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햐. 자취 생활 오래 하다 보니 먹고 사는 게 젤 힘이 드는구나.”'가계에서 산 라면 봉지를 휘두르며 신영은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좋은 집, 따뜻한 가족. 때맞춰 나오는 식사를 내 팽겨 치고 이렇게 고생하며 살아야 하나. 이 고생을 해서 얻는 것이 무엇이뇨. 내가 부귀영화를 누릴 것인가? 아님 세상에 이름을 드높일 것인가. 결국은 이리저리 사는 한세상일 뿐인데.’ '나이에 맞지 않게 신세 한탄을 하고 있자니, 정말 자신이 보잘 것 없어지고, 호기 있게 뛰쳐나왔던 집엘 다시 기어서라도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아졌다. '“사람이 춥고 배고프고 갈데없으면 그지 된다더니, 내가 완전 그 신세네.”'슬리퍼를 질질 끌며 걷던 신영은 땅바닥에 굴러다니는 작은 돌을 노려보다가 화풀이라도 하는 듯 발로 뻥 찼다. '“아악. 어떤 놈이야? 어떤 놈이 대낮에 사람한테 돌을 던져?”'가계 맞은편에 있는 우유 보급소에서 외판 중이던 아주머니가 신영이 찬 돌에 이마를 정통으로 맞아 주먹을 들썩거리며 화를 냈다. 범인을 찾기 위해 주위를 두리번거리시던 아주머니는 신영이 찼다는 생각을 못하시고는, 신영의 앞쪽에 걸어가던 중학생 남자애 둘을 범인으로 여기고 노려보며, 현 교육의 문제점을 개탄하고 계셨다.'“헉.” '신영은 조금한 신음 소리를 내고는 최대한 조신한 걸음으로 우유 보급소를 지나쳤다. 저 아줌마에게 걸리면 뼈도 못 추린다. 장풍보다 무섭다는 저 강력한 내공의 입풍 때문에.'“큭큭큭.”'신영은 아까 아줌마의 이마에 난 작은 혹을 생각하며 혼자서 킥킥거렸다. 사실 너무나 잘못한 일이고 만약 돌멩이의 크기라도 커서 아줌마가 병원에 실려라도 가셨으면 큰일이었겠지만, 다행히 작은 일로 끝이 났고, 그 아줌마의 하마 같은 입에서 흘러나오는 말들은 왠지 미안함보다는 웃음이 먼저 나게 한 것이다.'“아줌마 미안해요. 치료비는 저번에 다 못 마신 우유 값으로 대신 하세요.”'신영은 갑자기 업 된 기분을 느끼며 다시 라면 봉지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301동 6,7라인 입구에 들어서자 이사 전문 용역 업체의 차량이 떡 하니 현관문에 걸쳐져 있었다. 신영은 어디 이사를 왔는지 궁금해 하며 이리저리 고개를 갸웃거리다 차에서 하나씩 나오는 짐에 혀를 내둘렀다. '“흐미. 말로만 듣던 PDP TV. 못해도 40인치는 나오겠다. 뉘 집인지 너무 가까이 하고 싶네. 아저씨. 아저씨. 이거 어디로 이사 온 거예요?”'“네? 아 407호요.”'이삿짐을 나르던 아저씨는 꼬질꼬질한 차림의 이상한 여자가 관심을 보이자, 경계하는 눈초리로 대답했다.'유일한 낙이자 취미가 TV속 드라마 보며 혼자 연예인 자체 평가하기인 신영은, 19인치의 볼록 TV에서 벗어나 벽걸이형 TV를 집에 걸어 보는 것이 소원이었지만 한두푼 하는 것도 아니고, 쥐꼬리만한 작가 월급에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신영은 저 TV만으로도 저 집사람과 친해지고 싶어졌다. 왠지 부르조아의 냄새가 느껴졌다.''''''1.그들의 만남은 처절했다''2.인연의 시작''3.길들이기''4.운명의 소용돌이''5.현재는 과거의 급물살에 휩쓸리고.''6.트라이앵글''7. 과거는 현재로, 현재는 과거로……''8. 토네이도''9.여행 -제부도의 푸른 밤''10.악연들''11.벼랑 끝에서의 탈출''에필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