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귀자에게 핵폭발은 애국이다 08권
회귀자에게 핵폭발은 애국이다 08권
회귀자에게 핵폭발은 애국이다
08
이끼용
회귀자에게 핵폭발은 애국이다 08권
차례
Chapter 01.
Chapter 02.
Chapter 03.
Chapter 04.
Chapter 05.
회귀자에게 핵폭발은 애국이다 08권
Chapter 01.
김대한이 9의 벽을 뚫는데 집중하는 동안 세계는 급변했다.
러시아의 핵 발사에 대응해 모든 요격 체계가 가동됐다.
핵 보복을 위해 발사 준비도 끝마쳤다.
한국이 원한다면 핵 발사 버튼을 기꺼이 누를 나라도 있었다.
대다수 국가가 경제 제재를 넘어서 국교를 단절하겠다는 데 동의했다.
주변국이 모두 외교, 무역을 끊어버리면 러시아는 경제적으로 고립돼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었다.
러시아 내부도 세계정세만큼이나 혼란스러웠다.
로만 안토노프의 독단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최고층 플레이어들이 한국에서 국가전을 벌이고 있는 시간 아니었나.
거기에 핵을 쏜 건 그들도 다 죽으라는 것이었다.
핵폭발에서 살아남았다 해도 한국이 그들을 살려줄 리가 없었다.
그리고 이왕 공격하려 했으면 성공이라도 해야지.
분명 핵미사일이 날아가는 게 위성이 관측하고 비행기에 탄 사람이 찍어서 올려 전 세계에 알려졌는데 한국에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
중간에 감쪽같이 사라지고 말았다.
그게 다라면 좋겠지만.
러시아의 모든 핵 투사 전력이 파괴됐다는 소식마저 퍼져나갔다.
러시아 임시 정부는 쉬쉬했으나 무너진 미사일 사일로, 파괴된 TEL, 바다에 떠 있는 핵잠수함 잔해마저 숨기지는 못했다.
그것의 의미는 명확했다.
핵 억제력의 증발.
어느 나라가 핵을 쏘기라도 한다면 보복은 불가능했다.
한국군이 연해주에 진출하면 막을 수도 없었다.
러시아 군대는 과거 전면전으로 인해 크게 축소됐고 플레이어 전력도 이제는 한국이 앞섰다.
내놓으라고 말만 해도 줘야 할 판이었다.
러시아인들은 설명을 원했지만, 묵묵부답이었다.
벙커에 들어간 로만 안토노프는 모든 연락을 차단한 채 골타르의 구원을 기다리고 있었다.
핵 공격은 실패했으나 골타르는 기뻐했다.
하리니티가 지구에 있단 게 드러났으니 이걸로 마석 몇백만t은 뜯어낼 수 있었다.
로만 안토노프는 대충 아무 세계에나 던져놓을 작정이었다.
거기에서 인간인 로만 안토노프는 가축 취급 받으면 다행이었다.
드래곤의 세계에서는 동화되지 못하고 야생동물처럼 살아야 할 것이었다.
관리하는 세계로 옮겨준다고 했지 신경써서 돌봐준다고는 하지 않았다.
“으하하하하하하!
골타르의 레어에 번개 섞인 웃음소리가 퍼졌다.
* * *
러시아는 반으로 뚝 갈라졌다.
사과하고 로만 안토노프를 내놔야 한다는 측과 김대한에게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측이었다.
둘은 물러서지 않고 팽팽하게 맞섰다.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장도 잠적한 상태라 진정이 되지 않았다.
그러는 동안 24시간이 지났다.
퓨리 오브 썬더 수련에 심취한 김대한이 눈을 뜨고 일어났다.
근처에서 덤벨 컬을 하고 있던 제우스 킹이 물었다.
“러시아에 가십니까?”
“사과가 없으니 그래야죠.”
“목표는 어딥니까?”
“예카테리나 궁전입니다.”
“러시아의 역사가 2번 무너지겠군요.”
예카테리나 궁전은 화려함의 극치를 자랑하는 러시아의 역사적 건축물이었다.
방 전체가 호박으로 장식된 호박방이 유명했고 2차대전 시기 파괴되었다가 몇십 년을 걸쳐 복구한 곳이기도 했다.
거기가 또 무너진다면 러시아의 충격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었다.
김대한은 상트페테르부르크 인근에 있는 푸시킨으로 이동했다.
예카테리나 궁전 앞에는 플레이어들이 서 있었다.
러시아 정부가 김대한을 막으라고 보낸 자들인데 전부 100층 미만의 일반 플레이어들이었다.
그들은 김대한을 보자마자 도망갔다.
김대한도 굳이 쫓지 않고 예카테리나 궁전을 조준했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하늘빛을 닮은 청옥색 벽과 순백의 기둥을 가진 건물이 터져나갔다.
숲이 뒤흔들리고 버섯구름이 치솟았다.
녹림 사이에 위치한 아름다운 건물은 그렇게 사라지고 말았다.
김대한은 청와대로 돌아가 똑같은 말을 전했다.
사과, 배상 그리고 로만 안토노프의 목.
제한 시간은 줄였다.
24시간이 아니라 12시간으로.
“12시간 다음은 6시간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타이탄 필드로 이동했다.
러시아는 다시 난리가 났다.
이번에도 사과를 해야 한다와 사과를 받아야 한다로 싸웠지만, 사과를 해야 한다는 쪽으로 점점 기울었다.
김대한의 강요와 전 세계의 압박은 아무리 난국에 빠진 경제가 일반적인 러시아라고 해도 버틸 수가 없었다.
은행은 벌써 러시아인의 계좌를 동결했고 러시아인들은 추방될 기미가 보이기 시작했다.
이대로 12시간이 지나나 했으나 한 남자가 나섰다.
이름은 안드레이 말체프로, 로만 안토노프가 쿠데타를 벌이기 전 국방부 장관이었던 남자였다.
감옥에 감금돼 사형을 기다리는 신세였는데 로만 안토노프의 실종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는 과거의 부하를 모아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고 임시 총리직에 올랐다.
―러시아 정부는 한반도와 국제 사회를 극도로 불안하게 만든 전략 핵무기 발사 시도에 대해 전적인 책임과 깊은 유감을 표명합니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행위에 책임을 통감하고 대한민국 정부 및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향후 사태 수습과 평화 회복을 위한 모든 외교적, 정치적 책임을 다하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러시아 장성들이 약장을 주렁주렁 단 옷을 벗고 나갔다.
―로만 안토노프는 반드시 찾아내 생포하여 대한민국에 인도할 것을 공식적으로 약속드립니다.
안드레이 말체프는 로만 안토노프 수배령도 내렸다.
현상금은 500억 루블.
한화로 약 8,500억 원이었다.
골타르의 후원을 받는 스타 플레이어라 이 정도는 돼야 다른 스타 플레이어들이 움직일 만했다.
한국에 50조 원의 배상금도 제안했다.
김국영 대통령은 배상금 규모를 줄이는 대신 천연자원을 원가로 들여오길 원했다.
북한이 사라졌으니 동부 시베리아의 자원을 육로로 안정적으로 들여올 수 있었다.
김대한이 동의하자 자원 제공 협정 추진단이 구성됐고 러시아의 관료들이 한국으로 날아왔다.
협정이 체결되면 전지 요금과 난방비 부담이 감소하고 석유 가격 하락으로 물가가 전반적으로 안정될 것이었다.
무한 대지에서 나오는 농산품, 자원 덕분에 자원 부국으로 부를 수 있게 된 한국에 그것까지 더해지면 몇십 년은 거뜬할 것이었다.
러시아가 사과했지만, 김대한의 분노는 다 풀리지 않았다.
아직 로만 안토노프가 살아있고 배후인 골타르도 멀쩡했다.
김대한은 계약서 한 장을 들고 아이븐의 저택으로 갔다.
하리니티는 반바지에 민소매 티를 입은 채 발을 까딱거리면서 TV를 보고 있었다.
종말 단계에 도달한 핵미사일을 요격한 드래곤 같지 않은 한량의 모습이었다.
“한국을 방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내 투자처 보호하는 건 당연한 거지.”
“그거 다 갚았잖습니까.”
“그랬나?”
하리니티가 능글맞게 웃었다.
“이건 선물입니다.”
“뭔데?”
김대한이 계약서를 건넸다.
하리니티가 한글을 더듬더듬 읽었다.
“생…… 맥주…… 신선…… 직송…….”
“생맥주 신선 직송 공급 및 납품 계약서입니다.”
“나한테만 맥주 공급해 준다고?”
“공장에서 갓 나온 생맥주를 바로 담아서 여기에 배송할 겁니다.”
“그게 더 맛있나?”
“먹어 본 사람들은 잊을 수 없는 경험이라고 하더군요. 가져왔으니 한 번 마셔보시죠. 저택 앞 트럭에 실려 있습니다.”
“그렇단 말이지.”
하리니티가 감각을 집중했다.
저택 앞에 멈춰 있는 트럭이 느껴졌다.
짐칸에 잔뜩 실려있는 생맥주 케그에서 맥주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하리니티가 하나를 가져와 이리저리 살폈다.
“이건 어떻게 뜯는 거야? 이렇게 하는 건가?”
케그의 검은 부분을 잡고 손으로 뜯었다.
단단한 케그의 윗부분이 찢어졌고 맥주 냄새가 훅 불어나왔다.
하리니티는 케그를 양손으로 잡아 입에 들이부었다.
입밖으로 흘러나온 맥주가 바닥을 더럽혔다.
“크! 이거 좋은데. 확실히 맛이 달라. 더 신선하고 풍미가 깊어.”
“만족하십니까?”
하리니티는 고개를 끄덕이고 다른 케그를 뜯어 마셨다.
하리니티는 맥주에 흠뻑 젖었고 바닥에는 맥주 연못이 생겼다.
“골타르하고 싸우고 싶다고 했지?”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