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또 느껴진다. 저놈의 시선. 풀고 있던 수학 문제가 문제집에서 튀어나와 녀석의 시선과 뒤엉켜 난리 블루스를 춘다. 샤프를 놓고 눈을 감았다. 긴 숨을 들이쉬는 와중에도 녀석의 시선은 끈질기게 살갗을 두드린다. 실눈을 뜨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좁은 공간을 사이에 둔 옆줄 녀석은 영어 단어 빽빽이에 열심이다. 문제의 시선은 그 짝에게서 쏟아지고 있다. 장동건과 원빈을 섞어놓은 듯한 재수 학원 최대의 킹카, 공이혁. 눈이 마주치자 녀석이 씨익 쪼갠다. 점심에 먹은 라면이 일제히 까치발로 곤두서는 느낌이다. '욱, 니글면상! '쌍꺼풀만 없다면 그래도 좀 참아보련만 저 짙은 쌍꺼풀은 도저히 감당이 안 된다. 남자는 자고로 쭉 찢어진, 조금은 매섭게 보이는 민둥 눈에 손으로 마구 주물러놓은 듯한 개성 강한 얼굴이 최고다. 취향이 이상하다고? 따지지 마라 말 그대로 개인적인 취향일 뿐이니. '나를 보는 녀석의 눈빛이 갈수록 빛난다. 이런 너무 오래 쳐다봤군, 실수했다. 녀석의 김칫국 마시는 실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사실을 깜빡한 것이다. 재빨리 눈을 거두고 샤프를 잡았다. 끈덕진 저놈의 시선을 잊을 수 있는 고(高)난이도의 문제가 필요하다. 가장 싫어하는 그리고 가장 머리를 쥐어뜯을 수 있는 미적분 부분을 펼쳤다. 뜯고 뜯어 대머리가 된다 해도 저 시선만 느낄 수 없다면 3박 4일 밤을 새워서라도 미적분만 풀겠다. 저 놈의 시선을 더 받았다간 필시 빨간 내복 차림으로 산발한 채 비 오는 거리를 뛰어다니게 될 것이다. '생각만 해도 열 받는다. 샤프를 움켜쥐고 이를 갈았다. 순간, 반듯이 접힌 쪽지가 책상 위에 툭 안착한다. 누가, 이 신성한 자율학습 시간에, 이따위 짓을! 하고 성을 내봐야 만고 필요 없다. 당연히 녀석일 테니. 한숨을 쉬고 쪽지를 펼쳤다.'-누나 무지 이뻐요.♡'허걱, 이 하트는 뭐냐!'-난 무지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