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방안으로 들어온 기훈이 제일 먼저 한 일은 TV를 켜는 일이었다. 마침 뉴스 속보가 방송되고 있었다. '“지난 5일 인봉 그룹 최인봉 회장의 장남 최주혁 씨를 살해한 혐의로 체포된 김영철 씨가 오늘 오후 검찰에 소환 되었습니다.” '여자의 남편이 그렇게까지 하리라고는 기훈도 예상을 하지 못했었다. 단지 약간의 잡음과 매스컴의 떠벌림 정도만으로도 얼마든지 주혁에 대한 최 회장의 신임을 떨어뜨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었다. 서서히 일을 꾸며 천천히 주혁의 위치를 흔들리게 할 생각뿐이었다. 주혁을 미워했지만 그가 죽기를 바란 적은 한번도 없었다. 하지만 차라리 잘 된 일이었다. 뜻밖의 어부지리라니……. '주혁을 죽인 김영철은 정신병자이거나 아님 방탕한 아내를 아주 사랑한 어리석은 남편이든지 둘 중의 하나가 분명했다. 불륜의 현장에서 김영철의 칼을 맞고 기훈의 형이자 인봉그룹의 차세대 리더인 최주혁이 죽었다. ''엄밀히 말하면 기훈은 최 회장의 핏줄이 아니었다. 최 회장의 첫 번째 부인이 죽고 새로 맞아들인 두 번째 부인이 데리고 들어온 자식일 뿐이었다. 최 회장은 친절하게 기훈과 서훈을 호적에 올려주었고, 자신의 성을 주었다. 하지만 눈에 띄는 최 회장의 차별은 아직 어린 서훈과 달리 기훈의 마음속에 서서히 분노를 심어 놓았고, 주혁을 무너뜨리는 것을 기훈의 일생일대의 과업으로 만들게 하고야 말았다. '우연히 알게 된 사실이었다. 매사에 완벽하기로 정평이 나있는 그래서 아버지 아니 최 회장의 신임을 한 몸에 받으며 장차 그룹을 이끌어가게 될 최주혁의 아킬레스건을 말이다. 최 회장의 반대로 결국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첫사랑의 여자. 그 여자는 어느 날 갑자기 조용히 사라졌고, 여자를 찾아 헤매던 끝에 간신히 5년 만에 그 여자를 찾아냈지만 여자는 이미 다른 남자의 아내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첫사랑의 감정을 쉬이 놓지 못한 주혁은 여자와 만나다가 결국은 여자의 남편인 김영철의 손에 살해당하고 말았다. 물론 김영철에게 소스를 제공한 것은 기훈이었지만 말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자신이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이미 김영철은 아내의 불륜을 알고 있었던 것 같았다. 기훈은 김영철을 부추기며 최주혁의 부조리한 사생활을 매스컴에 떠벌려 줄 것을 종용했다. 단지 그뿐이었는데 상황이 뜻하지 않게 돌아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