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 어딜 봐! 이 자식, 너 변태…….”''“단추 떨어졌어. 거기.”''강현이 턱으로 가슴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아, 아…… 이게 왜 떨어졌지? 하하, 하하하.”''영채가 당황한 듯 단추가 떨어진 부위를 손으로 가리며 더듬거렸다. 그녀는 그와 눈을 똑바로 마주치지 못하고 계속 피했다. 무언가 찔리는 게 있을 때 그녀가 하는 행동이었다. 강현의 눈동자는 자꾸만 피하는 그녀의 시선을 집요하게 쫓았다.''그는 느릿하고 분명하게 말했다.''“너 밖에서 뭐 하고 왔어?”''오랜만에 들어보는 그의 차가운 음성이었다. 영채는 주눅이 든 듯 쭈뼛쭈뼛 손가락을 매만지면서 몸을 잔뜩 움츠렸다.''‘나 나이트에서 처음 본 남자한테 가서 야동 봤냐고 물어 봤다? 거기 나오는 체위들 모두 다 섭렵해봤는지도 물어 봤어! 그리고 그 유명한 원나잇 스탠드도 할 뻔했다? 호텔에 갔었는데, 물고 빨고 여기 막 주무르고…….’''취조 하는 사람처럼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서 눈을 밑으로 내리깐 채 무섭게 쳐다보고 있는 강현에게 이렇게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강현은 그녀의 어깨로 손을 가져다 댔다. 흠칫, 영채의 몸이 긴장을 했다. 그의 눈은 그녀의 미세한 반응 하나하나까지도 놓치지 않고 모두 흡수하고 있었다.''그는 그녀의 셔츠 어깨 쪽을 잡아 조심스레 옆으로 내린 후, 언뜻 보이는 쇄골과 목덜미를 뚫어져라 바라봤다.''낯선 놈의 흔적이 있는 지, 없는 지 확인하는 중이었다. 그는 낮게 깔린 음성으로 속삭이듯 말했다.''“생각 같아선 다 벗겨서 구석구석 확인하고 싶지만…… 믿는다.”''“으응.”''강현은 밑으로 약간 내렸던 셔츠를 조심스레 바로 해주며 뒤돌아섰다.''그가 현관문 밖으로 나서자 영채는 한숨을 푹 내쉬며 방 안으로 들어갔다. 십 년 감수했다. 강현에게 거짓말을 하면 꼭 들통이 나는 영채였다.''밖으로 나온 강현은 자동으로 잠기는 현관문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한 번 더 똑바로 잠겼는지 문고리를 잡아당겨 확인 했다. 그리고 미간을 좁히며 옆에 있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바지 주머니에 양손을 꽂아 넣고 가만히 선 그가 낮게 읊조렸다.''“내가 아껴 놓은 거, 또 상처 받고 울까봐 여태껏 참으면서 두 번 건드리지 못 하는 거, 만지면 깨질까, 부서질까 항상 조심스럽게 대하는 걸 다른 놈이 건들이거나, 조금이라도 흠집 내면…… 가만히 안 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