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처럼 차가운 물줄기조차 주희의 뜨겁게 달궈진 육체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뜨거워진 것은 겉이 아니라 속이었다. 녹아내릴 것처럼 달궈진 곳은 몸뚱이였다. 자궁에서부터 솟아난 뜨거운 불길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타올라 가녀린 복부를 타고 심장까지 뻗쳐나갔다.'“아……!”'안타까운 신음이 작은 입술을 뚫고 새어 나왔다. 두 손으로 젖가슴을 감싸 쥐듯 주물렀다. 자신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고 비벼대던 지훈의 눈썹과 높은 콧대와 감미로운 입술이 되살아났다. 그가 왜소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풍만하다며 행복해 마지않았던 젖가슴이었다. 모유가 되어 흘러나온 희뿌연 젖이 샤워 물에 씻겨 내려갔다. 아기를 낳으면 자기도 맛보게 해 줘야 한다고 어리광 부리던 그의 모습이 떠올랐다.'“나는…….”'미칠 것 같았다. 그의 입술이……. 깨끗한 크리스털 잔이 서로 부딪힐 때처럼 맑은 소리를 내며 나누었던 깊은 입맞춤이 미치도록 그리웠다. 가슴을 뭉개며, 심장을 터뜨릴 것처럼 압박하며 조여오던 그의 넓고 강한 가슴이 그리웠다. 그녀의 질과 자궁이 마치 제 집으로 난 길인 것처럼 당당하게 휘젓고 다니던 그의 움직임이 그리웠다.'작은 손을 젖어있는 사타구니로 가져갔다. 심장 뛰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그 속에는 그의 숨소리도 있었다. 혀로 귓불을 애무할 때 내는 소리도 있었다. 오른손 중지를 사타구니 안쪽으로 가져갔다. 언젠가 그가 가르쳐 주었던 자위……. 애달프게 움직이던 그녀의 손이 멈칫하였다.'희미하게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황급히 샤워를 잠그고 귀 기울여 보니, 잠에서 깬 지현이 자지러지고 있었다. 꿈이라도 꾼 것일까.'그녀는 알몸으로 차가운 바닥에 주저앉았다. 안타깝고 서러워 흐르는 눈물을 두 손으로 닦으며, 물방울이 맺혀진 천장이 야속한 하늘인 양 노려보았다.'아가는 계속 울고 있었다.'“응, 알았어. 예삐야, 엄마 여기 있어.”'서둘러 몸을 닦으며 욕실을 나가는 그녀의 얼굴에는 이미 욕정도 울음도 감추어져 있었다. 무엇을 잃고 무엇을 괴로워해야 하나, 결국은 남은 인생에 대한 자기 신세 한탄일 뿐이었다.'젖은 머리를 수건을 대충 감아올리고 우는 아기의 가슴을 토닥이는 그녀의 눈빛은 초점을 잃고 멍하니 있었다.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다. 그녀가 원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뿐이었다. '그때 난데없이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아가가 다시 깰까 봐 조바심을 내며 휴대폰을 연 그녀의 낯빛이 새하얗게 질렸다. 얼음같이 차가운 물로 샤워했기 때문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