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새, 상단 내 사람들은 마름소랑의 눈치만 보며 슬슬 피하며 내내 조심스러웠다. '본디 부드러운 사람이 아니었다고는 해도 요즘처럼 일꾼들을 무섭게 다그치는 정도는 아니었다. 어제는 일꾼 중의 하나인 홍귀노미가 전날 마신 술이 과해 사람들의 눈길을 피해 구석에서 잠시 낮잠을 자다가 마름소랑에게 들켰다. 평시 같으면 한 번 무섭게 을러보고 말았을 일이다. 그러나 홍귀노미는 졸지에 짐을 부리는 일보다 몇 배는 힘이 든 일을 떠맡게 되었다. 아무도 도와주지 말라고도 하였는데 그것을 지시하는 마름소랑의 얼굴이 입도 달싹하지 못하게 무서웠다. 결국 그런 이유로 홍귀노미는 땀까지 뻘뻘 흘리며 혼자서 후원의 단단한 땅을 모조리 파내야 했다. 사내들이 대부분 긴 여정을 떠나고 난 뒤에 남을 여인들이 독을 쉽사리 묻을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이었다. '“산국 나리. 어찌 안 되겠습니까요?”'“무얼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