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춘산
7권
의천중 장편소설
제191화
“어머!”
단유유가 겁에 질린 얼굴로 남자를 힐끗 바라보더니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여태 손님의 존함도 여쭙지 않았다니, 저도 참….”
“저는….”
중년 남자가 입을 여는 순간, 예사롭지 않은 무늬의 새끼 고양이가 그들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녀석이 냐옹, 하고 울더니 단유유의 다리 아래에 자리를 잡았다. 바닥에 엎드린 고양이는 푸른 눈으로 남자를 쳐다봤다.
중년 남자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정말 드물게 생긴 고양이군요.”
단유유가 새끼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렇죠? 수왕비께서 선물로 주신 아이예요. 섬라묘라고 하는데 경성에 다섯 마리도 채 되지 않는 귀한 아이죠.”
순간, 남자의 안색이 돌변했다. 그가 단유유를 떠보듯 물었다.
“수왕부와 그 정도로 친분이 있다면, 어째서 값나가는 물건을 수왕부에 팔지 않은 겁니까? 배 공자의 일도 수왕부에 부탁해도 되는 것 아닙니까?”
“그래서 부탁을….”
순간 단유유는 마치 말실수를 범한 듯한 모습을 보이더니 황급히 말을 바꿨다.
“그러고 보니 손님께서는 아직 제게 존함을 말씀해 주시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한바탕 크게 벌 수 있었는데 그걸 수왕부에게 빼앗겨 버리다니! 울화통이 치밀어 오르는 상태에 하염없이 훌쩍거리기만 하는 단유유를 보고 있자니 남자는 짜증이 났다. 그가 다시 자세를 잡더니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저는 국장부의 집사 유쌍기(??起)입니다! 배 공자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소내내는 알고 있습니까?”
“흑흑…. 저는 모릅니다…. 부군께서는 항상 법과 규율을 준수하는 점잖은 분이셨습니다.”
흐르는 눈물을 닦은 단유유가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역시 그녀의 추측이 맞았다. 국장부가 그녀에게 엄포를 놓기 위해 사람을 보낸 것이다.
다만 단유유의 재산을 노리는 것 또한 국장부의 생각인지, 아니면 유 집사 개인의 행동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어느 쪽이든 상관없다. 반드시 저지할 거니까. 만약 배융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이 재산은 그녀와 안락후부의 노후자금이 될 것이다.
단유유가 또 다시 목청을 놓고 울기 시작했다.
“부군, 부군…. 아이고, 내 팔자야…. 부군이 계실 때는 이렇게 불안한 적이 없었는데. 부군께서 집을 비운 지 반나절밖에 안 됐는데 벌써 누가 찾아와 저를 위협하고 있어요….”
울부짖는 단유유의 목소리를 들은 하인들이 빗장과 빗자루 등 물건을 들고 문 앞에 서서 소리치기 시작했다.
“소내내, 괜찮으십니까?”
유쌍기는 하나도 겁먹지 않았다는 듯, 찻잔을 쥐더니 바닥에 내던지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어쩌자는 겁니까? 감히 황성 발밑에서 국장부의 사람을 물매질 하겠다 이겁니까? 국법이 안중에 없습니까! 그 주인에 그 하인이라더니, 규율 따위도 모르는 천한 것들!”
공자께서 아무리 힘이 없어도 고귀한 혈통을 가지신 분인데, 감히 천한 것이라고 욕하다니!
문밖의 하인들이 이를 악물었다. 소오가 바로 들어가 반박하려 했지만, 요상이 침착하게 그를 말렸다. 그들은 단유유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내 찻잔이!”
깜짝 놀란 단유유가 찻잔의 파편을 주우며 통곡했다.
“이건 지금 유일하게 남은 값진 물건인데…. 적어도 은 4냥은 되는 찻잔이라 쌀 두 석은 살 수 있을 정도란 말이에요…. 제 찻잔을 물어내세요! 물어내라고요! 흑흑, 아이고 내 팔자야….”
“…….”
유쌍기의 짜증이 폭발했다. 정말이지 정신 나간 여인을 만난 것 같았다. 그가 단유유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미친 척 그만하십시오! 그리고 눈치 있게 서둘러 배 공자에게 알리십시오. 괜히 악인의 편에 서서 저희 칠공자께 누명을 씌우지 말라고! 그렇지 않으면 이 싸구려 찻잔은 고사하고 저택 전체를 흔적도 남지 않게 불태워 버릴 겁니다! 소내내와 저기 있는 하인들 전부 목을 날려버릴 거라고요!”
“네? 무서워요…. 부군, 부군…. 너무 무서워요. 흑흑…. 살려주세요. 이렇게 저 혼자 내버려 두고 가시면 저는 어떻게 하라고요….”
단유유가 목 놓아 울부짖었다. 소리가 얼마나 큰지 구름을 뚫고 백운항에 있는 사람들에게 들릴 정도였다.
백운항에는 서생들이 대거 거주하고 있었다. 재명(才名 *재학으로 얻은 명예)이 있으며 항상 존경받는 배융이 경조부에 끌려갔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는데, 그것도 모자라 저택에서 처절한 울음소리가 흘러나오니,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지 않을 수 없었다. 행인들은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문을 두들겼다.
가까이 있던 금 마마가 제일 먼저 찾아왔다. 안으로 들어선 금 마마의 눈에는 건방진 자세로 앉아 단유유에게 욕지기를 퍼붓고 있는 유 집사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통곡하고 있는 단유유, 바닥에 널려있는 깨진 찻잔의 파편들, 또 단유유의 곁을 맴돌며 울고 있는 새끼 고양이, 그 옆에서 눈물을 흘리며 감히 입을 열지 못하고 있는 하인들이 보였다.
그 광경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수왕비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는 금 마마는 규율에 엄격했다. 고작 국장부의 가노(家奴 *시종)가 감히 종실의 사람을 협박할 수는 없었다. 저러고도 입에 국법이라는 말을 담다니!
금 마마의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가 바로 달려가 유쌍기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
“뭐하는 사람입니까! 감히 종실을 업신여기다니! 국법이 안중에도 없는 겁니까!”
금 마마를 모르는 유쌍기는 그녀를 배융의 집에 머물고 있는 평범한 마마라고만 생각했다. 해서 힘껏 밀쳐낸 유쌍기가 차갑게 웃으며 대답했다.
“개소리는 작작 하세요! 감히 저에게 국법을 논하다니!”
줄곧 조용히 기회를 엿보던 단유유가 곧바로 앞으로 다가와 금 마마를 부축했다. 그러고는 유쌍기를 향해 소리쳤다.
“유 집사도 일개 가노에 불과한데, 어찌 이토록 안하무인일 수 있습니까! 황성 발밑에서 국법을 논하지 않는다면 뭘 논하겠다는 건가요?”
단유유의 표정이 돌변한 것을 발견한 유쌍기는 제가 지금까지 희롱당한 것임을 깨달았다. 순간 마음속에 분노가 치밀어 오른 그가 참지 못하고 금 마마를 향해 발길질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국법? 본인이 대단한 사람이라고 착각하나 보지? 지금은 이 몸이 곧 국법이다!”
금 마마는 그의 발길질에 당하지 않았지만, 피하다가 허리를 삐끗해 바닥에 쓰러져 앓는 소리를 냈다. 단유유가 깨진 찻잔 파편을 들어 유쌍기를 향해 던지며 소리쳤다.
“그러니까 국장부가 국법이라는 소리인가요? 반드시 경조부에 고발할 거예요! 과연 누가 당신의 그 정신병을 치료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치료? 경조부?”
단유유가 던진 파편에 코를 맞은 유쌍기는 통증이 느껴지자 노발대발했다.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단유유를 죽이고 싶었지만, 감히 건드릴 수 없으니 답답했는지 악을 쓰며 소리쳤다.
“가서 어디 한번 고발해 보십시오. 소내내가 무슨 짓을 하든 국장부는 아무 문제없이 꿋꿋하게 버틸 겁니다.”
더 이상 들어줄 필요도 없었다. 국장부가 단유유를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이딴 놈을 보내 위협할 정도라니.
단유유가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더니 돌아섰다. 그러고는 모여든 구경꾼들을 향해 침통한 모습으로 말했다.
“모두 들으셨나요? 집사라는 사람이 국장부를 건드릴 수 있는 존재는 없다고, 본인이 바로 국법이라고 말했습니다! 경조부도, 그리고 어전에 고발해도 아무 소용없다고 한 것도 모두 들으셨겠지요! 세상에!”
그녀가 입을 틀어막고 놀란 표정으로 강조했다.
“어전에 고발해도 소용없다니! 고작 국장부의 가노에 불과한 주제에! 어전에 고발해도 소용 없다는 건…. 국장부가 폐하보다 훨씬 대단하다는 말 아닌가요? 세상에, 어찌 저리도 뻔뻔하고 당당할 수 있는 거죠?”
심상치 않음을 느낀 유쌍기가 황급히 부인했다.
“아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어내지 마십시오….”
양모운 고수(*姑嫂 올케와 시누이를 통틀어 부르는 말)의 부축을 받아 자리에서 일어난 금 마마가 유쌍기를 가리키며 매섭게 말했다.
“분명 말했습니다! 저도 똑똑히 들었습니다!”
“저희도 들었습니다!”
모두가 큰 소리로 소리쳤다.
“국장부가 국법이며, 아무리 천자라고 한들 국장부를 건드리지 못할 것이라고!”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유쌍기가 분노하며 소리쳤다.
“그런 말 한적 없습니다! 감히 나를, 국장부를, 황후를 모함하려 하다니! 다 이 미친 여자가 저를 모함하고 있는 겁니다! 당장 이 자리에서 죽여주마!”
무력으로 제압하려는 듯 유쌍기가 단유유를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양모비와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그를 단번에 제압했다.
“감히 누굴 건드리려는 게냐!”
단유유가 금 마마의 뒤에 숨어서 몸을 벌벌 떨며 소리쳤다.
“무서워요! 저를 죽이려 했어요! 마마, 살려주세요!”
진이랑이 늠름한 모습으로 유쌍기를 비난했다.
“온 나라의 백성은 모두 폐하의 신하입니다. 국장부는 출신이 미천하고 조정에 어떠한 공로도 없음에도 천은을 받아 제후로 봉해진 후 경성의 명문가로 편히 영화를 누려왔으니, 은혜를 알고 감사하며, 법도를 준수하고, 폐하를 위해 근심을 나누고, 천하 만민의 모범이 되어야 비로소 크나큰 황은(皇恩 *황제의 은혜)에 보답하는 것 아닙니까!”
“그럼에도 당신들은 배은망덕할 뿐만 아니라 백성에게 횡포를 저지르고, 백성을 해치고, 종실을 업신여기고, 법률을 경시하였으며, 분별없이 무례를 범하고 야행 금제를 범하고, 폐하를 경외하지 않는 행동을 하며 망언을 뱉고, 법을 알면서도 고의로 법을 범했습니다!”
“이러한 행위가 국척으로서 수치라는 걸 알고 계십니까! 저는 황은을 받아 일개의 평민임에도 한림원에 입성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절대로 이러한 악행을 좌시할 수 없습니다! 반드시 국장부에게 한마디 해야겠습니다!”
“가가! 그만 하세요. 저들의 화를 사서는 안 돼요.”
단유유가 진이랑을 우러러봤다. 역시 교양 있는 사람은 달라도 한참 달랐다. 그녀는 거짓 눈물을 열심히 흘리는 것밖에 하지 못했는데, 진이랑은 일목요연하게 반박하고 있었다.
다시 진이랑이 격분하며 물었다.
“어째서 저들의 화를 사서는 안 됩니까? 악인이 계속 날뛰도록 내버려 둬야 한다는 도리가 세상에 어디 있습니까? 군주의 봉록을 받고, 군주에게 충성을 다한다. 제가 봉록을 받고 있는 한 백성을 위해 정의를 실현해야 합니다! 설령 이 머리가 몸에서 떨어져나가는 한이 있더라도, 인간의 근본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더욱이 황은을 저버려서는 안 될 일이지요!”
자리에 있는 모구가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맞습니다! 진 방안의 말씀이 맞습니다! 국장부가 악행을 저지른 것도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유쌍기가 발버둥 치며 소리쳤다.
“이거 놓아라! 이 무뢰한 잡것들 같으니! 전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그때, 누군가의 위엄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대체 누굴 죽이겠다는 거냐? 야간 통행금지를 어기고 사람까지 죽이겠다니. 도대체 어디 출신 도적놈이냐!”
모두가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오성병마사(五城兵?司)의 사람이 순찰을 돌다가 떠들썩한 소리를 듣고 상황을 살피기 위해 찾아온 것이었다.
유쌍기가 소리쳤다.
“저는 국장부의 집사입니다! 이 폭도들이 저를 억류하여 국장부와 황후를 모함하려 합니다! 빨리 이들을 포박하고 저를 국장부로 데려다주십시오!”
앞장서 있던 교위(校尉)가 빙긋 웃더니 말했다.
“알겠소. 일단 야간 통행금지를 위반한 놈부터 때리고 다시 논하도록 하지!”
제192화
병사들이 다짜고짜 그를 끌고 가 몽둥이로 때리기 시작했다. 이들의 정체를 몰랐던 단유유는 혹시나 집안에서 사람이 죽을까 걱정되기 시작했다.
단유유가 곧장 요상에게 다가가 말리라며 눈짓했다. 그런데 양모비가 교위에게 다가가 눈짓을 주고받는 것이 아니겠는가. 단유유는 문득 생각했다. 아마 양모비와 친분이 있는 자가 일부러 찾아와준 것이 아닐까 하는.
상황을 파악한 그녀가 다시 우는 연기를 하며 그들에게 하소연했다.
“부디 살살해 주세요…. 비록 야간 통행금지를 어겼지만, 유 집사는 황친국척으로 성격도 보통이 아닙니다. 저를 죽이겠다고 했어요. 조심하지 않으면 여러분도 보복 당할 수….”
병사들이 소리쳤다.
“입 다무시오! 그렇지 않으면 소저도 맞는 수가 있소!”
단유유가 잔뜩 겁먹은 사람처럼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그녀와 달리 금 마마는 시원시원하게 외치고 있었다.
“더 세게 때리십시오! 엉덩이가 터질 때까지! 국법이 뭔지 똑똑히 가르쳐 주세요! 끝나면 폐하께서 상을 내려주실 겁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곤장 20대가 끝났다. 유쌍기는 일어나지 못하고 바닥에 엎드린 채 절대 가만두지 않겠다며 연신 욕지기를 뱉어댔다.
“끌고 가 가둬라!”
교위의 수하들이 유쌍기를 끌고 갔다. 그러고는 구경꾼들에게 야간 통행금지를 위반하고 문제를 일으키면 이렇게 된다고 일침을 놓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람들은 단유유를 위로하고 흩어질 수밖에 없었다. 진이랑도 주먹을 불끈 쥐더니 상주서를 쓰러 급히 돌아갔다. 단유유는 문단속을 잘하라고 하인들에게 명한 다음 금 마마에게 물었다.
“마마, 다치신 곳은 없으세요? 의원을 불러올까요?”
금 마마가 허리를 짚으며 답했다.
“살짝 삐끗한 것 뿐, 괜찮습니다. 유지가 살짝 안마해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거예요. 목숨 아까운 줄 모르는 놈, 절대로 쉽게 넘어가지 않을 겁니다. 내일 아침 일찍 바로 수왕부로 돌아가 보고 드려야겠습니다.”
“마음은 감사하지만 수왕부를 끌어들이기엔 너무 죄송해서….”
단유유가 눈물을 닦는 척했다. 어쩔 수 없었다. 살아 남으려면 남의 힘을 빌릴 수밖에 없었기에.
“소내내를 지키라고 왕비께서 저를 보내셨습니다! 당당한 종실이 고작 일개의 가노에게 업신여김 당할 수 있겠습니까! 종정령이 괜히 종정령이 아닙니다. 이렇게 많은 종실이 그 인간의 행패를 목격하지 않았습니까!”
양모운의 고수가 금 마마를 부축했다. 천천히 걸음을 옮겨 자리를 떠나는 중에도 금 마마는 연신 유쌍기에 대한 욕지거리를 내뱉고 있었다. 단유유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 다음 양모비에게 물었다.
“표가,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지 않으신가요?”
양모비가 코끝을 쓱 만지며 되물었다.
“봤느냐?”
“네, 봤어요.”
단유유가 거리낌 없이 솔직하게 말했다.
“서로 눈짓을 주고받는 걸 확실히 봤어요. 다른 사람은 눈치채지 못했을지 몰라도 제 눈은 못 속여요.”
“하긴, 제매 말고 누가 알아차릴 수 있겠느냐.”
양모비가 덧붙였다.
“조금 전 그 교위는 표제와 친분이 있던 자다. 일찍이 표제가 그에게 네 안전을 부탁한다고 당부했지. 네가 유 집사를 물고 늘어지지 않아도, 교위가 어떻게든 트집을 잡아 기회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의 말에 단유유가 말없이 하늘을 바라봤다. 양모비도 따라 하늘을 올려다봤다. 하늘에는 별과 구름만 보일 뿐, 아무것도 없었다.
“뭘 보는 거냐?”
“하늘에 구름이 떠다니고 있네요….”
단유유가 중얼거리며 답했다.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거냐?”
양모비는 제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줄 알고, 고개를 들고 하염없이 찾아보았다.
“땅에는 산들바람이 불고 있고….”
단유유가 고개를 숙이고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 부군, 어떻게 부군 생각을 안 할 수 있겠어요! 가엾은 나의 부군! 굶고 있는 것은 아닌지, 추위에 떨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돼요….”
“난 이만 가봐야겠다.”
양모비는 분명 단유유를 걱정했다. 또한 방금 단유유의 활약에 대해서도 칭찬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측은지심도, 그녀를 칭찬하고 싶은 마음도 사라졌다. 그저 귀를 틀어막고 빠르게 자리를 뜨고 싶었다.
단유유가 다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이 순간 사무치게 배융이 보고 싶었다. 때문에 반드시 배융의 값나가는 물건부터 숨겨야만 했다.
“요 집사!”
요상을 부른 단유유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