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사는 패션 천재 6권(완결)
다시 사는 패션 천재 6권(완결)
목차
126화 팬이니까요
127화 야반도주
128화 그거, 만들어 왔어요
129화 첫 샘플부터 훌륭해
130화 이 집, 네 거야
131화 운동해라
132화 올해 남은 일들
133화 파운딩바니 키즈
134화 패션업계의 다른 축
135화 코스메틱을 시작하는 법
136화 떡토끼들의 화력
137화 다 알면서 모르는 체
138화 버텨라, 내 이성
139화 해피 뉴 이어
140화 회사를 문어로 만든 겁니까?
141화 뉴욕에서 온 초대장
142화 방송보다 더 엄청난 데
143화 사업가의 자격
144화 상자에서 나온 것
145화 어쩐지 조용하더라
146화 아버님이라고 불러라
147화 패션업계를 틀어쥘 수단
148화 아침을 깨우는 체조
149화 패션 피플
150화 런웨이의 두 사람(완결)
다시 사는 패션 천재 6권(완결)
126화 팬이니까요
-대표님 사진 올립니다.
서명준 팬카페는 이제 막 생겼고, 따라서 팬들은 덕질을 하고 싶어도 할 게 없었다.
그 와중에 떨어진 폭탄.
└파운딩바니 사무실인가요?!?!
└파운딩바니 직원인 듯
└서명준 대표님 잘생겼어!!!
갑자기 올라온 대량의 사진에 댓글이 주렁주렁 달렸다.
자기 자리에서 일하는 서명준, 디자이너와 의견을 나누는 서명준, 샘플을 입어보는 서명준.
팬들은 오직 파운딩바니 직원만이 찍을 수 있는 사진에 열광했다.
└근데 마지막 사진 뭐죠?
└└그게 왜요?
└└└저런 코트 처음 봐요.
서명준의 팬 중에는 디자이너도 있었고, 당연히 그들은 많은 옷 사진을 머릿속에 담아 두고 있다.
하지만 지금 서명준이 입은 코트가 어디 옷인지 떠올려 보니,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서명준 코트 본 적 있는 사람?
└나도 처음.
└로고가 없는데? 보세인가?
-우리나라 옷은 아님.
└명품도 아님.
└SPA도 아님.
└그럼 뭐야?
패션에 관심 많은 일반인, 각 분야에 포진해 있는 디자이너와 업계 관계자들.
그들이 의견을 모은 끝에 나온 결론은 하나였다.
-주문제작 같은데?
└이거다!
└내 결론이랑 같다ㅋ
오직 서명준만을 위해 만들어진 옷.
살짝 핀트가 엇나가기는 했지만, 코트를 만든 안나리의 의도를 감안하면 거의 정확한 추측이었다.
“오… 의외로 다들 예리해.”
그리고 그 모습을 느긋하게 보며 즐기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그 대량의 사진을 업로드한 장본인이었다.
“누가 예리한데요?”
정효주 팀장이 물었다.
옆에서 하도 신나게 떠드니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었다.
“명준이 팬들이요. 이거 좀 봐요.”
윤설희가 모니터를 옆으로 돌려서 팬카페의 상황을 알려 줬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는 제목만 쓱 훑어봐도 충분히 알 만했다.
“벌써 홍보 들어간 거예요?”
“들어갔다기보다, 그냥 개인적인 활동?”
그 개인적인 활동이라는 게 남친을 위해 팬카페에 잠입하여 홍보활동을 하는 것이라니.
정효주 팀장은 연애하는 사람의 뇌 구조가 자신과 다르다는 데 감탄이 나왔다.
“그런데 그거, 결론 틀렸잖아요.”
“무슨 결론이요?”
“주문제작이요.”
“틀렸지만, 뭐 어때요? 이런 결론 나오는 게 재밌고 귀엽지 않아요?”
딴에는 맞는 말인 게, 원래 선생님에게는 학생들이 오답을 내고 기뻐하는 모습이 귀여워 보인다.
“동의는 하는데, 그러면서도 언제 정답을 알려 줄까 고민도 되지 않아요?”
“그러면 재미없어요. 홍보 효과도 없고.”
윤설희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개인방송을 반년 넘게 해서 그런가, 다른 사람과 밀당하는 실력이 예사롭지 않았다.
“여기서는 이렇게….”
윤설희가 또다시 사진을 몇 장 골라서 팬카페에 업로드했다.
그 사진들 중에는 코트의 정체를 암시하는 키, 즉 서명준의 착장샷 촬영 사진이 있었다.
“오….”
정효주 팀장이 옆에서 감탄했다.
포즈를 잡은 서명준을 멀리서 찍느라, 김재영 사진작가의 카메라가 같이 찍혔다.
이게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가.
-우리 대표님, 모델하신다!
└근데 그 코트다ㅋㅋㅋㅋㅋ
└나만 이거 의미 모르나?
└└주문제작 아니라는 거예요.
-올 겨울 내 남친한테 입힐 코트가 결정됐다!
└그래서 출시일 언제죠?
-울 남편한테는 안 어울릴 듯.
└남편분 사이즈가?
└XXXL요.
└아…
거기까지 하고 나니 기어이 윤설희에게 쪽지가 날아왔다.
[파운딩바니 직원이시면 운영진으로 승급시켜 드릴까요?]
윤설희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남친의 팬카페를 직접 관리한다니, 이 얼마나 훌륭한 여친이란 말인가.
[직원 맞아요. 하겠습니다!]
그렇게 답장을 보내고, 윤설희는 의기양양한 웃음을 지었다.
* * *
―플랜B, 제작 결정했다.
할아버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머리 꼬리 다 자르고 몸통만 남기셨지만, 무슨 뜻인지 알아듣는 데는 문제없었다.
“달토끼 직원들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드셨나 봐요?”
―너희 디자이너만큼은 안 됐다만 썩 나쁘지는 않았다. 덕분에 몇 개는 제작하기로 했어.
정효주 팀장이 맡은 달토끼 디자인 외주는 10종이었다.
그걸로 한창 잘나가는 브랜드인 달토끼의 신상 라인업을 다 채우기는 무리였던 거지.
그래서 지난 가을 시즌에도 그랬듯, 달토끼 직원들의 디자인도 몇 개는 살렸다는 얘기다.
“잘 됐네요. 다음 시즌은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요?”
―두고 봐야 알지 않겠느냐? 청어 든 선창에 메기 한 마리 넣은 꼴이 됐는지도 모르니.
정효주 팀장이 달토끼 직원들에게 적절한 스트레스를 주는 존재로 등극했다는 뜻이다.
“그거야말로 두고 보면 알겠죠. 우리 정효주 팀장, 바쁩니다. 다음 외주는 못 받을지도 몰라요.”
―디자이너 많으면서 쩨쩨하게도 굴기는.
“셋밖에 안 되거든요?”
그 셋이 과거에 쌓아놓은 디자인이 많았던 덕분에 달토끼 외주도 처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은주 누나를 제외하고, 안나리와 정효주 팀장의 과거 디자인은 다 소진됐다.
더 주려면 시간이 꽤 걸린단 말이지.
‘디자인은 했지만 우리가 못 쓰는 것들, 그런 것들이 금방 쌓이는 게 아니니까.’
이래저래 달토끼 스스로 역량을 키워야 한다.
언제고 우리가 인수하고 나면 또 이야기가 다르겠지만, 그러기에는 시기가 일러.
―달토끼 처음 만들 때 기억나느냐?
“기억하죠.”
―그때 네가 그러지 않았더냐. 디자인 남아돈다고.
“그래서 세 시즌이나 해결해 드렸잖아요.”
―고 녀석, 한 마디도 지질 않어, 어떻게.
디자인이 없는 건 아니다. 은주 누나의 노트를 털면 세 시즌이 뭐야, 열 시즌도 해결될걸.
하지만 그 노트는 파운딩바니의 미래이기도 하니, 함부로 털 수도 없다.
“정 자신 없으면 말씀하세요. 도와드릴게요.”
―이 할애비가 손주한테 허리 구부리는 꼴을 봐야겠다, 이 얘기냐?
“불러다가 호통부터 치실 분이 허리를 굽힐 리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