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기덫에 갇히다

가는 비가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눈물처럼 소리 없이 떨어지던 빗방울들이 점차 굵어지더니 결국 오열하는 것처럼 천둥소리와 함께 강한 빗줄기를 퍼부었다. '호주로 향했던 한국항공 901편(747-67E)의 추락은 승객 225명 중 210명, 승무원 23명 중 19명이 사망, 총 2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사건이었다. 착륙실패로 인한 비행기 사고는 신문의 첫머리를 장식하고, 뉴스 속보로 알려졌다.'빗줄기가 거세지는 것만큼 유가족들의 통곡도 커져갔다. 화염으로 인해 심하게 그을려지거나 형체를 거의 알아볼 수 없는 시신들은 유가족의 가슴을 짓이겨 놓기에 충분했다.'“살기 위해 도망쳤을 텐데 꼭 죽으러 가는 꼴이 돼버렸군. 안 그래?”'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뭐 우리의 수고를 덜어주긴 했지만.’이라는 말을 덧붙이는 친구의 말에 남자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분주하게 오가는 많은 사람들과 쓰러질 듯한 유가족들 사이에서 무표정으로 서 있는 남자는 유난히 눈에 띄는 사람이었다. 칠흑처럼 어두운 눈을 지닌 남자는 무심한 눈빛으로 누군가의 사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예기치 못한 비행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가 죽였어야 할 사람의 것이었다.'그만 돌아가자는 친구의 말에 돌아서려던 남자는 무언가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왜 그래? 안 가?”

미리보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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