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수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재빨리 잠수동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조금 있으면 잠수를 할 계획일 테니 지금쯤은 장비를 점검하고 있을 터였다. 대원들 몰래 그를 만나기가 정말 힘이 들었다. 그를 만나 다시 한 번 그들 사이에 대해 다짐을 두고 주의를 줄 생각이었지만 도대체가 둘만의 시간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 또한 그녀의 방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 그녀와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영숙이 버티고 있으니 그녀가 혼자 쓰는 방이라 해도 온전히 두 사람만의 공간이 아니었다. '현수는 잠수장비실의 문을 살짝 열어 안을 살폈다. 잠수복을 입은 채 저쪽 끝에 앉아 산소통을 점검하고 있는 그가 보였다. 그녀는 냉큼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고 그를 향해 다가갔다.'“얘기 좀 해요.”'그녀가 장비실 안으로 들어서자 태훈은 고개를 들었다. 그는 며칠 동안 여러 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다. 게다가 날이 갈수록 더욱 그녀를 원하는 자신의 욕망을 제어하기 힘든데도 그녀를 마음껏 안지 못한다는 것에 더욱 신경이 날카로워져 있었다. 그녀가 조금만 더 사람들의 눈을 덜 의식한다면 둘의 연애를 공개했으면 했다. 그러면 그녀에 대한 그의 마음을 더욱더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을 테고, 더불어 그녀를 설득하기도 쉬울 것이다. 하지만 도대체 그녀는 그와의 사랑보다 주변의 눈을 더 의식하니 답답할 노릇이었다.'“얘기? 난 당신과 얘기하는 것보다 다른 게 더 하고 싶은데.”'태훈은 자신의 답답한 속을 숨기고 그녀를 향해 미소를 머금었다. 그 모든 것은 어쨌든 그의 사정이었고 그녀를 향해 화를 낼 문제는 아니었다. 그녀가 연애에 소극적이라 해서 그것을 탓할 수는 없지 않는가.'“농담할 기분 아니에요.”'현수의 진지한 어투에 태훈은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