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형외과의 육중한 문을 열고 들어서자 외모의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과, 아름다움을 찾기 위해 성형의 문을 두드린 사람들이 북적북적했다. 혁도가 들어서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혁도에게로 향했다. 그런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혁도는 데스크로 다가갔다. 잠시 후 간호사가 혁도를 안내했다.'의자에 앉아 혁도를 기다리고 있던 원장은 보고 있던 서류철을 덮고 고개를 들었다. 잠시 목석이 된 듯 원장은 한참이나 혁도의 얼굴을 살피며 속으로 견적을 뽑는 중이었다. 이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아, 죄송합니다. 앉으시죠.”'떨리는 마음으로 의자에 앉은 혁도가 간신히 입을 열어 물었다.'“저, 성형을 좀 하고 싶어서 왔는데요.”'사십대 초반의 원장은 검은 뿔테 안경을 매만지며 살며시 입을 열었다.'“혹시, 장동건이나, 원빈의 얼굴을 원하신다면 저는 단호하게 거절하겠습니다.”'견적을 내본 결과 도저히 손 댈 수 없는 얼굴임을 알고 죽을 각오를 하고 말한 것이다. 수술 후에 환자가 망연자실하여 평정심을 잃어 곤욕을 겪었던 적이 많았기에, 수술 전에 못하겠다 말하고 욕 한번 먹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았다. 더구나 범상치 않은 혁도의 얼굴을 보고 평정심이 무너지면 뼈도 못 추릴 것 같아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내뱉은 말이었다.'그런 원장의 마음도 모르고 뭔 소린가 하여 혁도가 되물었다.'“네? 무슨 말씀이신지.”'“아, 간혹 남성분들이 오셔서는 장 동건이나 원빈처럼 해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으셔서……”'원장의 볼에 차츰 경련이 일어나고 있었다. 왜 아니겠는가, 공포스럽게 들이미는 혁도의 얼굴을 보고 어찌 떨지 않을 수 있겠는가.'“아닙니다. 저는 그 정도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선해 보이는 얼굴로만 해주시면 됩니다.”'원장은 고개를 좌로 흔들며 떨리는 다리를 진정시키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그렇게 되면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의 비용이 드는데, 가능하시겠습니까?”'원장의 말에 고개를 숙인 혁도가 대답했다.'“그렇군요. 네, 그렇겠죠.”'“저, 제 소견으로는 그냥 사셔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외모가 그렇게 중요한 것도 아니고, 제, 제가 보기엔 아주 조금 무섭게 생기셨을 뿐, 얼굴 전체를 성형할 정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겨우 겨우 설득을 시키려 말을 뱉어놓고 원장은 혁도의 동태를 살폈다. 잠시 후 천천히 고개를 든 혁도는 힘없이 일어났다.'“네, 감사합니다. 그럼…… 수고하세요.”'돌아서서 나가는 혁도의 뒤로 원장의 깊은 안도의 한숨 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윽고 혁도가 나가자 옆에 서 있던 간호사가 입을 열었다.'“설득만 조금 하시면 바로 성형할 것 같았는데, 왜 그러셨어요? 거물급 환자인데.”'“내 의사 생활 십년 만에 저렇게 두려운 환자는 처음이야.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감이 안와, 감이. 순하게 만들어달라는 것은 원빈하고 똑같이 만들어달라는 것이랑 다를 바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