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자, 드디어 마지막 공연이다. 멋지게 마무리하자. 파이팅!”'정욱의 힘찬 한 마디가 대기실 안에 울려 퍼지자 단원들의 사기는 하늘을 찔렀다. 각자 준비를 위해 흩어지고 정욱은 단영의 곁으로 다가왔다.'“서단영. 잘할 수 있지?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만 하면 돼.”'“네. 잘할 수 있어요.”'단영의 떨리는 목소리가 불안하게 들렸는지 정욱은 잠시 단영의 상기된 얼굴을 바라보았다. 이제 갓 스물의 나이인 서단영. 정욱 자신만을 믿고 무작정 연극계로 뛰어든 겁 없는 아이. 그녀의 천부적인 재능이 아까워 받아주긴 했지만 오늘은 왠지 자꾸 단영의 얼굴이 눈에 밟혔다. 후회라는 감정이 자신의 몸을 휘감으며 스멀스멀 기어 올라오는 것을 억지로 억누르고는 단영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래. 난 널 믿어.”'정욱이 단영의 어깨를 다독여 주며 몸을 돌리자 단영은 얼른 그의 허리를 감아 안았다. 정욱은 놀라 단영의 손을 떼어내려 했지만 단영은 더욱 꼭 껴안으며 속삭였다.'“선배. 왜 내 마음을 몰라줘요? 내가 선배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 여기 들어온 거 순전히 선배…….”'“그만해. 서단영. 넌 그냥 후배일 뿐이라고 여러 번 얘기했어. 그럼 알아들어야지.”'“하지만 난…….”'정욱은 거칠게 단영의 손을 밀쳐내고는 몸을 돌려 단영을 쳐다보았다.'“너 정말 오늘 공연 망치려고 그러니? 정신 차려. 나한테는 너보다 이 공연이 더 중요해.”'정욱의 차가운 말 한 마디에 단영은 그만 할 말을 잃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정욱은 이렇게까지 심하게 말할 생각은 아니었지만 단영의 감정이 더 깊어지기 전에 명확하게 선을 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단영은 그저 귀여운 후배일 뿐이니까. '정욱은 단영의 어깨를 감싸며 일으켜 세우려 했으나 단영은 그의 손길을 뿌리쳤다.'“됐어요. 준비하고 나갈게요. 먼저 가세요.”'“단영아.”'정욱은 다시 단영을 잡으려다가 포기하고는 일어서서 대기실을 나갔다. 단영은 천천히 일어나 거울 앞에 앉았다. 다행히 분장한 덕에 그녀의 얼굴은 별반 달라진 게 없었다. 단영은 순간 눈물이 흐르려는 것을 애써 참으며 입술을 꼭 깨물었다. ' <내가 왜 그랬을까? 지금까지 잘 참았으면서 왜 오늘은……>'단영은 쓰러질 듯한 걸음을 옮겨 창가로 갔다.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고 있었다. 단영은 불안한 마음에 자신의 어깨를 꼭 끌어안았다. 이상하리만큼 떨리고 있었다. 처음 하는 연기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단영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감정에 빠져있을 시간이 없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