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청명 사장님. 취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6년만인데 제가 별로 반갑지 않으신가 봐요?”'녀석은 달라진 것이 없었다. 훤칠한 키, 조각 같은 얼굴에 끝장나는 스타일. 그리고 저 얄미운 썩소와 비꼬는 말투까지도 예전 그대로였다.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그는 지금 잘 나가는 영화배우라는 것이고 그녀는 외할아버지의 성화에 못 이겨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그가 소속되어 있는 회사의 사장으로 취임했다는 것이었다. 월급쟁이 사장이지만 그래도 사장은 사장인데 도대체가 예의 따위는 모두 밥 말아먹은 것 같은 그의 태도에 그녀는 화가 나서 폭발하기 일보 직전이었다.'무슨 악연이 이리도 질긴 걸까? 그녀는 불쑥 자신 앞으로 내밀려져 악수를 청하고 있는 그의 손을 빤히 쳐다봤다. 그리고 미간을 잔뜩 좁혔다. 손마저도 얄미워 보였다. 확 깨물어서 야금야금 씹어 버리고 싶다는 충동.'침착 하자, 침착 하자. 날이 날이니 만큼 침착하고, 태연하게, 의연한 모습을 보여 줘야해. 청명은 자신의 손을 꽤 오랜 시간동안 맞잡혀지길 기다리고 있던 그의 손 쪽으로 뻗었다. 6년만의 악수가 성립되려 할 때, 그의 손은 그녀의 시야에서 쏙 사라져 버렸다. 제길! 또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