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 잘못 틀어 의과대학에 갇혀 지낸지 6년, 그 6년 동안 얼마나 고생한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뻔했다. 아니, 의과 생들에게 모두 묻는다면 아예 묻지 말라며 눈 밑에 다크서클을 주렁주렁 달고 소리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학과점이 제일 높다는 듣기만 해도 거북스러운 해부학시간에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던가? 예전 같았으면 의예과에 여자들이 얼마 없어서 그런 비명소리도 별로 들리지 않겠지만 유난히 여자동기들이 많았던 온화는 정말 고생이 심했다. 해부를 위해서 딱딱한 침대 위에 포르말린 냄새를 진하게 풍기고 있는 카데바(해부용 시신)를 바라보면서 아무리 그녀라도 얼마나 끔찍했었는지 모른다. 여자고 남자고 구별 없이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슬금슬금 물러나거나 구역질을 시작한 녀석들도 몇 있었지만 대부분 중요한 학점에 눈이 멀어서 굳게 입을 다물고서 본과 선배들이 장갑을 끼며 그들에게 혀를 차며 어이없다는 식으로 바라보았던 기억이 선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