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른다. 분명 한번 이상 들었을 텐데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자신도 모르게 시선을 먼 곳으로 돌리게 만드는 아련함이 담겨 있는 잔잔한 음악……. '연서는 가만히 눈꺼풀을 내리고 음악 속에 빠져들었다. '이십 대엔 이어폰, 육십 대엔 보청기라는 난청에 대한 심각한 경고가 있지만 많은 사람 속에서 소음에 시달리지 않고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다. 그래서 젊은 사람들은 무시무시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이어폰을 포기하지 않는 건지 모른다.'감긴 눈꺼풀 위로 강한 빛이 쏟아졌다. 이마를 살짝 찌푸리며 눈을 떴다. 지하철은 어두컴컴한 땅속을 빠져나와 한강을 건너고 있었다. '완연한 봄이다. 십칠 년 만에 완전히 한국으로 돌아오던 날, 그녀의 눈에 들어온 풍경은 삭막하기 그지없었다. 내린 눈이 듬성듬성 녹아 지저분해 보였고, 공항에서 서울 시내까지 가는 길은 황량한 사막처럼 느껴질 정도로 앙상한 나무들이 초라하게 서 있었다. 서울 시내도 마찬가지였다. 차가운 칼바람에 한껏 몸을 웅크린 사람들이 걸음을 바삐 놀리며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