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 레벨업 in 무림 03권
삼류무사 레벨업 in 무림 03권
삼류무사 레벨업 in 무림
03
휴헤
삼류무사 레벨업 in 무림 03권
차례
제14장. 남궁세가 - 2
제15장. 창궁무애검
제16장. 전염병
제17장. 수라도
제18장. 만독문
제19장. 배신자
제20장. 마지막 강호행
제21장. 제갈세가
삼류무사 레벨업 in 무림 03권
제14장. 남궁세가 - 2
그렇게 내가 제안한 ‘비무 대회에 참가해 남궁세가에 말도 붙여보고, 우리 호정맹 무시하는 놈들 코도 납작하게 해주고, 겸사겸사 내 무공 포인트도 얻자’ 계획이 받아들여졌다.
상관천도 그 외의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다 여겼고.
우리 대원들도 크게 의욕을 보였다.
“안 그래도 좀이 쑤시던 차였습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무림의 유명 문파 출신들이라 하나, 우리 절강 무림도 그에 밀리지 않는다는 걸 보여줍시다!”
어느새 호정맹 무인들 사이에는 ‘같은 호정맹’ 이나 ‘같은 절강 무림인’이라는 동료 의식이 깊이 형성되어 있었다.
상관천이 말했다.
“저들이 우리를 깔봐준다니, 오히려 좋군요. 체면 상할 일은 없으니 말이죠.”
이번 비무 대회에는 떠돌이 낭인이나 문파에서도 젊은 후기지수들이 주로 참가할 예정이라 한다.
이게 무림맹에서 오 년마다 개최하는 천하제일 비무대회(빙백신녀가 지은 이름일 게 확실하다)라면 모를까.
남궁세가에서 가볍게 여는 자리에 문파의 정예 고수가 참여하는 건 그 자체로 체면 상하는 일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제약이 덜하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호정맹을 상관세가가 대장 놀이하려고 모은 어중이떠중이 모임 정도로 생각하는 것 같으니까.
‘이제부터 그 편견을 깨트려줄 거지만.’
우리는 우르르 몰려가 비무 대회 참가 신청을 했다.
남궁세가의 무인은 우리를 위아래로 훑어보다, 미묘한 표정을 지었다.
“소가주께서 직접 참가하시는 겁니까?”
“아닙니다. 여기 청룡각 일대 대원들이 참가할 겁니다.”
앞서 말했던 체면 문제 때문에 상관천은 참가하지 않는다.
무인이 눈매를 좁히며 물었다.
“이름과 문파를 말해주십시오.”
“백검문의 이운엽. 송유강. 정가장의 정대현. 그리고 또…….”
남궁세가의 무인은 받아적으면서도 전혀 들어본 적 없다는 눈치였다.
내가 최근 좀 유명해졌다고 좋아하고 있었는데, 그것도 절강성에서만 그런가 보다.
남궁세가의 무인은 우리를 보고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리듯이 말했다.
“뭐. 그럼. 잘해보십시오.”
그 뒤, 우리는 객당으로 모여 앉아 전략을 세웠다.
“가장 좋은 건 우승하는 거겠죠. 남궁세가의 남궁진을 꺾고 승리를 차지하면, 남궁세가 놈들은 부끄러워 고개를 들지 못할 겁니다.”
“꼭 우승이 아니라도,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상위권에 진출해야, 호정맹의 이름을 드높일 수 있겠죠.”
“자. 제가 위협적인 사람들만 추려, 그 정보를 최대한 모아왔습니다.”
이런 쪽으로는 이상할 정도로 능력이 출중한 이사형이 경쟁자 명단을 가져왔다.
개중에는 이곳 안휘성에서 명성을 떨치는 낭인도 있었고, 이름 있는 문파의 젊은 후기지수도 있었다.
하지만 가장 위협적인 상대는 역시 남궁진이었다.
“남궁진은 나이에 비해 뛰어난 실력을 지녔다는 소문이 자자해. 뭐, 남궁세가라면 당연한 거지만. 이전까지는 대외적으로 활동하지는 않았으니, 이번 대회에서 제대로 실력을 볼 수 있겠지.”
남궁세가는 검법으로는 천하에서도 한 손에 꼽히는 곳이다.
그럼 남궁 가주의 딸이 지닌 실력은 무시할만한 게 아니겠지.
‘내가 이길 수 있을까?’
확신할 수 없다.
아무리 근래 내가 큰 진전을 이뤘다고 하나, 남궁세가의 이름은 가볍지 않다.
게다가 비무는 생사결과 다르다.
살초를 써서도 안 되고, 사용할 수 있는 비장의 수도 제한된다.
예를 들어 내가 비무에서 이기려고 천의비상의 절초로 옷을 벗어 던지면, 당장 실격 처리가 되겠지.
서로의 생을 건 싸움과 목숨이 위험하지 않은 싸움은 마음가짐에서부터 차이가 나는 법이니.
비무에 익숙한 정도 무림인들은 비무에는 능숙한 경향이 있다.
반대로 실전을 비무처럼 생각하다가 사파의 하수에게 허무하게 죽는 경우도 많고.
‘남궁진도 그런 부류일까? 기분 탓인지 모르지만, 소심하고 맹해 보이는데.’
내 개인적인 희망으로는, 남궁진이 엄청나게 강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이기든 지든 내가 배워갈 게 생길 테니.
부디 내가 배울 게 많은 상대였으면 좋겠다.
그렇게 열심히 상의하던 대원들이 잠에 든 후.
나는 조용히 방을 빠져나왔다.
내공이 깊고 정순해진 이후.
나는 피로를 느끼는 일이 부쩍 줄었다.
온종일 고생을 해도 운기행공 한 번에 금방 몸이 가벼워졌고, 잠도 줄어들었다.
잠은 안 오고 혼자서 심심하니, 새벽 수련은 이제 내 일과가 되었다.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공용 연무장이 있다고 했지?’
연무장으로 통하는 길에는 사람 하나 없었다.
이런 야심한 시각에. 심지어 연회 도중에 연무장을 찾는 괴짜는 몇 명 없겠지.
‘이러다 괜히 도둑으로 의심받는 거 아닌가 몰라.’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금방 연무장에 도착했다.
한데.
당연히 아무도 없을 거라 생각했던 연무장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후욱! 후욱!
목검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다.
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사람이다.
나는 나도 모르게 앞으로 다가갔다.
소리의 주인이 보였다.
달빛 아래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검을 휘두르는 건…… 남궁 가주의 딸인 남궁진이었다.
남궁진은 한시도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그 표정이 어딘가 절박해 보인다.
머리는 땀으로 젖었고, 검을 쥔 손바닥은 찢어져 피가 뚝뚝 흘러내린다.
‘피가 흐른다고?’
평생 검을 쥐고 휘둘렀을 남궁가의 일원이 피를 흘릴 정도라면, 이건 명백하게 과한 수련이다.
내가 나서서 말려야 하나?
하지만 남궁진의 검이 그리는 궤적을 보자, 나는 나도 모르게 넋을 잃고 말았다.
후욱!
단순하고도 간단한 동작에는 조금의 흐트러짐도. 조금의 빈틈도 없다.
적어도 내 눈에는 완벽해 보이는 움직임이다.
긴 시간. 뼈를 깎아 쌓아왔을 기본기. 조금이라도 더 나아지고자 하는 집념. 남궁세가에 전해져 내려오는 고절한 무공.
그것들이 한데로 뒤섞여 검로를 그려내니, 단순한 감탄을 넘어, 경외심까지 느꼈다.
저 검을 완성하기까지 얼마만큼의 노력이 필요했을까?
나는 감히 짐작할 수도 없다.
[당신은 타인의 무공을 훔쳐보며, 그 안에 담긴 아름다움을 발견해냈습니다.]
[무공 포인트 4 획득.]
그제야 나는 아차 싶었다.
강호에서 남이 수련하는 걸 엿보는 건 아주 무례한 일이었다.
당장 남궁진이 나를 죽이겠다고 눈 까뒤집고 덤벼들어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잘못을 깨달았을 때는 남궁진도 내 기척을 알아차리고 말았다.
“!”
남궁진의 눈이 화등잔만 해졌다.
잘못한 건 내 쪽인데, 오히려 자기가 더 당황해 안절부절못했다.
나는 황급히 읍했다.
“죄송합니다. 엿보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었습니다.”
“아, 아, 아닙니다. 애초에 공용 연무장이니, 괜찮습니다.”
“…….”
“…….”
정적이 내려앉았다.
나는 어색한 분위기를 타파하고자, 일단 내 소개부터 했다.
“백검문의 이운엽입니다.”
남궁진이 움찔한다.
“이운엽이라면…… 혹시 하반잠룡이라는 별호를 가진…….”
“어. 아시나요?”
“진짜였습니까?”
남궁진은 조금 전과는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기뻐했다.
“저랑 비슷한 연배의 무인이 일수탈명을 생사결로 쓰러트렸다고 들어서 크게 감탄했었습니다! 그 외에도 흑도 방파들을 홀로 깨트렸다니, 대단하십니다. 저는 아직 가문에 틀어박혀, 별다른 공도 세우지 못했는데…….”
“아닙니다. 아까 언뜻 보기만 해도, 남궁진 대협도 실력이 대단하던데요 뭘.”
“그, 그런가요?”
남궁진이 수줍은 듯이 웃었고, 나는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변명해야 하나 걱정이었는데.
설마 내 명성이 도움이 될 줄이야.
“그나저나 제 이름을 알고 계실 줄은 몰랐네요. 다른 남궁세가 사람들은 저희한테 관심이 없어 보이던데.”
“제가 좀…… 바깥소식을 좋아합니다. 아버지께서도 항상 수련은 안 하고, 쓸데없는 얘기만 듣고 있다고 꾸중하시죠.”
“손에 피까지 흘리면서 수련하는데요?”
“하하…….”
우리는 즐겁게 담소를 나눴다.
생각보다 남궁진과는 대화 주제가 잘 맞았다.
나는 남궁진과 검에 대해 의견을 나누기도 했고, 내가 강호에서 겪은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