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다른 얘기 하자.”''민성은 이미 그녀가 결혼했기에, 그래서 그녀와 결혼할 수 있다는 희망도 가질 수도 없기에, 결혼에 대해서는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았다. ''“혹시 자녀도 있니?”''“네. 아들 한 명 있어요.”''그가 묻는 질문에 고민을 하다 겨우 말하는 혜지였다. ''“그래? 그러면 아빠를 닮아서 잘생겼겠는데?”''자신의 아들인 줄도 모르고 다른 남자의 아들이라 말하는 그가 애처로웠다. 그렇지만 그에게 진실을 말할 수는 없었다. ''“맞아요. 아빠를 닮아서 정말 잘생겼어요.”''여전히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 맞추고 혜지는 똑바로 쳐다보며 대답 했다.''‘오빠를 닮아서 우리 혜성이 정말 잘생겼어요. 오빠가 혜성일 보면 아들이라고 알아 볼 수 있을까요?’''진실을 말하지 못하고 삭힌 말을 혜지는 속으로만 되뇌었다. '그러다 그가 그 세계에서 빠져나왔다고 말한다면, 만약 정말 그렇다면 그에게 진실을 말해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이 거짓으로 알려준 사실을 바로 잡아주고, 그에게로 돌아가도 될 것 같았다. 아직도 그를 사랑하고 있는 혜지는 점차 희망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빠, 저 묻고 싶은 게 있는데…….”''“뭔데, 그래?”''“흠, 혹시 지금도 거기에 있나요?”''그녀의 질문을 들은 민성은 생각지도 못했던 말을 갑작스럽게 묻자 난감해졌다. 어떻게 대답을 해줘야 하는 건지…….'그녀가 검사라는 걸 뻔히 알면서 말하기란 참으로 곤란한 일이었다. 하지만 숨길 수 없는 일. 민성은 그저 담담하게 말하기 시작했다.'“응. 내가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 너도 잘 알고 있잖아.”''민성의 말을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기다리던 혜지는 풍선에서 바람이 빠지듯 기대감은 한순간 푹 꺼져버렸다. ''“그렇군요. 아직도 그곳에 남아 있군요. 하긴 오빠는 언제나 그 보스라는 사람을 끔찍하게 생각했었죠.”''너무 기대를 했다가 실망을 해서인지 혜지는 조그맣고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