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토스터에서 ‘탁’하는 소리와 함께 식빵 두 개가 튀어나왔다. 그러자 급한 손길이 곧장 식빵 하나를 낚아채가고 그 뒤를 이어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소란스러웠다.'스륵. '탁.'어지러운 발소리와 함께 서랍이 여닫히는 소리와 옷장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요란했다. 긴 동선이 필요치도 않은 좁은 공간에서 여자의 움직임은 꽤나 급했다.'“윽! 젠장!”'기어코 일이 터졌다. 입에 문 식빵을 급하게 씹으며 머리를 빗는 동시에 가방을 챙기던 서영은 결국 화장대 겸 책상으로 쓰는 테이블 모서리에 정강이를 부딪치고 말았다.'하지만 서영은 멍이 들었음이 분명한 정강이를 길게 들여다보지도 못했다. 지금 나가지 않으면 지각이다. 출근 첫날 지각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말이다.'서영은 단 두 벌뿐인 정장 중에서 좀 더 차분해 보이는 회색빛 바지 정장을 차려입었다. 그리고 옷걸이에 얌전히 걸어두었던 코트를 빼내 팔을 꿰었다. 검은색 서류가방을 들고 현관으로 나가면서도 서영은 하나 남은 식빵을 잊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