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있는 남자가 많다는 이유로 영미를 따라 온 블루라는 바(bar)는 고급스럽기도 했지만 그보다 정윤은 분위기가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첫 번째는, 손님들이 많음에도 조용한 점이 마음에 들었고, 두 번째는, 그녀의 얼굴을 평소보다 뽀얗고, 아름답게 비춰주고 있는 은은한 조명 빛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정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바로 세 번째이다. '드디어. 드디어! '27년 만에 그녀의 시선을 한눈에 사로잡은 남자를 발견했다는 것이다. 그로 인해 그녀의 심장은 지금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날뛰고 있었다.'‘신이시여! 드디어 저에게 남자를 보내 주신 겁니까.’'정윤은 두 손을 가슴 앞으로 모아 마주잡았다. 그리고 자신의 이상형에 너무나도 가까운 남자를 만났다는 기쁨과 감격에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영미야, 나 찾았어.”'“찾다니? 뭘?”'무턱대고 찾았다는 정윤의 말에 영미가 아무것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고 물었다.'“나 드디어 내 심장을 뛰게 만드는 남자를 찾은 것 같다고. 정말 지금껏 기다려 온 보람이 있나봐.”'“정말? 누구데? 어디에 있어?”'“영미야. 나 여기 데리고 와줘서, 정말 고맙다 고마워. 저 남자랑 잘 되면 이 은혜는 절대 잊지 않으마.” '“아휴, 답답해. 그러니까 그 남자가 어디에 있냐고.”'영미가 답답하다며 손바닥으로 자신의 가슴을 두들기며 말했다. '“저기보이지? 고독에 잠겨 외로이 술잔을 들이키고 있는 남자.”'영미의 시선이 그녀의 손가락을 따라 남자를 발견했다.'‘오호! 정말 천하의 나정윤이가 빠질 만하네.’ '“어쩜 저렇게 쓸쓸해 보이는 것도 멋있을까?”'영미는 말도 한 번 못해본 그 남자랑 벌써 사랑에 빠지기라도 한 듯 황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정윤을 보며 기막힌 웃음을 터트렸다. '“하, 얼씨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