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인지상 1권
만인지상 1권

만인지상


1


전혁 新무협 장편소설
만인지상 1권
만인지상 1권

지은이 : 전혁
발행인 : 서경석

전자책 발행일 : 2013-01-02

출판사 : 도서출판 청어람

등록번호 : 제387-1999-000006호

본사 : 경기도 부천시 부일로 483번길 40 서경B/D 3F (우) 14640
편집부 : 서울특별시 구로구 디지털로 272 한신IT타워 404호 (우) 08389
전화번호 : 02-6956-0531

이 책은 도서출판 청어람이 저작권자와의 계약에 따라 전자책으로 발행된 것이므로 불법복제 및 유포, 공유를 금합니다.
만인지상 1권
목차


작가서문
1장 이런 개 같은
2장 천마경
3장 성형술
4장 정인군자 유이
5장 과외선생
6장 사기꾼에게 관직이 웬 말
7장 사포현
8장 악당이 악당을 상대하면
9장 옥불상
10장 보리항마신공
11장 위대한 탄생
만인지상 1권
?작가서문


악당이 악당을 상대한다면…….
만인지상은 이런 가정아래 쓰여진 글입니다.
단순히 치고 받고 싸우는 그런 식의 전개가 아니라 악당들의 생각과 심리 그리고 범죄수법을 줄줄 꿰고 있는 악당이 악당들의 수법을 꿰뚫어 보고 그 수법 그대로 적들을 상대한다면 무척 재미있는 스토리가 될 것 같았습니다.
악인이 정파를 상대하는 스토리나 반대로 정파인이 정사인들을 상대하는 스토리는 많았지만, 정작 악당이 악당을 상대하는 스토리는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혹시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만인지상은 절대비만의 조그마한 에피소드에서 영감을 얻은 글입니다.
주인공 제준이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원치 않는 관직이 계속 올라가는 스토리를 가져와 만인지상만의 독특한 스토리로 만들었습니다.
그렇다고 절대비만과 비슷한 성격의 글은 아닙니다.
연재하는 과정에서 많은 분들이 영화와 책 그리고 만화 등 참고할 자료들을 말씀해 주신 독자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그분들의 도움으로 만인지상의 스토리가 더욱 탄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절대비만2부에 대해 여쭈어 보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더군요. 아마도 만인지상 다음으로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정확한 일정은 추후에 다시 말씀 드리겠습니다.
절대비만2부가 늦어지게 된 점은 거듭 사과를 드립니다.
끝으로 만인지상을 구상하고 글을 쓰는 내내 제게 영감을 주시고 힘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립니다.

만인지상 1권
1장 이런 개 같은


一

석양빛 노을이 아름답게 내려앉은 유시 무렵(오후 5시-7시). 항주의 유곽 안으로 화려하게 치장된 사두마차 한 대가 들어섰다.
중원 제일의 색향의 도시 항주(杭州).
그중에서도 가장 번화하고 손님들이 즐겨 찾는 곳이 소항이었다.
사두마차는 소항의 명물로 통하는 자미원에 정확히 멈춰 섰다.
유곽 안으로 사두마차가 들어서는 일도 흔치 않은 일이지만 사두마차의 화려함은 난생 처음 보는 것이었다. 네 마리 말 모두 설리총이란 것으로,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는 명마였다.
자미원은 어지간한 사람은 들어가지도 못하는 고급 기녀원이었다.
하루 술값만 오십 냥이 넘고 거기에 기녀까지 품게 되면 백 냥은 훌쩍 넘어가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평생 꿈도 꾸지 못할 곳이었다.
그런 자미원도 사두마차의 주인은 특별할 수밖에 없었다.
자미쌍화가 몸소 사두마차를 영접했다.
자미쌍화는 자미원의 총관이다.
그녀들은 특별한 손님들에 한해서 직접 접대를 하곤 하는데, 사두마차의 주인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되었다.
“쩝, 누군 좋겠군. 자미쌍화의 접대를 받고 말이야.”
“저런 마차를 탈 정도라면 신분이 대단한 사람이라는 소린데…….”
“그런데, 저렇게 함부로 유곽을 드나들 수 있나? 신분이 대단한 사람들일수록 유곽 출입은 조심스러울 텐데, 별꼴이네.”
사람들이 의문을 품고 고개를 갸웃거릴 때였다.
그때, 문득 마차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서 젊은 청년이 나타났다. 관옥같이 준수한 청년이었다.
남자답게 생긴 모습보단 섬세하고 부드러운 얼굴선이 고생 한 번 해 본 적 없는 영락없이 곱게 자란 명문세도가의 자식이었다.
“사두마차의 주인이 저토록 젊은 청년이었다니.”
“끌끌, 보아하니 돈 있고, 힘 있는 집안의 자식 같은데 완전 개차반일세. 나도 유곽을 출입하기는 하지만, 저토록 젊은 나이에는 사람들 시선이 무서워서라도 벌건 대낮엔 출입하지 못했네.”
“냅두게. 내 자식도 아닌데. 가문에 먹칠을 하기로 작정을 했나 보지.”

그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두 명의 남녀가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고 있었다.
“바로 저자가 유이라는 자입니다. 천하에 둘도 없는 독종에다 위조 전표의 대가입니다.”
“도무지 사기꾼이라고는 믿기지 않는군요.”
남궁소소는 가볍게 아미를 찌푸렸다.
미리 석청에게 말을 듣지 않았다면 그녀 역시 세도가의 아들쯤으로 생각했을 것이었다.
그녀는 품속에서 유이의 신상명세를 꺼냈다.

이름 : 유이
나이 : 스물셋
죄목 : 전표 위조
- 무공은 익힌 적이 없고 술과 도박을 밥보다 더 좋아한다. 여자들의 치마내리는 것을 취미쯤으로 여기고 있음. 소매치기와 좀도둑질로 몇 번의 옥살이의 경험이 있지만 정작 큰 건으로는 잡힌 적이 없음.
삼 년 전에는 만금전장의 전표를 대량으로 위조한 뒤 고관대작의 아들 행세를 함.
그것을 이용해 몇 달 동안 천하를 돌며 제왕처럼 지낸 전력이 있음.
전표가 쓰인 곳은 기녀원, 비단포목점, 도박장, 심지어는 만금전장까지도 속을 정도로 전표의 위조술이 감쪽같았음.

유이는 한마디로 인간 말종이요, 쓰레기 같은 작자였다.
그가 타고 있는 사두마차는 물론 설리총 역시 위조 전표로 산 것이었고, 지금부터 자미원에서 쓸 전표 역시 가짜일 것이다.
당금 천하는 갑작스럽게 발생한 위조 전표로 인해 상당히 어지러운 상황이었다. 유이는 황실을 어지럽히고 천하의 상계를 혼돈으로 몰아간 중죄인이었다.
그런 그가 지금 자미원에 사두마차를 타고 버젓이 나타난 것이다.
“대포두께서 지난 몇 달 동안 유이를 추적했었다고요.”
남궁소소는 남궁세가 출신으로 경국지색의 미모에 절정의 무공을 지녀 강호오미 중 한 명으로 꼽히고 있는 여인이다. 허나, 성격은 얼음장처럼 차가워 어지간한 석청도 그녀를 함부로 대하지 못할 정도였다.
“지금까지 유이를 붙잡을 기회가 네 번이나 있었지만, 그는 관군을 비웃기라도 하듯 저희들의 손을 유유히 빠져나갔습니다.”
석청은 절강성의 대포두였다.
그는 지옥사신이라 불릴 정도로 범죄를 짓고 쫓겨 다니는 자들에게 공포스러운 존재다.
한 번 시작한 일은 끝을 보기 전까진 일 년이 되었든 십 년이 되었든 결코 포기라는 것을 몰랐다.
때문에 그에게 쫓기기 시작한 수배자들은 도망칠 생각을 포기하고 알아서 자수를 하는 자들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유이를 만난 것이 그의 일생일대의 실수였다.
유이는 그가 쫓기 시작한 일 년 전보다 더욱 많은 양의 위조 전표를 뿌려 댔다.
지옥사신이란 별호가 무색한 상황.
그의 지상 과제는 반드시 유이를 잡아 다시는 위조 전표를 뿌려 대지 못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
“저게 지금 쫓기고 있는 사람처럼 보이나요? 제게는 마치 유람 나온 사람처럼 보이는군요.”
남궁소소의 말에 석청의 얼굴이 벌게졌다.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쥐구멍 속으로 숨고 싶은 마음을 간신히 이겨 냈다.
남궁소소는 천추제일검가인 남궁세가의 금지옥엽인 동시에 남궁학의 누이동생이었다. 남궁세가의 위명이 당금 천하를 진동하고 있는 것도 있는 것이지만, 남궁학은 황실의 삼대특무기관인 도어부의 부통령이었다.
동창과 금의위 그리고 도어부.
이들 세 개의 조직을 일컬어 삼대특무조직이라 하는 데 이들이 바로 명대(明代)를 공포 정치로 몰아가는 주범이기도 했다.
이들은 당금 천하를 좌지우지하는 막강한 권력을 지니고 있었다.
‘저놈만 죽은 것으로 상부에 보고하면 나는 도어부에 들어갈 수 있게 된다.’
석청은 이번 일에 자신의 전부를 걸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도어부의 일원이 될 수만 있다면 이까짓 핀잔 정도는 백번을 더 당해도 상관없었다.
“죄송합니다. 워낙 여우같은 놈인지라…… 하지만 제가 잡지 못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사기꾼이라고 하기에는 보통 영악한 놈이 아닙니다.”
그렇다. 유이가 무슨 무림의 고수라도 되어서 석청의 수사망을 피하는 것이 아니었다.
유이는 육체적으론 아주 평범하다.
대신…….
그는 관군들의 심리를 훤히 꿰뚫고 있었다. 예전에 석청의 선배 중 누군가가 이런 말을 했었다.
낭인들도 범죄에 너무나도 정통하면 관군의 머리 위에 있다고…….
지금 저 눈앞의 유이가 바로 그 짝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