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Ⅰ. 프롤로그 ''''1.''' 함바집 주방에서 설거지 하던 여인이 발작적인 기침을 해댔다. 그녀의 기침은 끝날 줄 모르고 있었고 그런 그녀를 함께 일하던 주방식구들이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고 있었다. 계속되는 기침은 그녀의 폐부 깊은 곳에서 나오고 있는 듯 했다.' “컥”' 여인은 비명에 가까운 기침소리를 내더니 울컥 피를 한 모금 뱉어 냈다.' “어머 이게 무슨 일이야.”' “이게 도대체…….”' 주방에서 각자의 일을 하던 종업원 들은 하나같이 놀라며 쓰러져 계속 기침을 해대며 피를 토하는 여인의 주변에 서서 웅성댔다. ' “결핵 아녀?”' “그런가 봐. 세상에…….”' 그들은 하나같이 처음의 걱정스러움에서 경악으로 표정이 변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앞에서 결핵에 걸린 것이 분명한 여자가 피를 토하고 있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결핵이 옮을 것이라 생각하며 누구 할 것 없이 주춤주춤 물러났다.'' “재진아! 내일부터 넌 아버지 집에서 살 거야. 아버지는 네가 하고 싶은 것, 먹고 싶은 것, 가지고 싶은 것 네가 원하는 건 모두 들어 주실 거야. 콜록…….”' 재진이라 불리는 남자아이는 어머니의 말 속에 숨은 이별을 감지하지 못했다. 식당 설거지를 하며 이곳저곳을 전전하던 그들 모자는 이틀 전 이 여인숙으로 거처를 옮겼었다. 젊은 나이에 미혼모가 된 그 여인의 얼굴에는 병색이 완연했다. 하지만 철없는 아들은 그런 어머니가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마냥 행복하기만 했다.' “그럼 엄마도 아버지랑 같이 살아?”' “글쎄…… 아마도 엄마는 좀 더 있다가 아버지랑 살아야겠는데?”' “왜?”' “엄마가 가는 곳에 아버지도 너도 나중에 올 거야. 그때 같이 살아야 될 것 같아.”' 여인은 아이의 머리를 계속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아이 앞에서는 이렇게 미소를 잃지 않았었다. 그녀의 삶이 아무리 고될지라도 그녀는 아이 하나만 바라보고 있어도 힘이 났다.' “얼마나 있다가?”' “한 50년쯤? 아니면 60년쯤?”' “50년?”' “그래 50년은 생각보다 금방 지나가. 시간은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사이에 획하고 지나가버리지. 너 혹시 한 살 때 기억나?”' “아니?”' “거봐 너도 지금 10년이라는 시간을 지내면서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이 더 많아 질 만큼 빨리 지나갔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