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옹성 같이 높은 담벼락을 돌아 달리던 검은색 벤츠 세 대가 약속이나 한 듯 일렬로 멈춰 섰다. 그리고 맨 앞 차량의 문이 열리고 건장한 사내 셋이 쏟아져 나와 차 옆에 나란히 섰다. 마지막에 멈춰 선 차량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온통 검은 양복차림의 사내들은 아직 열리지 않은 가운데 차량을 향해 일제히 앞으로 손을 모으고 최대한의 부동자세로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드디어 가운데 차량의 조수석 문이 열리고, 내려선 남자가 빠르게 뒷좌석의 문을 열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먼저 검은 구두가 땅에 닿으며 세련된 아르마니 정장에 감싸인 몸이 차안에서 빠져나왔다. '모습을 드러낸 남자는 숨을 앗아갈 정도로 수려한 외모의 소유자였다. 넓은 어깨선을 따라 긴 다리에 이르기까지 내제된 힘이 느껴졌다. '미처 눈을 보지 않았다면 그저 남자로서 지독히 잘생긴 외모라 여겼을 얼굴은, 날카롭게 번득이는 안광으로 인해 쉬이 범접할 수 없는 위화감을 불러 일으켰다.'바지주머니에 한 손을 넣고 있던 남자가 손을 빼며 좌우를 둘러보자, 그간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던 사내들이 일동 허리를 숙였다.'묵묵히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남자는 앞으로 높다란 담벼락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리더니 철문 사이로 천천히 걸어왔다. 다른 사내들이 따라나서려 하자, 간단한 손짓으로 저지하는 모습이 딱 웅크린 사자의 포효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