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궁에는 개꽃이 산다 2권

현비전 대문에 빗장이 걸린 지 여드레째 되는 날.'정사(政事)로 바쁜 언의 뒤를 보필(輔弼)하며 미소루는 이따금씩 은왕제의 단정한 표정 위로 스쳐가는 갑갑함을 읽었다. 정작 본인은 알지 못하는 듯하였지만, 오랜 시간 황제의 수족으로 지내왔던 미소루는 그것을 어렵게나마 짚어 낼 수 있었다. 초반 며칠간 발작을 해대고 있다는 보고 이후에, 닷새째부터는 밤낮없이 고요하기만 하다는 현비전에 관한 보고를 올린 것이 자신이었으니. 하루, 이틀 지나니 모질게 닫혔던 은왕제의 마음에도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일 테다. 미소루는 조의가 열리고 있는 대전(大殿) 밖에서 대기하는 중에 침묵하는 현비전의 뜻을 짐작해 보려 돌돌 머리를 굴려 대느라 여념이 없었다. 황제의 심중(心中)보다 더 읽기 어려운 것이 현비의 심중이었다. 때때로 너무도 어처구니없이 속을 드러내 보이는 현비였기에, 한 번씩 보여 주는 이러한 기괴한 행동들이 난감(難堪)하기만 하였다. 그런 와중에 잊고 있었던, 진명제와의 대화가 문득 떠오른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5년 전, 진명제가 황제 자리를 내어놓는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던 이는 미소루와 태사 개성성, 두 사람뿐이었다. 떠나기 전, 진명제가 지금의 현비를 황후로 봉하도록 약간의 조치를 취해 놓는 것을 보고 미소루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지만, 진명제는 미소루의 마음을 다 들여다본다는 듯이 한바탕 껄껄 웃더니 말문을 열었다.'"개리가 후에 황후가 된다 하면 참 재미있지 않겠나?"'"솔직한 대답을 원하시지요?"'진명제는 엄격하고 위엄을 두루두루 갖춘 황제였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공(公)적인 면모였고, 사(私)적으로는 매우 소탈하고 인간적인 면이 많은 황제였다.'"항간(巷間)에 태자 저하께서 폐하께 밉보인 것이 아닌가 하는 소문이 돌 정도였습니다."'미소루는 사심 없는 태도로 조용히 아뢰었다.'"그 아이, 개리가 못되어서?"'아주 재미나다는 듯이 웃는 진명제의 물음에, 미소루는 감히 대답할 부분이 아니라 침묵하였다.'''13. 극한(極限)'14. 부정(否定)'15. 폐출(廢黜)'16. 평화(平和) '17. 그림자'18. 다른 급, 같은 사람'19. 해후(邂逅)'20. 첩지(牒紙)'21. 청건(靑巾)

미리보기 끝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