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류무사 레벨업 in 무림 0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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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류무사 레벨업 in 무림
02
휴헤
삼류무사 레벨업 in 무림 02권
차례
제6장. 광풍락영 - 2
제7장. 난세의 영웅
제8장. 서쪽으로
제9장. 형산
제10장. 일수탈명
제11장. 영가현
제12장. 피를 빨아먹는 까마귀
제13장. 청룡각
제14장. 남궁세가 - 1
삼류무사 레벨업 in 무림 02권
제6장. 광풍락영 - 2
광풍락영마검.
이름부터 마공 냄새가 풀풀 흘러나온다.
그러고 보니 상관세가가 이 무공서를 얻게 된 것도 최근일이라 했던가?
‘마교가 망할 때, 무공도 유출되었나 본데.’
나는 고민했다.
마공이라는 건 함부로 익혀서는 안 되는 물건이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머리가 돌아 마인이 돼버리거나, 몸에 큰 부하를 줄 수도 있으니.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이 광풍락영마검이라는 검법의 수준이…… 너무 높아. 어쩌면 상승무공일 수도.’
이런 귀한 무공을 선뜻 내치자니, 아깝다. 아까워도 너무 아깝다.
더욱 강해질 기회이거늘.
아!
이래서 그토록 많은 무인들이 마공의 유혹에 빠지는구나.
‘이건…… 좀 더 고민해보자.’
다음 날.
우리 사형제는 슬슬 돌아갈 채비를 했다.
교류회가 끝나니 다른 문파들도 떠나는 분위기였고, 슬슬 사부님이 걱정되기도 했다.
우리가 떠나기 전.
많은 손님들이 찾아왔다.
“오오. 이제 가시는 겁니까? 나중에 청하현에 가게 된다면, 백검문에 꼭 들리겠습니다. 하반잠룡(河蟠潛龍) 소협도 그때까지 무탈하시길.”
“……예?”
난 낯선 칭호에 움찔했다.
손을 뻗어 설명을 요구하려 했지만, 바로 다음 손님이 찾아왔다.
“당신 덕분에 우리 사형이 크게 다치지 않을 수 있었소. 고맙소, 하반잠룡.”
“그러니까 그 하반잠룡이…….”
“아! 여기 있었군! 다음에도 같이 술 한잔하자고, 하반잠룡! 으하하하!”
“…….”
나는 설명을 요구하는 눈으로 대사형을 쳐다봤다.
“다들 무슨 얘기를 하는 거죠? 제가 모르는 사이에 별호가 생겼나요?”
어딘가 들뜬 기색인 대사형이 열심히 설명했다.
“태상가주께서 지어주신 거야. 물속에 똬리를 튼 채, 날아오기를 기다리는 용이라! 하(河)는 청하현을 뜻한다고 볼 수도 있으니, 멋지지 않아? 하반잠룡!”
“좋겠다! 네가 대사형보다 먼저 별호가 생기다니. 부럽다, 하반잠룡!”
“멋있어요 사형! 아니. 하반잠룡 대협!”
부럽다는 듯이 말하는 사형제를 보며 나는 얼굴에 연신 부채질했다.
아. 그래.
태상가주께서 내 별호를 지어주셨구나.
무림 명숙이 직접 별호를 지어주는 건 대단한 자랑거리다.
잠룡이라는 표현도, 후기지수에게는 최대의 찬사겠지.
정말 감사한 일이다.
감사한 일인데…….
‘부끄럽네 이거.’
정말 새삼스럽지만, 부끄럽다!
예전. 무명잡졸 같은 별호를 사용할 때도 부끄럽긴 했는데, 이건 내 얼굴에 금칠하는 격 아닌가?
저 호칭을 들을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린다.
사형제들은 순수하게 부러워하는 거 보니, 이건 현대인으로서의 감성 탓이겠지.
[당신의 별호에 ‘하반잠룡(河蟠潛龍)’이 추가되었습니다.]
이사형이 그런 내 등을 힘껏 쳤다.
“자! 빨리 준비해. 마지막으로 태상가주 어르신께 인사드리고, 우리도 돌아가야지, 하반잠룡!”
“……그냥 평소대로 불러주세요.”
“왜? 멋있기만 하구만.”
“그냥요. 뭐랄까. 괜히 멀게 느껴지잖아요.”
“운엽이 이 녀석. 기특한 소리를 다 하네.”
우리는 얼른 짐을 챙겨서 태상가주께 향했다.
마침 상관예나 다른 식구들도 모여 있었다.
태상가주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아. 돌아간다는 얘기는 들었네. 우선 이것부터 받게. 요즘 은여량이 그 녀석 골골댄다지? 하여튼 젊어서 그렇게 술 마시길 좋아하더니, 내 그럴 줄 알았지.”
하인이 가져온 두툼한 보자기에는 몸에 좋은 각종 약재가 들어있었다.
안쪽에는 이 약재를 어떻게 손질하고 어떻게 끓여야 하는지 설명이 꼼꼼히 쓰여 있었는데, 아마 담율 선생이 적은 듯했다.
우리는 묵직한 보자기만큼이나 마음이 차오르는 걸 느꼈다.
태상가주는 사람을 다룰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래. 하반잠룡 소협은 서고에서 만족할만한 성과를 얻었나?”
나는 정중히 읍하며 답했다.
“예. 모두 어르신. 그리고 상관세가 덕분입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군. 자네들은 앞으로 호정맹을 이끌어나갈 인재들일세. 그러니 계속 정진하게.”
훈훈한 덕담이 끝나고.
이제 슬슬 떠나려던 그때 상관예가 나를 붙잡았다.
“제가 드린 책. 꼭 읽어야 해요. 설마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는 건 아니죠?”
“그럴 리가요. 앞으로 언제 또 보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때까지는 전부 읽어볼게요.”
“그러면 좀 빨리 읽어야 할걸요?”
“예?”
“아마 금방 만나게 될 것 같거든요.”
“그게 무슨…….”
그때.
어딘가 심술이 난 사매가 외쳤다.
“사형! 어서 가요!”
난 상관예가 한 말의 뜻을 물어보려 했지만, 그보다 먼저 상관예가 장난기 어린 미소로 나에게 인사했다.
“곧 알게 될 거예요. 그럼. 조심히 돌아가세요.”
“예…….”
뭐, 됐나.
나는 걸음을 서둘러 기다리고 있는 사형제에게 합류했다.
그렇게 우리는 그리운 청하현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사부님. 저희 왔습니다.”
“오오. 왔느냐? 나 참. 장삼 이 녀석이랑만 있으려니, 심심해 죽는 줄 알았다!”
“사형들 오셨습니까!”
연무장에서 열심히 수련하던 장삼과 그를 가르치던 사부님이 우리를 반갑게 맞았다.
우리 역시 그런 사부님과 장삼이 반가웠다.
이제야 집으로 돌아온 기분이랄까?
아무리 상관세가가 부유하고 넓다 하더라도, 역시 내 집만 한 곳이 없는 법이다.
불과 열흘을 좀 넘는 시간이었건만.
우리는 뭘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사부님께 앞다투어 이것저것 얘기했다.
호정맹이나 상관예의 병.
사술사와 회천회까지.
사부님과 장삼은 우리 얘기를 흥미진진하게 들어주었는데, 특히 장삼은 ‘허어어! 진짜요?!’ 라거나 ‘말도 안 돼!’ 따위의 호들갑을 떨어서, 얘기하는 맛이 있었다.
사부님이 수염을 쓰다듬으셨다.
“허. 참 여러 일이 있었구나. 너희들이 지혜롭게 대처한 것 같아서 이 사부는 마음이 놓이는구나…… 한데. 아까부터 운엽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잘못 짚었느냐?”
역시.
사부님 눈은 못 속이는 건가.
나는 지금껏 고민하던 문제에 대해 털어놓았다.
“이번에 상관세가의 서고에서 검법을 하나 찾아냈는데, 아무래도 이게 마공인 것 같습니다.”
“!”
“마, 마공이라고?”
깜짝 놀라는 사형제들.
사부님도 예상치 못한 문제였는지, 수염을 쓰다듬으며 물었다.
“무공의 이름이 무엇이냐.”
“광풍락영마검이었습니다.”
“……그게 정말이냐.”
“아시는 무공입니까?”
“알다마다.”
사부님의 표정이 굳었다.
“마교의 좌호법 검마(劍魔)의 무공이다.”
“검마라면, 무당의 전대 장문인인 태극검선께서 쓰러트렸다는 마인 아닙니까?!”
“그리고 태극검선은 폐인이 됐지. 게다가 내 듣기로, 태극검선은 무당파의 정예들과 함께 합공을 펼쳤다더구나. 무당파의 체면을 위해 태극검선이 승리한 걸로 되었지만…… 실력만 따지면 검마가 한 수 위인 셈이란다.”
무장파의 장문인마저 쓰러트리는 검마. 그리고 그 검마의 무공, 광풍락영마검.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욕심이 커져만 간다.
나는 우선 사부님께 내가 이해한 구결과 초식을 설명해드렸고.
내친김에 나는 광풍락영마검의 초식을 펼쳐보였다.
아직 무공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어 어설프게 흉내 내는 수준이지만, 그걸로도 사부님께는 충분했다.
“흐음. 확실히, 마공이라는 표현이 이보다 더 어울릴 수는 없구나. 초식에는 오직 살초밖에 없고, 극단적일 정도로 방어를 도외시하고 공격적이야. 여기에 마교의 심법까지 곁들여진다면, 그 파괴력이 대단할 것 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