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나이 서른이면 하루가 일 년이라던데…….”'마주 앉고 일 분이 채 지나지 않아 떠들어대는 맞선남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유정은 잔뜩 부아가 치미는 듯 눈앞에 놓인 물 잔을 들어 벌컥벌컥 들이켰다. 정말 상종 못할 인간이었다. 도대체 그러는 자신은 얼마나 잘났기에 그 따위 표현을 서슴지 않는지, 마음 같아선 그의 주둥이를 찢고, 눈알을 뽑아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참을 인(忍) 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지 않던가. '유정은 자칭 ‘중전이마’라 칭하는 제 이마에 열심히 참을 인자를 새기며, 호흡을 가다듬었다. '정말 나오기 싫은 자리였다. 그런데 이번에도 나가지 않으면 머리카락을 몽땅 뽑아 불태워 버리겠다는 엄마의 말 때문에 할 수 없이 나온 맞선은 역시나 꽝! 이었다. '게다가 더 어처구니없는 것은, 눈앞에 앉아 있는 이 남자, 머리가 홀라당 벗겨졌다는 사실이었다. 그것도 모자라 얼굴에서는 개기름이 쫘르르 흐르고, 술은 또 어찌나 쳐드셨는지 배가 땅 넓은 줄 모르고 나와 있었다. 그 주제에 지 분수도 모르고 나불대는 꼴이라니. 마음 같아선 당장에 주리라도 틀고 싶었다.'“유정 씨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