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미궁(迷宮) 1권

올해 *사카이(堺)에 봄은 다른 해보다 한결 빨리 온 것 같았다.'겨우내 움츠리고 있던 사카이의 백성들은 만개한 매화꽃 향기에 한껏 들떠 있었다. '가츠라기(葛城)家의 안주인인 나미코 역시 내정(內庭)에 만개한 백매화와 홍매화 꽃을 보며 차를 즐기기 위해 내실의 격자문을 모두 접어 올리게 하였다. 매화꽃 잎이 눈송이처럼 하얗게 깔린 내실 앞 정원에는 이제 막 다섯 살이 된 가츠라기家의 장자인 쇼우가 그의 *메노토의 손을 잡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있었다. 그녀와 사카이성의 성주인 가츠라기 사다노부 사이에 태어난 유일한 혈육이었다. '세 살에 바지 입는 의식을 치른 쇼우는 그해 봄 덕망 있는 학자 바쇼를 스승으로 맞아들여 그의 밑에서 학문을 닦고 있었다. 쇼우는 상냥하면서도 너그러운 인품을 갖고 있었고 스승 바쇼가 천재라 감탄하며 칭찬할 만큼 영특했다. '“쇼우! 거기서 무얼 하고 있는 거지?”'나미코가 부르는 소리에 옥구슬처럼 아름답고 귀여운 사내아이가 뒤를 돌아다보았다. 매화 빛 *아이기에 겉옷을 걸쳐 입고 까맣게 반짝이는 내실의 마루에 앉아있는 나미코를 발견한 아이의 입가에 환한 웃음이 걸렸다.'“아, 어머니! 이리와 보셔요! 벌써 나비가 나왔어요. 나비를 잡고 있어요.”'“그랬구나, 쇼우! 어디 나비를 잡아다 보여 주겠니? 나는 잠시 이렇게 앉아 바람이나 쐬고 싶구나.”'“네, 어머니!”

미리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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