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나는 민여린. 부모님은 전혀 몸매가 여리지 않은 나에게 이런 민망한 이름을 지어주셨다. 뭐 처음에는 나도 이렇지 않았다. 어렸을 때는 축복받은 사람처럼 정말 슬림한 몸매였다. 하지만 우리 부모님은 나에 대한 걱정이 지나쳐 보약이란 보약은 죄다 먹이는 바람에 이렇게 되었다. 남들이 다 뻔 한 소리라고 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정말이다. 지금은 감기 한 번 안 걸리는 건강한 몸을 만들어주셔서 고맙기는 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옷 입을 때 아주 속상하다. 사실 여러 번 다이어트를 결심했지만. 내가 누구던가? 용궁반점 셋째가 아니던가! 자장면의 구수한 냄새와 만두, 탕수육이 주위에 널려있는 타고난(?) 환경 덕택에 포기했다.'사랑스러운 우리 아버지, 어머니, 위로 서린 오빠, 수린 오빠, 나까지 다섯 식구다. 서린 오빠는 이제 장가를 가서 잘 살고 있다. 예전에는 바람기로 좀 날려주었지. 여자들이 순진하게 생긴 오빠에게 완전히 맛이 갔었다. 몇 번이나 여자들이 바뀌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달이 차면 기우는 법! 결국엔 임자 만나서 여자들 눈물 흘리게 한 거 벌 받느라 언니한테 꼼짝도 못하고 산다. 그렇게 작은 언니가 덩치 서린 오빠를 잡고 살다니 참 놀라운 일이다.'수린 오빠는 애인이 생겼는지 슬슬 밤에 늦게 들어오기 시작한다. 카리스마 있는 척은 다 하더니만 결국 바람이 나고 말았군. 늦게 맞는 바람이 더 무섭다더니만. 영 정신을 못 차리네. 바보처럼 히죽거리기나 하고 말이야. 이제 곧 둘째 오빠 장가 갈 날도 멀지 않았다.'그러나 난 뭔가? 내 나이 벌써 27. 그 흔한 애인 한 명 없다니. 엄마는 둘째 오빠 장가보내고 날 시집보낼 생각에 머리가 아플 지경이시다. 애인이 없는 게 어디 내 탓이냐고? 그래도 내가 하나 찍어둔 사람이 있긴 하다. 우리 동네에서 용 났다고 칭송이 자자한 권천우. 아주 샤프하게 생겼다. 게다가 공부도 잘해서 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얼굴도 하얗게 생긴 게 딱 내 타입이다. 워낙에 공부를 싫어하는 나로서는 그 남자는 나의 이상형이 제일 가깝다. 그래. 엄마 조금만 기다려. 내가 떡하니 좋은 사윗감 물어올 테니 기대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