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춘산
2권
의천중 장편소설
제21화
매 이낭이 이내 눈시울을 붉혔다. 단유유의 얼굴을 감싸 안은 매 이낭이 낮게 속삭였다.
“유유, 명심해야 한다. 이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어. 이 혼사는 이미 물릴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내가 필사적으로 네가 배 공자에게 시집가는 걸 막을 수야 있겠지만, 그 이후에는? 앞으로는 어떻게 할 거니?”
단유유는 슬퍼하는 매 이낭의 얼굴을 보고는 장난기를 거두었다. 그녀가 매 이나의 손을 잡으며 물었다.
“왜 그러세요? 혹시 누가 이낭한테 뭐라고 했어요?”
“아니야. 내 말을 들어보렴.”
매 이낭이 단유유의 손을 가슴께에 가져다 대며 진심을 전했다.
“나와 태태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너는 내가 낳은 서녀이고, 삼소저는 태태의 적녀이지 않으냐.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아무리 두루 살피는 태태여도 결국엔 마음이 삼소저 쪽으로 기울 수밖에 없어.”
“또한 태태는 명문 귀족 출신으로 주가의 인맥은 상당히 넓지. 노야도 애당초 주가에 기대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단다. 이렇듯 삼소저는 적녀의 신분으로 외가가 든든한 뒷배가 되어 주니, 배 공자가 아니더라도 장래에 더 나은 상대가 있을 테지.”
“하지만 너는 다르단다. 나에게는 뒷배는 고사하고 가족도 없지 않으냐. 또한 노야 없이 내 멋대로 네 혼사를 정할 수도 없는 노릇. 노야께선 이 혼사를 통해 출세하려는 목적을 이루려고 한다. 이는 나쁘게만 볼 일이 아니다. 생각해 보렴, 위험 앞에 누구보다 먼저 몸을 사릴 분이 노야인데, 스스로 망하는 길을 선택하진 않으시겠지.”
“나도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으로썬 배 공자가 최선의 선택이 될 것 같구나. 수소문 해본 바에 의하면, 배 공자는 무척이나 바르고 믿음직한 사내였다. 하니, 믿고 시집을 가렴. 사실 남자는 다 똑같단다. 후부의 부인이 되더라도 너와 아이만 잘 돌보며 살아가면 손해볼 건 없는 거야. 알겠지?”
가만히 듣고 있던 단유유가 입을 열었다.

“알겠어요. 이낭이 저를 키워주셨으니 제가 어떤 성정인지 잘 아실 거예요. 어딜 가더라도 절대 손해 보며 살 일은 없을 테니, 걱정 마세요.”
매 이낭이 싫은 소리를 들은 게 아니라면 단유유는 뭐가 됐든 상관없었다. 그녀가 냉큼 매 이낭의 목을 껴안더니 큰 소리가 나도록 볼에 입을 맞췄다. 그러고는 똘망똘망한 눈으로 매 이낭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낭도 해주세요.”
매 이낭이 쑥스러워하며 그녀를 밀쳐냈다.
“나는 너를 위해 바느질하고 있잖니. 손재주가 없는 너를 어찌하면 좋을지….”
단유유가 말했다.
“맞다. 배 선생에게 알려야겠어요. 저는 모르는 게 많다고요. 당장 편지를 써서 잘 생각해보라고 해야겠어요!”
단유유는 매 이낭의 걱정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했다. 그런 단유유의 모습에 매 이낭은 조금은 슬프면서도 한편으로는 안심했다. 어미로서 딸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없어 슬펐고, 안심한 이유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매달리지 않는 딸이 여전히 밝고 사랑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물론 단유유의 서신은 전해지지 못했다. 비록 만남은 가질 수 있으나, 혼인하기 전의 남녀가 서로 소식이나 정보를 주고받는 것은 이 시대에서 금기시 하는 일이었다. 때문에 매사에 신중한 단 동지와 주씨, 매 이낭 모두 이에 동의하지 않았다.
단유유도 장난으로 서신을 쓴 것이라 보내지 못 해도 상관없었다. 적어도 상대의 생김새도 알고, 어떤 사람인지도 알아냈으니 혼롓날에 깜짝 놀랄 일은 없을 것이다.
모든 것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곧 정식 혼롓날을 정해야 했다. 단 동지는 양 지부를 무너트릴 수 있다는 기대에 오금이 쑤셨다. 그는 연중에 날을 정하고 연말에 바로 단유유를 시집보내고 싶었지만, 주씨와 매 이낭은 동의하지 않았다.
첫째, 단여의와 단여혜는 물론 아들들의 혼사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둘째, 단유유는 아직 어렸다. 게다가 혼수도 채 준비되지 않았다. 이런 상태로 성급히 시집을 보냈다가는 어떤 험담을 들을지 몰랐다.
그러나 단 동지는 수염과 머리털을 쥐어뜯을 정도로 마음이 급했다. 왜냐하면 양 지부가 언제 그를 모함해 추락시킬지 몰랐기 때문이다.
복왕세자는 확실하게 이득 볼 일이 아니면 시도조차 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그러니 하루가 멀다하고 소란이 인다면, 설령 그가 신선이어도 귀찮음을 느낄 것이다. 게다가 마음속에 품은 기대가 언제 실현될지 모르니 단 동지는 더욱이 조바심이 났다.
그가 매 이낭을 찾아가 여러 차례 설득했지만 그녀의 허락을 받아내지 못했고, 결국에는 주씨를 찾아갈 수밖에 없었다.
“당신이 직접 설청을 설득해 주시오. 어차피 가는 거, 고집부리지 말고 빨리 보내서 안정적인 삶을 살게 해 주라고 말이오.”
주씨가 단칼에 거절했다.
“노야, 그건 아닙니다. 이 혼사는 정확히 말해 여의가 망쳐서 성사된 것입니다. 설청과 유유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것이고요. 저는 그들에게 큰 신세를 진 입장으로서 고마워해도 모자랄 판에, 재촉하라고요? 인두겁을 쓰고 할 짓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감히 노야께 조언 하나 드리지요. 앞으로 절대 설청을 찾아가지 마세요. 그러다 역으로 망치는 수가 있습니다. 그녀의 성격을 노야께서 모르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과거에도….”
단 동지가 곧장 손을 들어 올리며 항복했다.
“그 얘기는 꺼내지도 마시오. 무슨 말인지 잘 알겠소.”
주씨도 말을 아끼기로 하고, 찻잔을 들어 가볍게 목을 축였다. 단 동지를 마주하는 대신 차라리 벽을 쳐다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정실과 첩이 한 마음이 되는 바람에 단 동지는 어쩔 수 없이 한 발 물러서야 했다. 그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부인의 조언 감사하오. 앞으로도 당신이 설청을 잘 신경 써 주길 바라오.”
단 동지는 울적한 마음으로 잠에 들었고, 다음날 아침 일어나 적당히 주위를 정리한 후 평소와 똑같이 점호를 하기 위해 아문으로 향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거리에는 행인의 거의 없었다. 단 동지는 여전히 어떻게 주씨와 매 이낭을 설득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때, 시종 후덕(厚德)의 외침이 들려왔다.
“노야, 조심하십시오!”
한 사내가 길모퉁이에서 튀어 나와 단 동지가 타고 있는 말을 향해 달려왔다. 깜짝 놀란 단 동지가 황급히 고삐를 조여 말머리를 돌렸다. 달려오던 사내는 결국 허공에서 넘어졌다. 그러고는 우는 소리로 외쳤다.
“아이고, 사람 살려! 다리가 부러졌습니다! 말에 밟혀 부러졌습니다!”
후덕이 분노하며 소리쳤다.
“어디서 굴러온 사기꾼이냐! 감히 우리 동지 노야를 모함하려 하다니!”
사기꾼으로 몰아가지 않는 편이 좋았을 뻔 했다. 후덕이 말하기 무섭게 바닥에 누워있던 사내가 더욱 큰 소리로 외쳤다.
“아이고, 살려주십시오! 동지 노야의 말이 제 다리를 밟아 부러트렸는데, 지금 권세를 믿고 저를 업신여기고 있습니다!”
후덕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이는 고의로 트집을 잡는 것이 분명했다. 그가 곧장 사람들을 이끌고 엄살 부리는 사내를 자를 몽둥이질로 혼쭐내주려는 순간….
“그만! 모두 물러서거라!”
심상치 않은 낌새를 눈치 챈 단 동지가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며 말에서 내렸다. 그러고는 사내의 곁으로 다가가 상처도 살펴보지 않은 채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비록 내 말이 그대를 밟지 않았지만, 나는 백성을 가족처럼 위하기에 그대를 돕지 않을 수 없소. 우선 의원을 불러 치료받을 수 있도록 해 주리다.”
그러고는 사내의 곁에서 물러나며 주변 사람들이 현장을 구경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시종에게 의원과 당직을 서는 아역(衙役)을 데리고 오라 분부했다.
사내는 여전히 바닥에 누워 울부짖었고, 구경꾼들은 손가락질 하며 그를 비난했다. 그는 당황하지 않고 되레 여유를 부리는 단 동지의 모습에 조바심이 났다. 단 동지가 냉큼 그 기색을 알아차리고 말했다.
“여기 계신 여러분, 모두 보시오. 나는 이 자의 꿍꿍이를 잘 알고 있소. 아주 악질적인 사기 수법이오. 만약 의원이 확인해서 다친 곳이 없다면 반드시 이 자를 포박하여 아문으로 데리고 가겠소! 백성을 위해 내 필이 악을 제거하리다!”
이때, 사람들 사이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길을 터주시오. 의원과 아역이 왔소이다!”
그러자 사내는 상황을 파악하고는 벌떡 일어나 자리에서 도망치려했다.
“잡아라!”
단 동지가 차갑게 웃으며 의원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자를 진단해 주시오. 그리고 몸에 문제가 없는지 확인해 주시오.”
말을 마친 단 동)는 아역과 구경하는 백성들에게 증인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의원이 자세히 살펴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아주 건강합니다. 아무 문제없습니다.”
“어디 까진 곳은 없소?”
“없습니다.”
“내상은 없소?”
“없습니다.”
“만약 이후에 갑자기 기절하거나 죽거나 장애가 생겨도 나와 상관없는 일이오?”
“그렇습니다.”
그제야 단 동지가 웃으며 말했다.
“이 자를 당장 가두어라!”
단 동지가 손을 흔들자 아역이 달려와 사내를 포박해 아문으로 데리고 갔다. 인파가 흩어진 뒤 단 동지가 후덕을 꾸짖었다.
“나를 향한 함정임이 분명했는데, 네놈은 어찌 걸핏하면 사람을 패려고 하느냐. 너희가 무턱대고 그자를 때렸다면 집사(官司 *소송)에 시달리게 됐을 것이고, 양 늙은이가 백성의 억울함을 씻어준답시고 나섰겠지. 그리고 나는 관직을 잃고 하옥됐을 것이다.”
후덕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여전히 두근거리는 가슴을 쓸어내며 말했다.
“노야, 보이는 곳에서 날아오는 창은 피하기 쉽지만, 몰래 쏘는 화살은 막아내기 어렵습니다. 이런 저속한 수단까지 쓰기 시작한 이상, 앞으로 또 어떤 술수를 부릴지 모릅니다. 어떻게든 방법을 강구해야만 합니다!”
단 동지가 한숨을 내쉬고는 고개를 저었다.
“나에게는 그와 다르게 뒷배가 없으니 어찌할 방도가 없구나.”
‘만약 우리 유유가 하루 빨리 배 공자와 혼인다면 좋겠구나. 나에게도 믿고 의지할 언덕이 생긴다면, 양 늙은이를 마음껏 상대할 수 있을 터인데.’
잠시 생각에 잠긴 단 동지의 눈이 번쩍이더니 후덕을 재촉했다.
“빨리 서두르도록 해라. 지각하면 양 늙은이가 또 나를 어떤 식으로 난처하게 할지 모르니.”
단 동지와 시종들이 황급히 아문으로 달려갔지만, 역시 출석은 끝난 상태였다. 상석에 앉아 호시탐탐 노려보던 양 지부가 단 동지가 들어오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차가운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어이구, 단 동지 아니신가? 어쩌다 출석이 끝나고 오는 것인가?”
양 지부가 트집을 잡을 것을 진작 예상하고 있던 단 동지가 당당하게 말했다.
“늦게 온 건 내 잘못이 아니네. 어느 치졸하고도 파렴치한 인간이 사기꾼을 매수해 달리는 내 말에 뛰어들라 지시를 했더군. 그 일을 처리하느라 부득이하게 늦었네만, 양 지부가 설마 내 탓을 하진 않을 거라 믿네.”
본래 단 동지를 뼛속까지 증오하는 양 지부였다. 그런 그가 단 동지의 입에서 나온 모욕적인 지칭을 듣고는 참지 못한 나머지 탄식하며 말했다.
“세초(世超)여, 자네와 나는 오랫동안 동료로서 두터운 정을 나누고 있네. 나 또한 그대를 질책하고 싶지 않으나, 자네도 알다시피 주관(主官)이라는 자리에 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네.”
“오늘은 억울한 일을 당했다는 이유로, 내일은 배탈이 났다는 이유로 변명을 늘어놓고 내가 이를 모두 수용한다면, 어찌 아문의 문칙을 지킬 수 있겠나. 성상께는 물론이오, 백성들을 볼 면목도 사라질 것이네.”
“자네는 동지(同知)이니, 모두에게 모범을 보여야 하지 않겠나! 자, 그럼 이렇게 하도록 하지. 하루 결근하면 본래 곤장 20대이지만, 자네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늦게 온 것이니 10대로 봐주도록 하지.”
말을 마치기 무섭게 양 지부가 첨자(?子)를 던지면서 소리쳤다.
“여봐라! 단세초를 끌어내 곤장 10대로 통책하거라! 내일 또 지각하면 20대! 모레 또 지각하면 그 배를 치겠다!”
아역들이 서로 난처해하며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두 분은 결국 끝장을 보려 하시는구나.’
단 동지도 오기가 발동했다.
“끌고 갈 필요 없다. 내 발로 직접 갈 테니.”
단 동지의 성정을 잘 아는 아역들은 감히 그를 건드리지 못 했다. 때문에 형식적인 모습만 취할 뿐이었다.
양 지부도 더는 토를 달지 않았다. 어찌 됐든 단 동지의 얼굴을 바닥에 누르고 곤장을 때릴 수 있다는 것으로 만족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차차 두고 보자고….’
제22화
곤장 몇 대로 수그러들 단 동지가 아니었다. 그는 웬만해선 창피함을 느끼지 않는 철면피였기에, 곤장 ‘세례’가 끝난 뒤 시종의 부축을 받아 가마를 타고 단가로 돌아갔다. 가는 길에 동료들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손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러나 단가에 돌아오자마자 눈살을 구긴 채 기나긴 한숨을 내쉬었다. 단 동지가 아문에서 곤장을 맞았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온가족이 침상에 둘러 앉아 그를 걱정했다.
이에 단 동지는 성가시다는 듯 손을 내저으며, 단유유만 찾았다.
“유유는 어디 있느냐? 유유를 불러다오.”
효심 깊은 딸로서 단유유는 각종 상처 치료에 도움이 되는 음식을 들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단 동지는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지금은 아무것도 먹지 못할 것 같구나.”
단유유가 가슴 아파 하며 애원했다.
“아버지, 아무리 아파도 식사는 하셔야 해요.”
단 동지가 불쌍한 눈으로 단유유를 바라보며 가련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이 아비가 큰일을 겪을 뻔했다.”
단유유도 곧바로 순진무구한 눈으로 상대를 마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요? 곤장을 맞은 것 외에 양 지부가 아버지께 또 무슨 짓을 했나요?”
단 동지가 단유유의 손을 부여잡고 머리를 파묻더니 침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아문으로 향하는 길에 누군가 갑자기 내가 타고 있던 말을 향해 돌진해 왔다. 다행히 아비가 기지를 발휘한 덕에 큰 사고는 면했느니라.”
단유유가 뒤늦게 가슴을 쓸어내렸다.
“다행이네요! 잘하셨어요!”
단 동지가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의 검은 눈동자에 어느새 반짝이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아비가 그 일을 처리하느라 시간을 조금 지체했고, 아문에 반 각 정도 늦고 말았다. 그런데 양무지(梁茂知) 그 영감이 트집을 잡으며 나에게 곤장을 치라 명한 것이다.”
“양무지 이 나쁜 놈! 아버지, 괜찮으세요?”
마치 단 동지가 맞은 곳이 엉덩이가 아닌 손바닥인 듯, 단유유가 단 동지의 손을 잡고 후후 불었다.
“아픈 건 둘째 치고, 아비의 체면이 바닥으로 추락했다는 것이다. 그러니 어찌 관리가 되겠느냐. 관리가 되지 못하는 건 그렇다 쳐도, 너희는 어찌하겠느냐. 앞으로 먹을 걱정, 입을 걱정은 물론 돈이 없어 예쁜 우리 유유에게 닭 한 마리 사주지 못하게 되면 정말이지….”
단 동지가 마음 아파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아버지, 그럼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단유유는 빙빙 돌려 말하기 싫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제가 뭘 어떻게 하면 될까요?”
단 동지가 목소리를 가다듬더니 말했다.
“네가 뭘 할 필요는 없다. 그저, 네 이낭에게 빨리 시집가고 싶다고 말해주기만 하면 된다.”
“꺅!”
단유유가 얼굴을 가리고 수줍게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런 말을 제가 어떻게 입 밖으로 꺼낼 수 있겠어요. 안 돼요, 이낭께서 혼내실 거예요.”
“그럴 리 없다. 아비를 위한 일이자, 우리 가족을 위한 것이니까! 만일 누가 너를 꾸짖으면 결코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단 동지는 너무나도 뻔뻔했다.
“이낭께서 말씀하셨어요. 혼사란 절대 급하게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급할수록 상대가 저를 업신여길 것이라고요.”
단유유는 조금이라도 더 매 이낭 곁에 머무르며 편한 생활을 즐기고 싶었다. 그러나 밉상 아버지는 쉽사리 뜻을 굽히지 않았다. 애초에 양 지부에게 당했다고 무너질 사람이 아니었다.
곤장이 다 무슨 소용이야. 이렇게나 멀쩡한데. 아픈 척 하며 계속해서 꼼수를 부리는 걸 보니, 아무래도 곤장을 너무 살살 맞은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