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영과 나림이 쓰고 있는 방은 옷장과 화장대와 서랍장 그리고 양쪽 벽에 길게 배치된 두 개의 침대로 꽉 차 꽤 복잡했다. '답답해.'오늘따라 왜 이리 방이 답답한지. '넓은 방, 그녀 혼자 쓰는 방이라는 상상의 나래를 펴며 나영은 눈을 감았다. 하지만 건너편 침대에서 색색 자고 있는 나림의 숨소리가 그녀의 상상을 여지없이 깨부셨다. 방주인은 그녀만이 아니라는 현실로 돌아온 나영이 건너편의 나림을 바라보았다.'참 잘도 잔다! '깨워서 수다라도 떨어볼까 싶은 생각이 굴뚝같음에도 워낙에 까칠한 나림인지라 깨울 엄두가 나지 않았다. 나림은 평소에 자신의 잠을 깨우는 것은 죽어 마땅할 죄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얼마 전에도 자는 나림을 깨웠다가 ‘네가 지금 나의 미모를 시샘하는 거지? 그래서 숙면을 방해해 내 피부를 거칠게 만들려는 거지?’ 라며 휘두르는 베개에 된통 얻어 맞았었다. 그깟 배게야 몇 대 맞으면 그만이지만 그 후에 계속 될 신경질과 잔소리가 얼마나 끔찍한지 잘 알기에 나영은 나림을 깨우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눌렀다.'“잠 좀 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