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업소들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전광판들은 제각각의 색깔을 자랑이라도 하듯 환하게 밝혀진 채 깜박거리고 있었다. 세화가 약속 장소에 도착했을 무렵, 거리에는 짙은 어둠이 잠식하듯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막 닫히려는 엘리베이터에 뛰어든 세화는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띠고 가쁜 호흡을 골랐다. 한낮의 뜨거운 열기는 물러갔다고는 해도 살인적인 무더위를 자랑하는 7월이었던 탓에 가쁜 숨을 몰아쉬는 그녀의 등줄기로 땀방울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오늘로 세화는 서른두 살의 생일을 맞았다. 몇 달 동안 연락조차 없던 친구가 저녁이라도 먹자는 연락을 해오자 세화는 얼씨구나 하는 심정으로 퇴근 즉시 약속 장소로 가는 중이었다. '자신조차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있던 생일을 기억해준 친구에게 감격에 가까운 고마움까지 느끼며 약속 장소인 스테이크하우스가 있는 10층 버튼을 눌렀다. 오랜만의 외출에 저절로 흥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