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창 아래로 보이는 푸른 불빛에 윤의 몸짓이 가볍게 떨려 왔다. 착륙 준비를 하는 비행기의 소음과 스튜어디스의 안내에도 발 아래로 보이는 화려한 불빛과 낮보다 환하게 불이 켜진 공항 건물이 눈에 들어와 윤은 내릴 준비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한국……. 여기가 내 나라인가…….’'6살 때 어머니 손에 이끌려 떠났던 한국은 윤의 기억 속에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어머니의 가르침에 존재하던 한국이란 나라는 윤에게 그저 멀게만 느껴지는 나라일 뿐이었다. 어려서부터 공주로서의 품위를 잃지 말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기억하라던 어머니의 말을 따랐던 윤은 동화책에 나오는 다른 공주들처럼 원래 공주란 가난하고 적이 많은 사람이라 여겼고, 만약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절대 공주로 태어나지 않을 거라고 여러 번 생각했었다.'모처럼 유모의 손을 잡고 어머니와 함께 근처 공원으로 산책을 나간 적이 있었다. 그 때 윤은 까르르 소리를 내면서 뛰노는 아이들 틈에서 그저 말갛게 웃기만 하면서 또래의 친구들을 구경했었다.'“공주님도 가서 노세요.”'유모가 손을 꼭 잡은 채 고개를 삐죽 내밀고 있는 윤의 등을 살며시 밀어 아이들 틈바구니로 보냈다.'“그래도 돼요?”'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허락받는 것처럼 윤은 묻고 또 물으며 아이들이 있는 쪽을 힐끔거렸다.'“그럼요.”'유모의 대답에 윤의 얼굴이 제 나이 또래의 아이들처럼 반짝반짝 빛났다. '“나 그럼 조금만 놀다 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