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7일. 늦봄치고는 심하게 덥거나 춥지 않았던 화창한 날씨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엄마!”' 선이 연결되어 있지 않은 전화기를 어깨와 얼굴 사이에 대충 껴놓고 간단하게 통화를 끝내려고 하였던 마음을 순식간에 바꾸고 명현은 심각하게 노려보고 있었던 노트북의 화면을 꺼버렸다.' “찬영이니?”' -“네! 엄마, 엄마. 오늘 제 생일이요!”' 너무나 들떠 있는 찬영의 목소리에 절로 웃음이 터졌다. 명현은 가볍게 웃음소리를 내며 의자에서 일어서 앉아 있는 소파의 등받이에 몸을 푹 묻었다. 찬영이와의 통화는 빨리 끝날 때도, 꽤 오래 걸릴 때도 있었지만 언제나 그녀는 아이와 통화를 할 때면 다른 일에 손을 절대로 대지 않았다. 정신을 통화에 온통 집중해도 모자라다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알지. 엄마가 우리 찬영이 생일을 어떻게 잊겠어? 이미 선물도 다 사다 놓았으니까 걱정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