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혼자만 천마A.I 02권
나 혼자만 천마A.I 02권
나 혼자만 천마A.I
02
ABC초콜레트
나 혼자만 천마A.I 02권
차례
Chapter 01. 그래서 여기 짱이 누군데?
Chapter 02. 유해 동물과의 사투
Chapter 03. 내 미국 집은 초호화 저택
Chapter 04. 슬기로운 하버드 생활
Chapter 05. 현세십대기보 무적귀면갑(無敵鬼面匣)
Chapter 06. 귀국 환영해! - 1
나 혼자만 천마A.I 02권
Chapter 01. 그래서 여기 짱이 누군데?
“오빠!!! 저 똥강아지 언제 버릴 거야!!!”
현지는 아침부터 소리를 꽥 내질렀다. 그런 현지를 바라보는 소복이의 눈이 순간 붉게 물들었다. 날카로운 송곳니를 내보이며 현지를 향해 으르렁거렸다.
“으르… 어흥…흐응….”
“오, 오빠. 들었어? 어흥이래. 쟤 혹시 호랑이 아냐?”
“어…흐으응… 왈, 왈왈!”
순간 소복이가 현지를 향해 개처럼 짖었다.
“호랑이는 무슨.”
현성이 아침부터 짖어대는 소복이를 안아 들었다. 윤미라 여사가 설치한 반려견 자동 급식기의 버튼을 눌렀다. 소복이의 사료를 한 움큼 가지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그러고 보니 소복이 입양 보내야 하는데.”
“… 끼잉?”
순간 사료를 먹던 소복이가 귀를 쫑긋 세웠다. 사료를 먹다 말고 현성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끼잉, 낑’ 애기 소리를 내며 현성에게 재롱을 부렸다.
“얘가 갑자기 왜 이래? 밥이나 먹어.”
현성은 아양을 떠는 듯한 소복이에게 신경을 껐다. 예전에 저장해둔 북마크에서 ‘찰스 황태자 펫 보호소’를 찾았다. 안락사를 하지 않고 끝까지 책임진다는 좋은 입양처.
“끼잉, 낑…….”
현성이 자꾸 낑낑대는 소복이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지난 한 달간 소복이를 키우면서 정이 많이 들었다. 윤미라 여사와 전유성은 키우든지 입양을 보내든지 마음대로 해도 괜찮다고 했다. 입양을 적극 찬성하는 건 현지뿐이었다.
“웬만하면 입양 보내고 싶지 않은데.”
처음엔 입양을 보내려고 데리고 왔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이젠 소복이도 가족처럼 여겨졌다. 소복이 정도는 책임을 져도 괜찮다는 책임감이 생겼다. 하지만.
“현지가 싫어해서 어쩔 수 없어.”
그래도 현지는 자신의 여동생이었다. 현지가 소복이를 극구 반대하고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 자신에게는 그렇게 앵기는 소복인데, 유독 현지에게만은 으르렁거렸다.
“현지만 괜찮다고 하면 가족으로 들이고 싶은데. 아쉽지만… 안녕.”
“끼이잉. 낑.”
현성이 소복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아쉬움을 표했다. 순간 소복이는 말을 알아들은 듯이 눈물이 글썽거렸다. 현성이 찰스 황태자 펫 보호소에 입양 글을 썼다.
“이름 소복이. 나이는… 한 7개월 정도 됐으려나.”
현성은 대략적인 소복이의 정보를 입력하고선 글을 올렸다. 컴퓨터를 끄며 소복이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자 소복이는 얼른 문밖으로 뛰어나갔다. 마치 급한 일이 있는 듯하게 말이다.
턱.
현성은 소복이를 부르지 않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었다. 잘 찢어지지 않는 무제 티셔츠와 신축성이 뛰어난 리버이스 청바지였다. 옷을 갈아입은 현성이 방문 쪽으로 다가섰다.
철컥.
현성은 의아하게도 방문을 잠궜다. 그리고 책상 밑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현성이 검지로 책상 밑의 볼록 튀어나온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책상 서랍이 스르릇 움직였다. 서랍 밑에서 뭔가가 툭 하니 떨어졌다.
슥.
현성이 떨어진 걸 주웠다. 현성이 주워 든 건 발라클라바(Balaklava)였다. 발라클라바는 보편적으로 눈과 입을 제외하고 머리 전체를 덮는 방한 의류였다. 한국에서는 스키 마스크라고도 불렸다.
“이 정도면 절대로 못 알아보겠지?”
발라클라바를 쓰자 현성의 얼굴을 절대로 알아볼 수 없었다. 헌데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점이 있었다. 현성이 자신의 모습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이거 근데… 완전 도둑놈 같은데.”
현성이 발라클라바를 벗었다. 다시 써보아도 도둑 느낌이 물씬 났다. 한국은 특히 서울과 경기도권은 워낙 인구가 밀집돼서 도둑이 활개치기 힘들다지만 걱정이 되는 건 사실이었다.
“일진들 상대할 때만 쓰지 뭐.”
현성은 그렇게 발라클라바를 가방에 챙겼다. 독서실에 가는 척하며 1층으로 내려왔다. 그러자 소복이를 귀여워하던 윤미라 여사가 얼른 뛰어왔다.
“우리 아드드들~~~”
윤미라가 현성을 사랑스러워하며 껴안았다. 현성은 머쓱해하며 잠자코 기다렸다. 윤미라가 현성을 밀어젖히며 말문을 열었다.
“지금 독서실 가는 거니?”
“네. 뭐.”
“잠깐만 기다리렴~”
윤미라는 얼른 주방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작은 도시락 하나를 들고 얼른 나왔다. 윤미라가 현성에게 도시락을 내밀었다.
“이거 먹고 힘내렴~ 이 엄마는 우리 아들 믿는 거 알지?”
“네.”
“그리고 현성아….”
순간 윤미라가 살짝 머뭇거렸다.
“돈 모자르면 혼자 끙끙 앓지 말고 말하렴. 우리가 네 대학 보낼 돈도 없겠니?”
“네. 만약 부족하면 꼭 말씀드릴게요.”
“으구구. 우리 아들~”
윤미라가 현성의 엉덩이를 툭툭 치자 현성은 멋쩍어하며 집에서 나왔다. 현성은 이미 집안 사정을 알고 있었다. 돈이 없으면 말하라지만 예전에 말했듯 학비는 자기가 벌 생각이었다.
“어디, 일단 공원으로 가볼까?”
현성이 지금 밖으로 나온 건 일진들을 찾기 위함이었다. 현성이 바삐 걸음을 옮겼다. 책 대여점을 지나칠 무렵 대여점 주인아저씨가 현성을 급하게 불렀다.
“어, 혀, 현성아~~!!!”
“네? 아저씨. 안녕하세요.”
“너 이 자식!”
대여점 사장이 급히 달려왔다.
“너 사흘 전에 빌려 간 신간 왜 안 가져오냐!? 그거 예약 손님 엄청 밀려 있는 거 아냐!!?”
“어, 그거 반납했는데요?”
“반납하긴 뭘 해!”
“저기.”
현성이 가리킨 건 책 대여점 앞에 있는 무인 반납기였다.
“어제 넣어놨는데요.”
“으응. 그래? 반납기에?”
대여점 아저씨가 얼른 무인 반납기로 뛰어갔다. 속에 손을 슥슥 넣고 훑더니만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하, 하핫. 여기 있구나. 이 아저씨가 착각했네? 독서실 가는 거냐? 여윽시 우리 현성이는 다르구나. 달라. 하핫!”
대여점 아저씨는 신간을 들고선 안으로 향했다. 현성은 대여점 아저씨 때문에 늦었기에 바삐 걸음을 옮겼다. 어느덧 해가 지고 있었다.
“이쯤에서 기다려볼까?”
현성은 공원 벤치에 도착해 앉았다. 오늘따라 무거운 가방을 벤치에 탁 내려놓았다. 그때였다. 순간 가방 속에서 나지막한 신음성이 났다.
“응?”
“… 끼잉.”
현성이 가방을 얼른 풀어보았다.
“뭐야. 너 언제 들어가 있었어?”
놀랍게도 가방 속에 있던 건 소복이였다.
“끼이잉… 왈, 왈!”
소복이는 얼른 가방에서 튀어나왔다. 벤치 위에서 마치 미어캣처럼 경계 태세를 취했다. 현성이 소복이가 어이없어 웃었다.
“날 지켜주려고?”
소복이는 마치 적을 관찰하듯 주변 동향을 살피는 듯했다. 그런 모습이 어이없으면서도 귀엽게 느껴졌다. 현성은 그렇게 자신의 가방 속에 몰래 들어가 있던 소복이와 삼십 분 정도 기다려 보았다.
“음. 오늘은 안 보이네.”
공원에 담배를 물고 자주 오던 일진들이 오늘은 웬일인지 보이지 않았다. 현성이 소복이의 목덜미를 잡았다. 가방에 넣고선 일어섰다.
“딴 데 가보자.”
현성은 그간 일진들을 혼내주기 위해서 어느 정도 정보를 조사한 상태였다. 일진들이 주로 다니는 경로는 공원, PC방 그리고 오락실이었다.
“오락실이 저쪽이었지?”
오락실은 요근래 PC방의 등장으로 급격히 쇠퇴하고 있었다. 다만 아직도 중고등학생들에게는, 특히나 일진들에게는 인기였다. PC방에서는 미성년자 흡연이 금지되어 있는 반면, 오락실은 달랐다. 대부분 오락실의 뒷문 쪽에서 모여 다른 이의 눈을 피해 담배를 피는 게 태반이었다. 그런 아이들을 막기도 제지하기도 힘들었다.
“가신 오락실. 여기네.”
잠시 후, ‘가신 오락실’이라는 간판이 현성을 맞이했다. 현성은 가신 오락실로 들어섰다. 바지통을 줄인 남학생과 치마 길이를 줄인 여학생들이 오락실 손님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아이씨. 야이 새끼야!”
패배라는 글자가 뜬 자리에 앉은 학생은 오락기를 쾅! 치며 맞은편에 앉은 애한테 소리쳤다. 0:3으로 진 화풀이를 하려는 듯했지만.
“야. 졌으면 그냥 꺼져.”
오락기 동전 투입구에 동전을 쌓아놓은 뒷 학생이 씩씩거리는 학생을 제지했다. 대결에서 지면 화내지 않고 꺼져주는 게 오락실의 불문율.
“어. 쟤는.”
순간 현성은 저 멀리 ‘펌핑’이라는 리듬 게임을 하고 있는 무리 속에서 익숙한 애를 발견했다. 저번에 경태를 괴롭히는 일진 중 한 명. 현성은 드디어 일진을 발견했다.
“저기.”
“아이 시발. 지금 게임 하는 거 안보. 엿! 허, 허어억!!!”
펌핑을 하던 일진이 순간 벌러덩 넘어졌다. 그 모습은 우스꽝스럽기 그지없었지만 그의 표정은 절대로 우습지 않았다. 그가 어버버거리며 중얼거렸다.
“혀, 혀형은… 혀, 현성이형.”
“현성이?”
“어. 설마 그….”
“티비에 나온 수능 최고점 받은 오빠?”
“꺅꺅!!!”
치마를 잔뜩 줄인 여학생들이 현성에게로 몰려들었다. 일진 남학생들이 현성을 향해 사나운 눈빛을 보였다. 하지만 저번에 혼내준 일진은 마치 아픈 사람처럼 땀을 뻘뻘 흘렸다.
“혀, 형이 절 왜….”
“하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어서.”
현성은 꺅꺅거리며 시끄러워진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얼른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넘어진 일진을 부축해 주었다. 그리고 그의 귀에 대고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니가 여기 짱은 아니지?”
“네? 아, 네. 당연히 저, 저는 그냥 상납금 내는 하순데요.”
“그럼 네 위는 누구야?”
“제 위요?”
일진, 그러니까 가신 중학교 3학년생이자 남문 연합이라는 일진 패거리에 이제 막 가입한 나충절은 당황스러웠다. 전현성이 이렇게 묻는 의도를 당최 파악할 수 없었다. 나충절은 또 맞기 싫어서 사실대로 말했다.
“제 위는 저, 저기 있는 형인데요?”
나충절은 사실대로 자신의 윗사람을 가리켰다. 그는 아까 멸권4 대결에서 져서 상대방에게 씩씩대던 학생이었다. 그는 동전을 동전 투입구 앞에 내려놓으며 재대결을 신청한 상태였다.
“그래? 너 그럼 쟤 좀 데리고 오락실 뒷문으로 나와줄래? 내가 나오랬다고는 하지 말고.”
“예?”
나충절은 현성이 하는 말과 행동을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나충절에게 있어 현성에게 얻어터진 기억은 너무도 선명했다. 그래서 나충절은 현성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뒤, 뒷문으로만 데리고 나오면 저 안 때리실 거죠?”
“때려? 어, 그래. 뭐. 알았어. 넌 안 때릴게.”
“가, 감사합니다!”
나충절은 고개를 푹 숙인 채 여자애들한테 둘러싸여 나가는 현성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리고 자신의 벌벌 떨리는 손을 번갈아 보았다. 아직도 현성에게 맞은 기억이 생생했다.
‘빠, 빨리.’
그래선지 나충절의 움직임은 다급했다. 그래도 자신의 윗사람 성질은 알고 있었기에, 반대편에서 마치 봐주듯이 멸권을 하는 안경잡이의 어깨에 손을 탁 올렸다.
“얌마, 좀 적당히 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