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딱딱따다닥 딱.”'목탁 소리가 빨라지는가 싶더니 다시 일정한 리듬을 탔다.'소리의 조화란 참으로 묘한 것이었다. 문이란 문을 활짝 열어 놓았어도 찜통 같은 더위가 가셔지지 않았지만, 들려오는 소리가 숨통을 트이게 하고 있었다. '염불 소리 너머로 들리는 새 울음소리, 바람이 나무 사이로 사각거리며 지나가는 소리, 지나가는 사람들의 잔잔한 목소리.'눈을 감고 들으면 평화 그 자체였다.'정민은 숙였던 고개를 들고 무감각해져 버린 눈으로 검은 옷차림의 사람들을 죽 훑었다. 그들의 차림새는 들려오는 소리들과는 동떨어진 것이었다.'정민은 자신이 매고 있는 검은색 넥타이로 손을 뻗었다가 아래로 떨어뜨렸다. 저만치 앞에 놓인 해맑게 웃고 있는 여자 사진이 그의 심장을 고통스럽게 죄고 있어 감히 움직일 엄두도 못 내게 만들었다.'그녀의 얼굴에는 그가 확인해야 했던 처참한 흔적이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순수한 웃음으로 그를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다.'정민은 입술을 실룩거리다가 결국 사진 속의 그녀와 같은 웃음을 짓고 말았다. 고통스러운 심장 고동에도 불구하고 그의 귀에 들리는 여자의 웃음소리가 그의 입술을 움직이게 만든 것이다. '‘정민 씨, 어서 와. 나 여기 있어. 내 품으로 와. 내가 안아 줄게.’'사랑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오자 정민은 눈을 감았다. 손을 뻗으면 금방이라도 그녀의 몸과 얼굴을 만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의 심장이 두근두근 뛰기 시작하고, 피가 다시 도는 게 느껴졌다.'그녀가 여기 있어. '그러나 밖에서 들려오는 왁자지껄한 소리에 그의 연인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정민은 눈을 번쩍 뜨고 이를 악물었다.'“서 이사님, 이번 사고로 미국으로 가는 게 맞습니까?”'“사모님과 따님의 생명을 앗아간 운전자가 만취 상태였다고 하는데요. 지금 심정이 어떻습니까?”'뒤에서 카메라가 햇빛에 반사되어 반짝거리기가 무섭게 경호원들이 들이닥쳤다. 순식간에 사방이 소음으로 뒤덮여 버렸다.'“고인의 명복을 비는 의식입니다. 마지막 가는 길, 편히 갈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염불을 따라 외우고 있던 사람들이 술렁거리기 시작하자 서 회장이 언성을 높였다.'“첫 손주를, 그것도 쌍둥이를 한꺼번에 잃으셨는데 한 말씀해 주시죠.”'정민은 실랑이를 벌이면서도 질문을 멈추지 않는 기자들의 목소리에 주먹을 쥐었다.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그의 심장을 짓누르면서 고동을 느리고 약하게 만들고 있었다.'“더 이상 진행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쯤 해 두시죠.”'경호원들이 기자들의 몸을 떠밀자 힘이 열세한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내몰려졌다.'“서정민 이사는 세상을 가졌는데, 가장 중요한 것을 잃었군요. 세상을 얻어도 사랑을 잃었으니…….”'기자들 중 누군가 무심히 내뱉은 말이 비수가 되어 그의 심장에 꽂혔다.'세상을 가졌다고, 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