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현세는 차가운 물줄기를 맞으며 하루의 피로를 씻어내고 있었다. 190cm의 커다란 키, 군살하나 없는 날렵하고 단단한 그의 몸은 마치 패션모델처럼 보였다.' “오늘 자정 뉴스시간에 신성 자동차에 관한 특집기사가 10분 동안 방송됩니다. 꼭 시청해 주십시오.”'오늘 낮에 찾아 온 뉴스 전문 채널 기자가 인터뷰를 마치며 한 말이 떠올랐다. '독일의 벤츠나 영국의 롤스로이즈처럼, 외국의 유명한 자동차와 견줄만한 명품 자동차를 우리도 만들어 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2년 동안 연구개발을 해 왔었다. 그리고 마침내 한 달 전에 완성된 자동차를 사람들에게 공개했었다.' 제우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모든 신(神)들의 왕. 현세가 새로운 차를 처음 본 순간 떠오른 이름이었다. 웅장하면서도 고급스러운 신형 차 ‘제우스’는 출시된 지 채 한 달 도 되지 않았는데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판매되고 있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엄청난 주문이 쇄도하고 있었다. 요즘 여러 곳에서 인터뷰 부탁이 들어오고 있었다. ' 10분 동안의 특집방송. 50분의 뉴스시간에서 10분은 엄청난 시간이다. 그것도 국내 최대의 뉴스전문 채널에서 말이다. 현세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만큼 우리 자동차가 요즘 최고의 화제가 되고 있다는 말이겠지. ' 현세는 서둘러 샤워를 끝냈다. 목욕가운을 걸치고 식당으로 들어가 냉장고에서 차가운 생수 한 병을 꺼내들고 거실로 갔다. 내일이 일요일이라 조금은 느긋한 마음으로 텔레비전을 켰다.' 신형차인 ‘제우스’의 폭발적인 인기비결은 고급스러운 디자인과 완벽한 구조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었다. 그리고 세계의 명차들과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었다. 만족할 만 한 기사였다.' 신성 자동차에 대한 뉴스가 끝나고 현세는 잠시 앉아서 다른 기사들을 시청하고 있었다. 별다른 내용은 없었다. 이리저리 리모컨을 돌리던 현세는 어느 순간 동작을 멈추었다. 텔레비전 광고 속에 나오는 한 여성 때문이었다. ' 새까맣고 긴 생머리는 허리까지 내려와 있었고, 하얗고 갸름한 얼굴에 크고 맑은 눈의 여자였다. 정말 아름다웠다. 현실 세계에 존재하는 여성이 맞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환하게 웃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천사처럼 보였다. ' ‘그런데 어디선가 본 얼굴 같아. 낯설지가 않아.’' 현세는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순간 들었다. 특히 환하게 웃을 때는.' 잠시 후 배경음악이 잔잔한 클래식에서 댄스 음악으로 바뀌었다. 천사 같이 웃고 있던 그녀가 입고 있던 하얀 색 가운을 벗어 던졌다. 그리고 빨간색의 탑과 초미니스커트를 입은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내며 격렬하고 섹시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 갑자기 청순한 여성에서 관능적인 여성으로 바뀌었다. 그 순간 현세는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무방비 상태에서 둔기로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것처럼 정신이 아찔해졌다.' ‘누구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