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싫어! 재계약 할 때 그런 광고는 싫다고 했었어. 계약서 들고 와서 보여 줘?”'빨강 머리의 여자는 풍성한 머리숱이 흔들려 날릴 정도로 격렬하게 싫다는 소리를 외치고 있었다. 하지만 맞은편에 앉은 남자는 표정변화도 없고, 미동도 전혀 없다. ‘네가 그럴 줄 알았어.’ 감정변화 없는 얼굴은 그 생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아악, 내가 미쳤지. 왜 인간 강준한을 믿으라는 말에 덜렁 계약을 해서는 사서 고생을 하는 건지. 말 한마디 안 하실 거예요? 인.내.심. 한계 테스트 하는 거 아니죠? 우리 계약해지 할까요?”'웬만한 사람이라면 여배우가 계약해지 하자면 놀라 벌떡 일어서든지 아니면 살살 달래는 표정이라도 지을 텐데 남자는 말 그대로 무표정이었다. 그것만이 자신의 생각을 관철시킬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네 맘대로 해.’ 소리를 억지로 참고 있다는 것을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아니 소리치고 있는 당사자는 알고 있다. 그러기에 더더욱 방방 뛰고 있는 것이다.'“야! 나 안 해. 정말 안 해. 내가 그깟 위약금 백배 아니라 천 배 물어줘서라도 안 하고 만다.”'기어이 야! 소리가 나오는 대도 준한의 표정은 그대로였다. '‘조금만 더 약발을 받아라. 나도 한계다. 사월아, 그래도 네가 희생하는 것이 낮지. 이번 계약 성사시키지 못하면 꼼짝 없이 결혼이라는 굴레를 써야 하거든? 난 아직 싱글을 즐기고 싶단 말이다.’'“오빠! 나 이번 건 계약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몰라서 그래? 저쪽에서 가만히 있을 것 같아? 당장 붙잡혀 간다. 차라리 다른 광고 찍을게. 응? 오빠.”'‘잡혀 간다고? 맞다. 왜 그 생각을 못했지? 후, 내가 이모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이게 뭐냐.’ '듣기 좋은 바리톤의 목소리로 남자가 드디어 첫 말문을 열었다.'“능력 좋은 네가 광고주 설득시켜. 그러면 이번 계약 건은 없던 걸로 할게.”'“뭐야. 산 넘어 산이야? 내가 다른 사람은 다 이겨도 딱 한 사람, 아니 두 사람은 못 이긴다는 것 잘 알면서. 오빠, 제발 살려주라. 응? 대신 남자 모델로 유월 오빠, 내가 책임지고 설득시켜 줄게. 그러면 안 될까?”'“냉혈한 쥰(June)을 설득시킨다고? 자신 있어? 아무리 네 부탁이라도 이번 건은 힘들 텐데. 너 보다 더하면 더했지 절대 덜할 리 없는 고집쟁이를.”'“내가 살고 봐야지. 이번에 잡혀가면 꼼짝없이 결혼하게 된단 말이야. 지난번에 그러기로 약속하고 풀려났었는데. 설마 동생이 죽는다는데 하나뿐인 오빠가 도와주지 않을까. 그러니 오빠는 이모님이나 잘 설득 시키셔.”'“결혼? 독신선언 하지 않았었니? 그 얘기는 그때의 전쟁으로 끝난 걸로 아는데. 아니었어?”'준한의 의문 어린 시선을 받자 사월의 얼굴이 빨개졌다. 보기 드문 홍조였다. 물론 연기를 할 때는 감정이입을 해서 순진한 연기도, 억척스러운 연기도, 애절한 연기도 척척 해냈지만 사석에서 사월의 얼굴이 붉게 변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빌어먹을 독신선언 때문에 문제가 생긴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