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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천재 사냥개 7권
이야기상인 퓨전 판타지 장편소설
목차
그라이트 (2)
골든 팔라스
협정
겁쟁이
카란드
안드레이 치카틸로 (1)
1
그라이트 (2)
‘중요한 정보를 알았으니.’
눈앞의 강력한 적.
검은 번개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사내를 상대하는 한.
미래 예지에 가까운 그라이트의 움직임은 착각이 아니다.
실제로 매 순간, 그라이트는 한이 어떻게 움직일지 정확하게 파악했다.
‘녀석의 눈에는 술식이 걸려 있다.’
‘생체전기(生體電氣).’
‘생물체 내부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를 보고 읽을 수 있어.’
동물이나 식물이나 가릴 것 없이.
정보를 이동하기 위해, 혹은 몸을 움직이기 위해 전기신호가 발생된다.
그라이트는 이 신호를 해석할 수 있다. 그러니 근육의 수축과 이완이 일어나기 전, 미리 대비하고 검을 피할 수 있는 것이다.
?알면 어쩔 거지?
그렇게 말하는 듯한 그라이트의 눈빛.
살육을 즐기는 미치광이의 눈엔 즐거움이 가득하다.
극도로 단련된 그라이트의 신체와 대단한 마법 성취는 폭발적인 속도전을 가능케 한다.
또한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알 수 있으니 그라이트에게 깊은 상처를 입히는 건 불가능한 일처럼 보인다.
어지간한 꼼수는 통하지 않는다.
녀석은 전기력이 충만한 이곳에서도 미세한 생체전기를 파악할 수 있으니.
‘그렇다면.’
사학?!
말도 안 되게 불리한 조건 속에서.
백운철검이 그라이트의 피부 가죽을 깊게 판 채 지나간다.
검붉은 핏물이 터져 나온다.
악의 정점인 녀석의 몸에서도 사람의 피가 나왔다.
오호.
제 몸에 깊이 베였음에도 그라이트는 흥미롭다는 듯 미소 짓는다.
한은 돌아가는 방법 대신 정면 돌파를 택했다.
그라이트가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읽을 수 있다면, 알아도 대응할 수 없게 재빨리 벤다.
단순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그 일은 한은 해낸다.
‘녀석의 움직임이 비정상적으로 빠르긴 하나, 프레드만큼은 아니다.’
‘훈련이긴 해도, 그런 프레드의 복부를 꿰뚫은 적이 있으니 충분히 가능하다.’
한은 점차 그라이트의 속도에 적응해 갔다.
아니,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그라이트보다 빠르게 움직인다.
데일 듯 뜨겁게 가열된 기동 장비는 한의 신체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닌데.
‘녀석에겐 백운철검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렵다.’
백운철검의 능력.
그것은 9위계 이하의 ‘술식’ 혹은 ‘발현된 마법’을 베었을 때 강제로 자연 마나 상태로 돌리는 것.
여기서 말하는 술식과 마법이란 술자에게서 분리된 별개의 것이어야 한다.
가령, 라라가 허공에서 만들어 낸 화염구는 베어 마나로 돌릴 수 있으나.
몸의 일부를 불태우는 신체발화를 일으킨다고 했을 땐 불가능하다.
그라이트의 경우는 번개를 두르는 것으로 후자라고 볼 수 있으니.
백운철검이라도 무효화시킬 수 없다.
‘대규모 술식을 베어 버리는 거라면 가능하겠다만….’
한이 잠시 완성되어 가던 대규모 술식을 염두에 두고 있던 때.
그라이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런.’
그라이트는 루빈과 대원들이 공명을 제대로 펼치고 있음을 확인한다.
대규모 술식을 무효화시키는 역술식.
술식의 복잡도 탓에 막지 못할 거라 여겼는데, 마법사들의 재능이 제법인 모양이다.
“어딜.”
그러나, 그라이트는 루빈과 대원들을 제압할 수 없었다.
한이 가만두질 않는다.
백운철검의 예리한 검날이 그라이트의 목숨을 앗아 가기 위해 끊임 없이 쇄도한다.
파지직?.
그라이트는 그런 한과의 전투가 즐거웠으나.
언제까지고 놀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라이트의 전신에 전류가 빠르게 돌고 돈다. 신경세포며 근육 조직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더 빨리.
더 강하게.
보다 압도적인 위력을.
“하하하하하?!!”
그라이트가 기분 나쁘게 웃었다.
채 눈으로 좇기 어려운 속도로 맹공을 퍼붓는 그. 신체 강화와 전력(電力)을 담은 그의 손날은 어지간한 명검보다 날카롭다.
그러나, 한이 든 검은 명검 중의 명검.
한의 기동 검술은 백운철검의 이름에 걸맞는 실력을 갖췄다.
콰작, 자자작?!
찰나의 순간에 몇십 합이 우습게 넘어간다.
한의 마나는 무서운 속도로 사라져간다. 술식을 베거나 마나회로를 베어야 하는데 그라이트가 틈을 주지 않는다.
분명 한의 달란트에 대해 알고 있다.
이래서 유명해지고 싶지 않았던 건데?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쩔 수 없다.
보다 몰아붙여 벨 수 밖에 없게 만들거나.
그 전에 녀석의 숨통을 끊어 버리는 수밖에.
치이이이익?!
한의 검이 그라이트의 목을 노린다.
그라이트는 검의 방향을 읽었다. 목을 노리는 척하며 팔을 벨 거다.
‘역시.’
콰자작?!!
검은 전류가 튄다.
팔이 베이기 직전. 그라이트는 강력한 전자기력을 만들어 강제로 검을 튕긴다.
아무리 기동 장비로 강화한 한의 악력이라고 해도 버틸 수 없다. 한은 그만 검을 놓치고 만다.
검을 놓친 검사.
승기가 완전히 넘어간 것으로 보이는 상황.
씨익. 그라이트의 입가가 길게 올라간다.
그러나, 이는 한이 무방비해졌기 때문이 아니다.
‘튕겨져 나간 검을 오토매틱 암으로 끌어당기는 건가.’
‘뒤를 노리겠다는 거군.’
그라이트의 눈에는 한의 속셈이 보였다.
일반적인 정보는 아니나, 마나스톤을 활용하는 과정에도 전기신호가 발생한다.
오토매틱 암에서 발생하는 전기신호가 한의 의도를 전한다.
‘좋다. 어디 한번, 해 봐라.’
그라이트는 한이 원하는 대로 하게 냅뒀다. 오히려 도왔다. 빠르게 날아갈 수 있도록 주변 대기의 저항을 최소화한다.
그러곤 발바닥에 마나를 모으며 반발을 위한 전자기력을 형성한다.
‘네가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테니.’
한의 노림수를 활용하려는 그라이트.
이대로라면 백운철검이 그라이트의 뒤를 노리긴커녕, 한을 관통하고 말 것이다.
그라이트는 옆으로 피하는 한편, 감당하기 어려운 속도로 날아들 테니까.
“……!”
하지만,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건 그라이트 본인이었으니.
사사사삭! 날아든 백운철검이 쳇바퀴 돌며 그라이트의 어깨를 깊숙이 베고 간다.
한순간에 발바닥에 모으고 있던 전자기력이 사라졌다.
뿐만 아니라, 대규모 술식에 공급되던 마나 역시 끊어졌다.
아주 잠깐이지만, 그라이트의 신체에 흐르던 모든 마나가 활동을 정지했다.
마치 일반인이 된 듯.
그라이트는 옆으로 피하지도 못하고.
백운철검에 대한 피해를 조금도 방어하지 못했다.
‘이것도 녀석의 달란트인가….’
‘상당히 성가신 능력이 있었군.’
금세 마나가 정상화된 그라이트.
그러나, 그 찰나의 순간은 한이 백운철검을 회수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고.
한은 신속히 검을 휘두른다.
서걱?!
그대로 잘려 버린 그라이트의 목.
파지직! 검은 전류와 함께 피가 튀며 대역죄인의 얼굴이 땅에 떨어진다.
“허어…. 허억…….”
잠시 자세를 유지하며, 숨을 고르는 한.
그의 마나는 완전히 동이 났다. 사실 이미 진작에 동이 났던 걸 달란트를 사용해 꾸역꾸역 채워 싸웠다.
즈으응…….
시전자의 마나가 더는 공급되지 않자, 대규모 술식은 빠르게 해제되었다.
다른 대원들 역시 숨을 고르며 상황을 파악했다.
그라이트의 목이 떨어졌다. 아무리 악의 축이라 불리는 괴물이라고 하더라도 목이 떨어지고서야 살 수 없을 터.
한 팀장이 크게 해냈다.
무려 그라이트를 해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