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세영이 보냅시다.”'남편의 말에 침대에 누워있던 난주가 벌떡 일어나 옆에 누운 그를 노려보았다. 고운 그녀의 이마가 찡그려질 대로 찡그려졌다.'“보낼 것 같았으면 진작 보냈어요. 세영이 이제 열한 살이에요. 어린아이라구요. 좀 더 자라면 중학교, 고등학교도 들어가야 할 텐데 시골 어머님 댁에 보내잔 말이에요? 그래서 옳은 대학이나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아내의 말에 답답하다는 듯한 얼굴로 그마저 일어나 앉아, 그녀를 진정시켰다.'“원, 사람도. 누가 들으면 완전 산골짜긴 줄 알겠네. 서울에 비해서 작긴 하지만 그래도 도시란 말이오. 작지만 4년제 대학도 있고.”'“지방대 나와서 누가 알아주기나 한대요? 그리고, 엄마인 내가 이제 열한 살인 그 앨 떼놓고 살 수 있을 것 같냐구요. 정말 속상해.”'기어이 난주가 눈물을 글썽이자 그가 그녀를 다독거렸다.'“어쩌겠소? 그럼, 저 녀석 굶어죽게 내버려 둘 참이오? 보내주지 않으면 물 한 모금도 안 마시겠다잖아. 녀석 고집이 웬만해야 말이지. 오늘 하루 종일 아무 것도 안 먹었다고 당신 입으로도 말했잖소.”'“누굴 닮아서 고집이 센지. 쌍둥이가 어쩌면 저렇게 틀린지 모르겠네요. 얼굴은 똑 같이 생겨서는 속은 정반대니. 둘이 반씩만 섞었으면 좋겠어요. 도대체 엄마, 아빠 그리고 쌍둥이 동생이 있는 이곳 보다 어째서 할머니 할아버지가 계신 시골이 더 좋다는 건지 도무지 난 이해할 수가 없어요. 물론, 어머님이나 아버님께서 세영이 세희한테 각별하다는 건 나도 알아요. 하지만 어째서 엄마인 나보다 어머님과 더 살고 싶어하는지 알 수가 없다구요.”'낳아준 자신보다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고 싶다며 며칠 전부터 고집을 피우다, 급기야 식음을 전폐한 딸을 생각하자 서운함과 함께 오기가 치솟았다. 그녀는 매서운 얼굴로 남편을 바라보았다.'“기집애가 오냐오냐 했더니 쓸데없는 고집만 늘어서 그래요. 밥을 안 굶어봐서 저러는 거라구요. 두고 봐요. 내일 되면 잘못했다고 싹싹 빌며 밥 달라고 그럴 게 분명하니까요.”'난주는 다부진 얼굴로 딸의 고집을 꺾고야 말겠다고 굳게 다짐했다.'하지만 고집 센 난주의 딸 세영은 다음 날도 밥은커녕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아, 그녀의 속을 후벼 파놓았다. 급기야, 밤엔 온몸이 불덩어리처럼 열이 올라 집안이 발칵 뒤집혔다.'정신없이 남편과 함께 병원 응급실로 세영을 데려다 놓은 후, 겨우 마음을 진정시킨 난주는 속상해서 울어댔다. 한참을 남편의 가슴에서 운 그녀가 겨우 입을 열었다.'“……세영이 보내요.”'“응?”'남편의 되물음에 그녀는 눈물을 닦아내며 다시 말했다.'“저 고집 센 기집애 어머님께 보내자구요. 저 죽는 줄 모르고 어머님, 아버님이 좋다니 별 수 있어요? 보낼 수밖에요.”'“괜찮겠어?”'“딸내미 잡는 엄마가 될 순 없잖아요.”'난주의 대답에 남편이 그녀의 등을 토닥였다. 그러자 다시 서운함이 북받쳐 난주는 다시 훌쩍였다.'“어휴, 저 고집 센 거 안 볼 생각하니 속이 다 시원하네요, 뭐. 흑흑.”'마음에도 없는 말을 하는 난주의 등을 그는 한참이나 토닥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