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하얀 린넨 시트가 꾸깃꾸깃 구겨진 채로 침대를 온통 뒤덮고 있었다. 그 사이로 길고 늘씬한 다리와 부드러운 곡선을 자랑하는 엉덩이가 얼핏 드러나 있었고, 그 외의 나머지 부분들은 하얀 시트 속에 감추어져 있었다. 여자의 붉은 금발머리는 마치 항구를 떠날 배가 바다에 파문을 일으키듯 흘러내려져 있었다. 마르코 벨리니는 그 사이로 살짝 드러난 여자의 옆얼굴과 가느다란 팔을 보았다.'마르코는 발코니 난간에 기댄 채 서서 미소를 떠올리며 커피를 홀짝였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벗은 등에 내리쬐는 햇살은 무척이나 뜨겁게 느껴졌다. 그는 방금 전에 샤워를 마치고서 하얀 타월 한 장을 엉덩이에 걸치듯 두른 채 테라스에 나와 있었다. 포토피노의 높은 언덕 위에 자리잡은 여름 별장인 이곳에서 그와 마주칠 거라고는 이른 아침 하늘 높이 치솟아 오르는 갈매기들뿐이었으므로 그리 예의를 갖추지 않아도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