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 레벨업 in 무림 05권
삼류무사 레벨업 in 무림 05권
삼류무사 레벨업 in 무림
05
휴헤
삼류무사 레벨업 in 무림 05권
차례
제31장. 교주
제32장. 대라혼원공
제33장. 비응방
제34장. 객잔
제35장. 관군
제36장. 눈 속의 사람들
제37장. 사천
제38장. 당문
제39장. 설산
삼류무사 레벨업 in 무림 05권
제31장. 교주
“푸확!”
나는 피를 토해냈다.
뭐지?
손으로 목을 짚어보니, 멀쩡히 붙어 있었다.
방금 목이 잘린 건 환영이었나?
하지만 한가하게 생각하고 있을 틈은 없었다.
나는 설아검을 뽑아 응수하려 했다.
하지만 노인은 이미 나를 향해 검지를 뻗고 있었다.
손가락 끝이 붉게 변하더니, 지풍이 쏘아졌다.
팡!
나는 이번에도 피하려 했다.
하지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내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 뚫려 있었다.
“쿨럭!”
나는 피를 한 바가지를 쏟아내며 쓰러졌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가슴의 상처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 뒤로도 노인의 공격은 계속되었다.
나는 팔다리가 모두 잘려 나가기도 했고.
배에서 내장을 모조리 쏟아내며 바닥을 뒹굴기도 했다.
그때마다 찾아오는 끔찍한 격통은 덤이었다.
나는 필사적으로 노인의 공격을 방어하려 했지만, 단 한 번도 방어에 성공하지 못했다.
명안을 최대로 사용하고.
내가 가진 모든 수를 썼는데도 그렇다.
압도적인 강함.
나와 노인의 사이에는 아득한 격차가 있었다.
노인은 절정 고수.
어쩌면…… 그 너머의 경지에 다다른 절대 고수일지도 모르겠다.
그 모든 과정에서 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무표정한 얼굴로.
그저 해야 할 일을 한다는 듯이 사무적인 태도로 나를 죽였다.
그렇게 내가 일곱 번이나 죽었을 때쯤.
마침내 노인이 멈췄다.
“흠. 이 정도면 되겠군.”
쇠를 긁는듯한 거슬리는 목소리.
천천히 다가온 노인은 핏발 선 눈으로 나를 내려다보았다.
“당신은. 누구…… 끄아아아!”
노인이 손을 뻗어 내 머릿속에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주름진 손이 내 두뇌를 주물럭거리는 게 생생히 느껴진다.
동시에 나는 정신이 아득해지는 감각을 느꼈다.
무언가가. 무언가가 내 머릿속으로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흠. 생각보다 괜찮은 몸이군. 잘 단련한다면, 쓸만하겠어.]
그건, 노인의 목소리였다.
노인이 내 머릿속에 들어오려 하고 있는 것이다!
몸이 천천히 굳어간다.
손가락 같은 신체의 말단부터 시작해, 점점 몸에 대한 통제권을 잃고 있다.
팔이 제멋대로 움직인다.
아니, 제멋대로가 아니다.
노인의 의지가 나의 팔을 움직이고 있는 거다.
‘이대로 가다가는 몸을 빼앗기고 만다!’
깊게 고민할 시간은 없다.
어떻게든 저항해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나는 이미 정신적으로 크게 지쳐 있다.
노인이 나를 연거푸 죽여서 고통을 가한 건, 바로 정신의 장벽을 허물어트리기 위해서겠지.
그렇다면 어떡하지?
이대로 순순히 몸을 내준다?
‘그건 절대 안 돼.’
이름도 모르는 노인네에게 내 몸을 내줄쏘냐.
그럴 바에야…… 차라리 내 스스로 마음을 파괴하고 말지!
나는 눈을 감고 곧바로 창궁대연신공을 운용했다.
내 자아를 흐릿하게 해, 세계와 하나가 되어간다.
나는 한계까지 나를 몰아붙여, 평소의 나였다면 절대 넘지 않았을 선 앞에 멈춰 섰다.
이 이상 가면, 정말로 위험하다.
내 자의만으로는 무아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계속해서 기를 받아들이다가, 결국 세계와 하나가 되고 말 거다.
즉. 죽어버리고 만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지금 내 머릿속에는 계속해서 노인의 의식이 침투하려 하고 있다.
그러니. 지금 나는 위험한 도박을 할 수밖에 없다.
‘같이 죽자.’
네가 누구고, 원하는 게 무엇이든, 네 맘대로는 되지 않을 거다.
나는 마침내 자아의 벽을 완전히 허물어트렸다.
나라는 존재는 없어지고.
세상이 무한하게 확장된다.
지식이 끝없이 밀려든다.
세상 만물의 경계가 흐려지고, 색채가 이리저리 뒤섞인다.
아, 그래.
이게 세계의 진짜 크기구나.
내가 넓다고 느꼈던 중원도, 결국 이 무한한 우주에서는 자그마한 티끌조차 못 되었으니.
인간이라는 건 이다지도 하찮은 존재였던…….
“그만.”
근엄한 한마디에 무한이 확장하던 세계가 급속도로 수축하였다.
그제야 나는 토해내듯이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무아에 이르러, 숨 쉬는 것마저 잊어버린 것이다.
[당신은 무아를 통해 또 다른 세계의 새 지평을 엿봅니다.]
[무공 포인트 30 획득.]
[‘창궁대연신공(蒼穹大衍神功)’ 레벨업 요구치 ―15]
노인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노려봤다.
“허. 다짜고짜 자아를 지워 자살하려 한다고? 이런 터무니없는 놈을 보았나.”
나는 호흡을 고르며 응수했다.
“다짜고짜 몸을 빼앗으려는 게 더 어이없는데요.”
“어린 것이 말대꾸는 쯧.”
“나이 먹은 값을 하던가요.”
노인은 화풀이하듯이 손을 휘둘렀다.
그러자 내 목이 서걱! 굴러떨어졌다가, 다시 몸에 붙었다.
목이 몸에서 분리되는 기분은 아주 끔찍한 것이었지만, 이제 슬슬 익숙해졌다.
……절대 익숙해지고 싶지는 않았지만.
“애송아. 성가신 심법을 배웠구나. 이름이 무엇이냐?”
“……창궁대연신공이라고 합니다.”
“흥. 쓸데없이 거창한 이름이군.”
아무래도 이 노인은 창궁대연신공이나 창궁무애검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 없는 모양이다.
이상하네.
남궁세가의 절기는 강호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
어쨌든, 일단 대화의 물꼬가 트였다는 게 중요하다.
더는 머리가 바닥을 뒹구는 건 사양이다.
나는 필사적으로 대화를 이어갔다.
“저는 백검문의 이운엽이라고 합니다.”
“백검문? 거기는 또 무슨 근본 없는 문파지?”
“……저희 문파가 근본이 없긴 하죠. 그래서. 어르신은 대체 누구십니까? 무공이 고강하신 것 같은데…….”
“흐. 감히 본좌의 이름을 묻는다라. 참으로 건방지구나.”
라고 말하면서, 은근 이름을 물어봐 줘서 기뻐하는 기색이다.
게다가 자기 자신을 본좌라고 칭하다니.
대체 얼마나 오만한 거냐고.
“극무진! 그것이 본좌의 이름이다.”
“…….”
“너무 놀라 말도 나오지 않는 모양이군. 너무 부끄러워 마라. 본좌를 두려워하는 건, 인간으로서의 당연한 본능이니.”
“아뇨, 저. 이런 말씀드리긴 죄송하지만…… 처음 들어보는데요?”
누구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