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은 소유. 그만 일어나?”'“으음…….”'“그만 정신 좀 차리지?”''소유는 더 자고 싶은데 어디선가 들리는 잠을 방해하는 목소리에, 그녀가 점차 잠에서 깨어나기 시작했다. 눈을 반쯤을 뜨고서는 아직까지 상황판단은 무리인 듯 멍하니 서진을 바라보았다.''“이제 정신이 좀 드나?”'“정신?”''정신이 드나니? 잠자는데 깨운 사람이 누군데! 아니 근데, 이 사람은 우리 집에 왜 있는 거야? 소유가 점점 더 선명해지는 서진의 얼굴을 보고 놀라서 두 눈을 번쩍 떴다.''“……당신? 우리 집에 어떻게 왔어요?”''소유가 묻자 서진이 황당하게 그녀를 바라보았다.''“내 앞에서 쓰러진 거 기억 안나나?”'“내가? 쓰러져요? 그러니까……졸도?”'“그래, 무슨 일인데 쓰러지기까지 하나?”''그녀는 서진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쓰러지다니 일명 졸도까지 하다니? 이날 이때까지 졸도한번 한적 없는데. 오늘 여러 가지를 경험하는 소유였다.''“난…….그냥 자고 싶어서.”''그랬다. 그녀는 정말 자고 싶었다. 자는 거 말고는 그 순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었다.''“뭐?”''서진이 그녀의 그냥 자고 싶었다는 말에 더 이상 말을 잊지를 못했다. 하긴, 처음에 그녀를 보았을 때 소유는 분명 자고 싶다고 말했었다 그녀의 말이 틀린 말도 아니었다.''“그런데? 여긴 우리 집이 아니네요?”''고개를 요리조리 주변을 둘러보던 소유가 서진에게 여기가 어디냐는 듯 물었다.''“호텔.”'서진이 간단하게 대답하고서 소유를 빤히 쳐다보았다. 정확히 소유의 상처 난 뺨을.''“호텔? 그러니까 내가 쓰러져 호텔로 왔다 이건가요?”'“그래.”'“이런.”'“이제 제정신이 돌아 왔으니 그 뺨에 대해서 얘기 좀 하지.”'“뺨? 아…….”''소유가 자신의 생채기가 난 뺨으로 손을 가져가 가렸다. 전생에 무슨 악연인지 이 남자는 정말 창피한 순간에만 만나는 거냔 말이다. 굿이라도 한판 해야 한단 말인가? 심각하게 고민하는 그녀였다.''“이 뺨은 그러니까 음……. 내 프라이버시에요.”''그녀가 설명을 꺼리다 생각난 듯 이내 사생활이라고 딱 잡아 땠다. 더 이상 서진에게 자신의 파란만장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은 소유였다.''“말하기 싫다 이건가?”'“당연하죠! 이건 내 사생활이라니깐요.”'“그러지.”''순순히 물러나는 서진이 이상하다는 듯 바라보던 소유가 서진의 다음 말에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굳이 당신한테 안 들어도 돼, 며칠 후면 다 알게 되겠지?”'“며칠이라니요? 내 뒷조사라도 하겠다는 거예요. 지금?”''뒷조사라도 할 듯이 말하는 서진의 말에, 기분이 나빠진 그녀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받아쳤다.''“당신이 말하기 싫어하는데 그렇게라도 해야지 않겠어?”'“허허. 당신!”'“말해.”''가자미눈을 만들어 그를 바라보던 소유가 입을 열었다.''“당신! 스토커 기질 다분한 거 알아요?”'“스토커라니?”''소유의 말에 서진이 재미있다는 듯 짓궂은 표정을 지었다.''“아니, 그렇잖아요. 스토커도 아닌데, 내 뒷조사는 왜 하려고 그런데요?”'“하고 싶어졌으니까.”'“그러니까! 왜 하고 싶어졌냐고요? 누가 내 뒷조사 하는 거 마음에 안 들어요.”'“왜 하고 싶어졌는지, 그걸 말해야 하나?”'“당연하죠! 설마하니, 나한테 첫눈에 반한 건 아닐 텐데. 내가 왜 궁금해요?”'“맞아.”'“뭐가 맞는다는 말이에요?”''소유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모르겠다는 듯 다시 물었다.''“당신한테 반한 거 맞아.”'“헉!”''바, 반했다고 누가? 누구한테? 저 남자가 나한테? 지금 반했다고 말 하는 거야?'놀란 소유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며, 아무렇지도 않게 반했다고 말하는 서진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벌어진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서진의 반했다는 말에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멍해진 그녀는, 나간 정신을 잡으려 애를 썼다. 저 남자가 자신에게 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고작 세 번째 만나는 남자였다. 그런데 반했다니. 말도 안 된다. 첫눈에 반했다는 말은 지극히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런 식으로 저 남자에게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분명 자신을 놀리고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