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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타는 천재 사냥개 5권
이야기상인 퓨전 판타지 장편소설
목차
지하 통로 (2)
백운철검
새로운 국면
쥐
그 녀석
빙하기 (1)
1
지하 통로 (2)
“……!”
통로를 빠르게 지나고 있는 한과 프레드.
한이 무언가 알아차린 듯 반응하자 프레드가 왜 그러냐고 물었다.
“술식에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워낙 식이 난해해 이해하긴 어렵지만, 아마 앞서 나간 이들 쪽에서 뭔가 일어나고 있는 듯합니다.”
한은 답했다.
앞서 나간 이들이라면 당연히 한소를 비롯한 포트라 조직원들을 의미했다.
프레드의 눈가에 주름이 깊어진다.
무언가 반응이 일어났다는 건, 벌써 한소 쪽이 핵심 구역에 도달했다는 뜻이 아닌가.
그들이 노리는 게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예감이 좋지 않다.
“마법을 쓸 수 없으니 답답해 죽겠군. 겨우 일직선 길이 나왔는데 속도를 이 이상 높일 수 없으니.”
프레드의 짜증 섞인 말에 한 역시 동감했다.
기동 장비를 사용할 수 있다면 벌어진 간극을 좁히는 건 어렵지 않을 터.
그러나 기동 장비는커녕 약간의 마나도 조종할 수 없으니 그저 맨몸으로 달리는 수 말곤…….
‘음?’
그 순간, 한은 무언가를 알아차렸다.
지하 통로의 술식에 변화가 생겨서일까. 분명 가능할 리 없는데 어째서?
여러 잡생각이 스쳤지만, 시험해 볼 가치는 있었다.
* * *
한편, 중심부의 한소와 조직원들.
이들은 졸지에 청동으로 만들어진 병사들과 맞붙게 되었다.
마법을 사용하지 못한 채, 검과 총 따위의 무기만을 쥐고 말이다.
“이런 개 같은 새끼들!”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둔기를 내두르는 조직원. 퉁! 하는 소리가 울리며 청동 병사의 머리가 파괴된다.
어지간히도 청동 층이 두껍지만 결국 내부는 비어 있다.
마나를 사용하지 못해도, 포트라에 들어올 정도의 괴력과 실력을 갖췄다면 어렵지 않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
“약해 빠진 놈들이 수는 더럽게도 많구나!”
그러나, 하나하나를 아무리 쉽게 제압할 수 있다고 한들.
명백한 수적 차이가 존재했다. 약 1만이 넘는 청동 병사, 반면 100명이 조금 넘는 포트라.
단순 계산을 해도 조직원 1명이 100명을 상대해야 한다.
체력적으로 한계에 다다랐을 때 발생할 작은 실수가 죽음으로 이어지겠지.
“흩어지지 말고 뭉쳐! 놈들이 공격 가능한 면적을 최소한으로 좁혀라!”
한소는 부하들에게 지시하며 상황을 살폈다.
하다못해 건물 같은 몸을 숨길 수 있는 장소라도 있으면 나았을 텐데 적당한 게 없다.
구조물이라고 해 봐야. 내려올 때 사용했던 계단이 전부.
‘계단?’
이를 발견한 한소가 외친다.
“계단이다! 계단을 점거하고 올라오는 병사들을 상대해라!”
한소는 검을 든 채 계단을 가리켰다.
부하들 역시 그의 뜻을 이해했다. 하지만, 수많은 청동 병사들에게 둘러싸여 이동조차 어려운 상황.
이에 한소는 길을 만들어 주기 위해 직접 나섰다.
비록 마나는 사용할 수 없으나, 그는 현대 제일 검호라 불리는 사나이.
청동으로 만들어진 병사 따위 두부보다 쉽게 벨 수 있다.
삭! 사악?!
순식간에 청동 병사 사이를 지나치며 모조리 베어 버린 한소.
그의 행적을 따라 길이 생겼고 부하들은 이를 따를 수 있었다.
“봐라! 녀석들은 벽을 탈 수 없으니 일이 간단해졌다! 진형을 유지한 채 전방 인원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며, 다가오는 놈들의 목을 순서대로 떨구기만 해라. 그럼 우리의 승리다!”
기본적으로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한소이나, 그는 엄연한 포트라의 부보스.
이런 곳에서 부하들을 모두 잃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에 지휘에 힘썼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는데.
‘소만은 모든 적을 베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진위 여부를 판명하긴 어려우나, 그 짧은 순간 능숙하게 거짓말을 하긴 어려울…….’
문뜩 한소는 소만이 시야에서 사라졌음을 인지했다.
땅으로 꺼지기라도 한 건지 어딜 봐도 없다.
동시에 곤죽이 났던 한로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맡겨 두었던 부하에게 묻는데 돌아오는 대답이 혼란스러운 와중 놓쳤단다.
한소는 당장 그 부하의 목을 베고 싶은 걸 억누르며 감각을 최대한 활성화했다.
계단은 자신네가 먼저 점거했으니 밖으로 나갈 순 없을 터. 분명 여기 어딘가 있다. 병사들에게 밟혀 죽은 게 아니라면 틀림없이.
‘저기 있다.’
전투가 어지럽게 벌어지는 와중에도 한소는 소만을 찾아냈다.
넝마가 된 한로를 업은 채 어딘가로 들어가려 한다. 병사들이 빼곡히 세워져 있을 때 가려져 있던 공간인 듯하다.
‘청동 병사들이 소만을 공격하지 않는다.’
‘적으로 식별하는 대상이 포트라뿐이라는 소리인가.’
발끝부터 서서히 분노가 차오르는 한소.
소만이 비석을 거짓으로 해석했음이 분명하다. 그러지 않고서야 저 혼자 공격 받지 않은 채 숨겨진 장소로 어찌 달려갈 수 있었겠나.
“동맹 관계라 살려 두려 했는데 안 되겠군.”
중얼거리는 한소.
그의 눈동자에 살의가 번들거린다.
한편, 벽에 뚫린 공간에 황급히 들어서는 소만.
뒤도 돌아보지 않은 채 뛰며 청동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입구를 막아라! 그 어떤 침입자도 허용해선 안 된다!”
그러자, 청동 병사들은 의식이라도 있는 듯 입구를 지켜 섰다.
커다란 호랑이도 있는데 마치 소만이 자신들의 주군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은황제가 후세의 안위를 걱정하는 인물이라 살았다!’
‘심층으로 향하는 비석에 핏방울을 떨어뜨린 이유와 모두 연관이 있었구나!’
한로를 업은 채 내달리는 소만. 그는 숨을 헐떡이며 생각했다.
심층으로 가기 위해선 숨겨져 있던 비석에 피를 묻힐 필요가 있었다.
이때 피는 은황제 후손의 것으로 많은 세대를 거쳐 희석될 대로 희석되었을 터이나, 귀신같이 소만이 후손임을 알아차렸다.
때문에 심층으로 향하는 길이 드러났고.
소만이 청동 병사들을 다룰 수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건 황제 동상 앞에 있는 또 다른 비석 덕분이다.
?청동의 병사들로 보는 눈과 말하는 입을 줄여라.
?나의 보검은 서방의 신수가 지키고 있다.
비석을 해석한 소만은 한소에게 거짓을 고한 채, 서방의 신수를 눈으로 찾았다.
그렇게 왼쪽 벽에 서 있던 커다란 호랑이를 발견했다.
녹이 슬어 다른 병사들과 색을 구분할 순 없었지만, 서방의 신수인 백호인 게 확실했다.
‘괴로워도 조금만 더 참아 주게. 곧 백운철검을 들고 이곳을 빠져나갈 테니.’
소만은 의식을 잃은 한로를 걱정했다.
얘기는 안 했으나, 이미 비석을 통해 다른 출구를 확인했다. 마음 같아선 곧장 한로를 업은 채 그곳으로 달려가고 싶었다.
그러나, 소만은 차마 한소가 백운철검을 얻게 둘 수 없어 자신이 직접 그 검을 쥐려 한다.
정확히 어떤 힘이 담겨 있는지 알 순 없어도, 사악한 자에게 넘어가는 것보다야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저기… 저기에 보이는구나!’
겨우 소만에 눈에 보이기 시작한 제단.
거대한 암석을 정교하게 깎아 만든 5층 건축물이다.
그 정상에 보란듯이 꽂혀 있는 새하얀 검. 이질적일 정도로 하얘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굉장히 신비로운 검이다.’
마나를 감지할 순 없으니 파악이 어려우나.
풍기는 기운이 예사롭지 않음은 확실하다.
청동이 세월에 녹이 들듯 당연 녹이 슬어야 할 검.
하지만 마치 세월의 흐름을 한탄하던 은황제의 욕망이 고스란히 담긴 듯이.
백운철검은 몇 세기가 지났음에도 그 자태를 유지했다.
“…미안하지만, 잠시 양해를 구하겠네.”
제단 앞에 도착한 소만은 잠시 한로를 주변에 눕혔다.
꼭대기에 올라가기 위해선 홀몸일 필요가 있다. 친절하게 계단 같은 건 없어 각 층을 직접 밟고 뛰어 올라가야 했다.
그런데 그때.
“안내는 이 정도로 됐으니, 그만 물러나셔도 됩니다.”
뒤에서부터 한소의 목소리가 들렸다.
타박타박 걸어오는 그의 발소리가 소만의 피부를 절로 돋게 만든다.
“백호와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을 텐데 어찌 벌써….”
“백호? 아, 그 커다란 고양이 말입니까? 진작에 잠들게 해 주었죠. 목엔 병사들의 머리로 만든 청동 방울도 여러 개 달아 주었으니 그제야 좀 귀엽게 보이더군요.”
“…….”
“한데, 언제까지 계실 생각이십니까? 제가 분명 안내는 이 정도로 되었다 말씀드렸을 텐데요.”
분명한 살기를 띠는 한소.
그럼에도 입가엔 미소를 짓고 있으니 이 순간을 즐기는 것처럼도 여겨진다.
“아무리 처음 조상님을 뵙는 자리라고 해도, 그 정도 세대가 지났으면 남이나 다름없습니다. 궁상은 그만 떠시고 썩 나가시죠. 그게 제가 드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한소는 검날로 자신의 어깨를 툭툭 쳤다.
그러곤 소만의 반응을 살핀다. 소만이 자신의 생명줄을 잡을 것인가. 어리석게 놓을 것인가.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그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소만은 답한다.
“백운철검은 당신 같은 살인귀에겐 절대로 넘겨선 안 되는 물건. 아무리 제 몸 하나 건사하지 못하는 저라고 해도 이번만큼은 물러설 수 없습니다.”
“죽음을 택하셨다라…. 무의미한 희생이니 현명하다 말하진 않겠습니다.”
“마음대로 말하십시오. 스스로도 충분히 잘 알고 있으니 대수롭지 않습니다.”
“…….”