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봉오리가 꽤나 단단하다. 가느다란 가지마다 다이아몬드 형으로 맺힌 봉오리가 아직은 자주색이지만, 어느 사이엔가 만개해 특유의 선연하고도 흰 우아함을 뽐내겠지. 이 땅에서 나고 자라 열여덟 해. 바람이 불 때마다 흐드러지게 몰려다닐 목련 향을 끝내 맡지 못하고 고국을 떠나게 됨이 못내 서운했다.'“공주님, 열하 공주님. 왕께서 찾으시옵니다.”'유모가 추위와 뜀박질로 발갛게 달아오른 얼굴을 하고서 연방 숨을 가다듬었다.'“내 준비는 이미 끝났는걸.”'열하가 슬쩍 웃으며 일러주자, 유모의 눈에 눈물이 그렁하게 차올랐다. ‘아이, 왜 울어?’하고 퉁을 놓으니 유모가 구시렁구시렁하며 소맷자락으로 눈물을 찍어냈다.'“왜긴 왜겠습니까. 태어나실 때부터 제 손으로 수발 다 해 키워낸 곱디고운 공주님께서 이제 타국 황제의 첩실로 팔려가시게 되었으니…….”'“팔려감이 아니야.”'“아니긴요! 전쟁에서 패함도 서러운 터에, 해마다 공물을 바치는 것도 모자라 어리고 순결한 공주를 달라하니, 크론월의 황제가 악독하고 무자비하다는 소문이 사실인양 싶습니다.”'“유모는 입조심을 해야겠어. 혹여라도 아버님 앞에서 그런 소릴 했다간 큰 경을 치를 거야.”'“압니다. 제가 공주님 아니면 이런 속내를 어디서 털어놓겠습니까, 에휴.”'열하가 훌쩍거리는 유모를 뒤에 달고 궁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