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4장'''''사사가 문을 열고 들어가자, 마치 제 집인 것처럼 의자에 앉아 거만하게 그녀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일단 자리에서 일어섰다.'“어서 오시지요, 마마.”'다정하게 말을 붙인 것은 다름 아닌 이연후였다. 노련한 그는 사사가 이제는 그들을 동반자가 아닌 적으로 간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제일 먼저 알아차렸다. 진교는 이연후와는 달리 말없이 그녀를 쏘아보고 있었다.'“큰일을 겪으셔서 얼마나 고초가 크시옵니까, 마마?”'“별것 아닙니다. 오히려 잘된 일이지요. 황제 폐하께오서 크나큰 은총을 내리시어, 백 번 죽어 마땅한 이 몸이 그저 근신 정도에서 그치게 되었으니 이 얼마나 다행한 일입니까?”'한 마디 한 마디마다 독이 발리지 않은 구절이 없다. 묵묵히 앉아 있던 진교가 그녀의 비꼼에 하는 수 없이 입을 열었다.'“그자는 지금 어디 있습니까?”'“누굴 찾는 거죠?”'“잘 아시지 않습니까?”'사사는 진교의 강한 눈빛에도 물러서지 않았다. 유하게 지내왔던 평소와는 달리 이번만큼은 절대 물러설 생각이 없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야 했다. 오가는 눈빛 속에는 말보다 더 진한 감정들이 속속 들어 있었다. 보다 못한 이연후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어허, 내시감, 왜 이러시는가? 마마께서는 지금 매우 예민한 상태이시네. 그런 걸 알면서 이리 밀어붙이면 되겠는가?”'단순한 한마디에 진교가 눈빛을 거두고 시선을 아래로 떨어뜨렸다. 이연후는 때를 놓치지 않고 한마디 덧붙였다.'“마마, 내시감이 요새 과중한 업무로 시달리고 있사옵니다. 마마께서 너그러이 이해하시지요.”'“내시감께서 바쁜 분이라는 건 저 역시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지난번 취화전에서 보았던 진교의 모습을 상기하며 사사가 딱 부러지게 답했다.'“허허, 그랬군요. 역시 마마께서는 흉중의 폭이 사내 못지않으시옵니다.”'너털웃음을 흘리며 그녀의 편을 들어주는 이연후였지만 사사는 결코 그가 고맙지 않았다. 아니, 고맙기는커녕 그가 더욱더 무서운 사람이라는 생각만 더해갈 뿐이었다. 차라리 직선적으로 물어보는 내시감이 상대하기 수월했다. 소리장도(笑裏藏刀) 같은 이연후는 대하기가 더욱 껄끄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