다.''다시 한 번 약혼자를 쳐다보았다. 그의 청혼은 조금은 의외였었다. '은사인 최 교수님 소개를 거절하지 못하고 만났던 맞선 같은 소개팅이었다. 그를 처음 본 순간 낭패감이 먼저 들었다. 교수님께 흘려듣듯 들은 말에 의하면 꽤나 괜찮은 집안에 직업도 의사인 걸 감안하면 수아 같이 뒤 배경 없는 노처녀 보따리 시간강사에게는 버거운 상대였기 때문이었다. 그냥 봐도 여자가 부족해 보이지는 않는 외모여서 마치 장난삼아 나온 것처럼 보였었다. 그렇지만 그는 수아와의 만남에서도 진지했었고 애프터 신청에도 정성을 다 했었다. 그리고 의외로 세 번 째 만남에 청혼을 하고 결혼을 몹시도 서두르는 듯 했다. 그의 밀어붙이는 성격에 수아는 그냥 물 흘러가듯 같이 흘러가고 싶었다. '‘나도 외로웠나? 누군가에게 기댈 사람이 그렇게 필요했던 걸까? 아니면 그를 잊기 위해 다른 사람이 필요했던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