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천 번째 바람을 만나다'''''공원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트렁크를 열어 산을 오를 채비를 했다. 샌들을 벗어 등산화로 갈아 신고 등산용 조끼도 꺼내 걸쳤다. 몸을 풀 요량으로 속으로 하나 둘 구령까지 붙여가며 팔다리며 허리까지 꼼꼼하게 스트레칭을 하고 나니 묵직하던 몸이 조금은 여유를 되찾았다. 한결 시원한 공기가 폐부 깊숙이 들어찬 고민까지도 싹 걷어내는 기분이다.'“아저씨, 등산로가 이쪽으로 가는 게 맞아요?”'공원 입구에 큼지막하게 세워진 안내판을 목이 꺾어져라 올려다보던 아가씨가 옆을 지나가던 남자에게 물었다. 현민은 아까부터 그녀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그녀는 하얀 스니커즈에 맵시 좋은 청바지, 팡팡한 병아리색 점퍼에 야구모자 하나 꾹 눌러쓰고 있었다. 그가 안내판 옆에 차를 세울 때부터 그녀는 허리에 양손을 척 올려놓은 모양새로 그것을 쳐다보고 있었다. 안내판을 외우기라도 하는지 그 앞을 떠날 생각을 안 했다. 아니 못하는 건가? 이리 갸웃 저리 갸웃하며 안내판에 그려진 꼬불꼬불한 등산로를 A코스, B코스, C코스까지 손가락으로 따라가며 꼼꼼히도 들여다보고 있었다. 결국 그녀는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내쉬더니 옆을 스치던 중년 남자를 불러 세웠던 것이다. '“이쪽으로 올라가쇼.”'대충 대답하고 다시 걸어가려는 남자를 그녀가 다급히 다시 붙들었다.'“저기 그럼, B코스로 가려면 어느 길로 가는 건가요?”'근 20여분을 고민해서 고작 결정한 것이 B코스였던 모양이다. 현민은 한때 이 산을 이 잡듯이 뒤지고 다녔던 터라 3가지로 나뉜 등산코스 중에 B코스가 가장 무난한 코스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역시 예상대로 그녀는 산행에 별 자신이 없는 초보 등산객인 모양이다.'“이리로 올라가면 다 거기가 거기외다.”'귀찮은 기색의 남자는 여자의 위아래를 한심하게 훑어보곤 시간에 쫓기듯 먼저 올라가 버렸다. 어느 코스의 등산로를 택하든 처음은 같은 길로 올라가다가 중간에 세 가지 길로 나뉘게 된다. 길 곳곳에 안내판이 비치되어있어 부주의하지만 않다면 길을 잃을 염려가 없는 비교적 잘 개발된 등산로들이다. 다만 C코스의 등산로는 길 폭이 좁고 비탈진 곳이 드문드문 있어 처음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좀 힘들 수도 있다.'병아리색 여자는 중년 남자의 대답에도 영 자신이 없는지 야구 모자를 벗어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 바람에 묶어놓은 고무줄이 헐거워져 머리카락이 몇 가닥 삐져나왔다. 현민은 등산조끼에 생수통이며 수건 등을 챙겨 넣으면서도 계속 그녀를 곁눈질했다. 난감한 표정의 여자가 그냥 포기하고 내려갈지 기어이 등산을 감행할지 궁금했다. 자, 이제 어쩔 거지?'여자는 손가락으로 고무줄을 쭉 뽑아내어 풀어버리더니 머리를 흔들어 등에 출렁이게 했다. 샤라락 소리가 날듯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의 율동이 샴푸 CF를 연상케 했다. 머리카락 속에 코를 들이밀면 향긋한 꽃냄새가 맡아질 것 같고 비단결처럼 윤이 나는 그 속에 손가락을 집어넣으면 매끄럽게 미끄러질 것 같았다. '''''''2. 외나무다리를 건너다''3. 사랑을 피하는 방법''4. 사랑, 그대를 향한 향수''5. 그 집 앞 세레나데''6. 꿈꾸는 그림자 ''7. 사랑이 남긴 상처''8. 진짜 사랑, 가짜 사랑''9. 되 오면 그 자리에''10. 세상의 끝에 다다르다''Epilogue. 당신의 소중한''작가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