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규휘, 제발.”'결국 옥이 까무러칠 듯 헐떡이다, 그만 두라 소리치며 제 어깨를 밀쳐내려 하자, 그 흥분을 도와줄 생각으로 은옥의 가슴에 고개를 묻고 아직도 제 타액이 흥건한 가슴꼭지를 입술로 세게 문채 고개를 흔들어 댄다. 그 야하기 짝이 없는 애무와 여인의 숨은 정점을 공격하는 쉼 없는 손놀림에, 얼마 지나지 않아 은옥의 몸이 물에 풀어지는 파란 물감처럼 침대 시트위에 푸르르 늘어지고 만다. '규휘는 지쳐 쓰러진 여린 제 여자의 몸 구석구석에 입을 맞추었다. 또 혼자 힘들게 한 건 아닌지. 그냥 하라니, 그 힘든 말을 하기까지 이 사람을 또 아프게 한 건 아닌지. 미안하고, 또 안타깝다. 그 마음을 그대로 전하듯 옥의 이마에, 눈 위에, 입술에, 가슴에, 배꼽 위에, 손바닥에, 손가락 하나하나에 모두 살뜰한 입맞춤을 내려놓는데 어느새 또 옥의 쪽빛 마음이, 살포시 제 뺨에 와 닿는다.'“사랑해. 사랑해, 규휘야.”'규휘의 아린 입맞춤이 무슨 의미인지를 안다. 많은 말들을, 힘든 말들을 다 할 수 없어 대신하는 애틋한 마음들이라는 것을 잘 아는 옥은. 먼저 그에게 사랑을 말해 주었다. 당신을 사랑하니, 다 괜찮다고. 당신이란 남자, 곁에 있는 것만으로 충분히 행복하다고.'“아팠니, 많이? 미안, 오빠가 또,”'“어? 눈 온다. 눈 와. 오빠.”'축 늘어져있던 옥의 손이 통유리로 처리 돼 야외가 다 보이는 한쪽 벽을 가리킨다. 그리고 정말, 도쿄의 까만 하늘에서 하늘하늘 눈이 내리고 있다. 이 따뜻한 도시 도쿄에, 가여운 두 사람의 사랑을 하얗게 가려주기라도 하듯 새해 첫눈이 내려앉고 있었다.'“가까이서 볼래. 가까이서 보고 싶어.”'살짝 웃는 옥의 말에 규휘가 침대 곁에 걸려있던 유카타를 내려 은옥에게 걸쳐주고, 그녀를 안아 올리려는데 어째 고개를 젓는다.'“업어줘. 업어주라, 설규휘.”'뭔들 못해줄까. 규휘가 얼른 제 등을 내민다. 옥의 눈에 넓고 넓은, 따뜻하고 또 따뜻한 설규휘의 등이 가득 찬다. 그 마음이 가득 차, 결국 옥의 두 눈까지 차오르고 만다. 겨우 참았던 쪽빛 눈물을, 그에게 보이지 않을 때가 돼서야 도르르 흘려버렸다.'“업혀, 옥 공주.”'그리고 아이처럼, 그의 등에 찰싹 업혔다. 분명 제 살에 닿는 곳은 설규휘의 등인데도, 자꾸만 그의 아픈 가슴이 느껴져 눈물이 난다. 규휘의 긴 다리가 참 빨리도 창가 쪽으로 절 데려가 가까이서 눈 내리는 야경을 볼 수 있게 해준다.'“옥아.”'우는 거, 알게 하면 안 되는데. 그럼, 착한 내 남자, 또 속상해할 텐데.'“울지 마. 울지 마라.”'아직 그의 등에 눈물 한 방울 떨구지 않았는데, 울먹임 한 번 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안 거야, 어떻게 안 거니. 눈치 빠른, 사랑하는 설규휘.'“눈 오잖아. 도쿄에 잘 내리지도 않는 눈. 예쁜 당신 위해 이렇게 내려주잖아. 그러니까 울지 마. 울지 마라…… 제발.”'은옥이 그의 이름을 부르며 규휘의 몸을 더 꽉 감고, 그의 어깨에 고개를 묻는다. 점점 어깨 쪽이 뜨거워짐에 그의 뺨도 젖어들고 만다.'“그냥, 우리 그냥 이렇게 살아. 이렇게 살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