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눈부시게 돌아가는 사이키 조명과 고막을 터트릴 것 같은 강력한 비트의 음악이 열기 가득한 홀 안을 후끈 달구고 있었다. '옷차림부터가 예사롭지 않은 남녀들이 미친 듯이 뒤엉켜 있는 이곳은 청담동에 위치한 한 회원제 사교클럽 내부였다. '취기가 오를 대로 오른 준하는 자신의 가슴팍에 풍만한 가슴을 뭉클 비벼대는 여자의 열에 들뜬 얼굴을 재미있게 들여다보며 피식 입 꼬리를 말아 올렸다. '“야! 너 우리 집에 자러 갈래?” '준하가 여자의 귓속에 뜨거운 입김을 불어 넣으며 소곤거렸다. '“응.” '술 취한 여자는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의 제안에 열렬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근데 한 가지는 분명히 하자. 설마 너 숫처녀라는 둥 책임지라는 둥 그런 헛소릴 지껄이진 않겠지?” '만취한 중에서도 그는 다짐 받듯 여자를 향해 단단히 물었다. ''비틀비틀 준하와 여자가 부둥켜안고서 대리석이 깔린 호화로운 빌라의 출입구 안으로 들어서자 나이 지긋한 경비는 못 마땅한 얼굴로 새어버린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이사 온 지 두어 달 남짓, 벌써 몇 번째 바뀐 여자를 끌어들이는 것인지?'‘딸이 없길 망정이지···.’ '그는 못 볼 것을 본 듯 속으로는 혀를 차면서도 정중한 거수경례를 덧붙였다. ''“제기랄!” '준하는 술기운으로 흐릿해진 시야 때문에 가늘게 눈을 뜨며 욕지기를 뱉어냈다. 현관문에 달린 도어락의 숫자가 춤이라도 추듯 이리저리 흔들리고 있었다. '“오빠, 왜 그래?” '복도 벽에 기댄 채 그가 문을 열기만을 기다리던 여자가 한참을 문 앞에 쪼그리고 앉아 오만가지 인상을 쓰고 있는 준하를 향해 몸을 기울이며 물었다. '“야! 네가 눌러라. #* 2004. 03. 23 *#” '“훗, 무슨 키워드가 달력날짜 같데? 중요한 날인가 봐?” '그가 불러주는 대로 버튼을 누르며 여자가 피식하고 웃었다. '“빙고! 2004년 3월 23일! 데이빗 스팩만이란 대단한 양반에게 완벽하게 엿먹은 아주, 아주 기념비적인 날이지. 쿡쿡.” '준하가 삐딱하게 웃으며 시니컬하게 중얼거렸다. '삐익, 기계음과 동시에 문이 열리자 그는 여자를 부둥켜안고는 비틀비틀 쏟아지듯 집안으로 들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